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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 제 4차 혁명의 시대, 변할 수 없는 가치
정승재(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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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3  23: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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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다. 70년대 말까지 가정이건, 직장이건 전화가 흔치 않았다. 어느집 주소를 말하거나 사람이름을 전하면 교환수가 연결해 주는 것으로 통화했던 때가 있었다. 이후 등장한 첨단 통신기기로 각광을 받았던 장거리 자동전화라는 DDD공중전화를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도 그 공중전화의 시용법을 모르는 요즘의 젊은이들도 많을 것이다. 귀해서가 아니라 개인별 휴대전화를 사용하기에 집전화가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었다. 시속 300㎞가 넘는 고속열차 안에서도 휴대전화는 물론이고 각자가 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실황 영상도 즐기는 지금과는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한때는 휴대폰에 카메라가 장착된 것 자체가 유행인적도 있었다. 지금은 모두가 단말기로 한번에 수십장의 사진을 촬영하고 실시간으로 본다. 와이파이로 무선 데이터 전송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음식점이나 공공장소는 아예 들어가지 않는 학생도 있다. 거대 통신회사들은 그 데이터 전송 속도를 가늠하는 4G, 5G라는 시스템의 우월성을 두고 각축전을 벌인다. 단말기에 장착된 각양의 개인 통신수단으로 세상의 각각을 재단하고 결재한다.

얼굴을 맞대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음식주문도 기계로 대체되는 추세다. 같은 건물내에서 조차 화상으로 대화하는 기관도 많아졌다. 정부청사를 세종시로 옮긴이래, 부처내 조직간의 회의도 SNS상으로 해결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서울에 있는 청와대와 세종시에 상주하는 각부 장관이 참여하는 국무회의도 화상으로 할 때가 있다. 의료시장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단말기를 이용한 진료가 도입되고, 치료 역시 영상시스템을 통해 매듭짓는 경우도 많아졌다. 신체장애를 가진 피고인을 두고 법정이 아닌, 화상재판을 도입하자는 교정행정학자의 주장도 있다. 명절에 지내는 차례와 제사를 사이버상의 음식으로 예를 올린들 무리가 없다는 인식이 여미는 세상이 되었다.

컴퓨터와 인터넷, 각양의 SNS로 상징되는 사이버상의 인간관계라는 트렌드가 머리를 헤짚는다. 사람들간에 스치고 부대끼면서 얻고 주는 사람냄새 없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하다. 사람간의 의사소통은 단지 언어와 표정만으로 완벽해 질 수 없음에 따름이다. 또 의사소통만 된다하여 인간의 복잡다기한 정서가 교류될 수도 없다.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나누는 것과 전화 혹은 화면으로 교환하는 것은 그 정도와 결이 같을 수 없다.

반도체와 인터넷시대로 대표되던 3차 산업혁명의 정보통신기술도 빅데이터, 바이오산업, 인공지능과 융합된 이른바 4차 혁명의 거대 물결에 숨소리를 죽인다. 이전에 우리가 경험한 변혁과는 비교될 수 없는 정신적 쓰나미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일의 터전도 과거에 상상할 수 없는 ‘판’이 만들어진다. 사람의 능력, 인력의 가치가 새롭게 재단될 것이다. 데이터에 의한 미래분석, 연결될 산업의 벽이 존재하지 않는 무한지대의 영역이 펼쳐진다. 디지털, 생물학적 공간과 경계가 허물어져 퓨전, 기술융합의 시대를 맞는 것이다.

한편으로 황량한 벌판에 혼자 서 있는 허무함과 쓸쓸함으로 세상을 사는 것처럼 두려움이 다가온다. 산업의 성장과 문명의 발달이 사람의 행복을 담보하는가에 대한 회의도 닥친다. 사람이 지능에만 의존하여 기계적으로 살 수는 없는 일이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4차 혁명이 아니라 그 이상의 사회변동이 오더라도 온전히 지키고 가꾸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더 골몰하고 처절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가 뜨고 지는 만고불변의 자연섭리가 있는 것처럼 인간에게도 바뀌고 변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가치를 온전히 받들고 유지시켜야 한다. 가족이라는 최소단위부터 발원하는 인류사회의 존엄이 그 상징일 것으로 믿는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 사람중심의 생산체계, 사람의 삶이 우선되는 것들, 휴머니즘이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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