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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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7.11.2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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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시극 ‘순교자의 딸 유섬이’ 집필과 공연(1)
 


필자는 시극(詩劇) ‘순교자의 딸 유섬이’(가톨릭출판사, 2016년 8월 30일)를 집필 출간하고 이어 공연에 이르는 2년여의 과정에서 느끼고 경험함 바가 많았다. 필자는 문단 등단 50년 동안 시를 쓰는 시인으로 또 시에 대한 평설이나 연구로 일관해 왔다. 그런데 시인 생활 후반에 시극을 쓰는 기회가 와 그 기회를 만년 작업의 대단원 같은 의미로 생각하며 임했다.

우리 경남은 광복 이후 문화운동 차원에서 연극운동이 진주와 통영에서 이루어졌는데 설창수, 정진업 유치환, 김상옥 시인 등이 가담한 바 있다. 진주의 설창수 시인이 희곡 작품을 직접 쓴 것이 문학으로서의 희곡에 손을 댄 거의 유일한 케이스에 속한다. 시극은 동래출신 김장호 시인이 시극을 써서 불모지 경남의 극운동에 불을 지핀 셈이었으나 이 경우는 공연 쪽이기보다는 ‘레제 드라마’로서의 문학 텍스트 생산 쪽이었다.

필자가 시극을 쓴 배경은 천주교 마산교구 설정 50주년인 2016년에 공연 형태의 작품이 필요했던 데 있었다. 2015년 12월 마산에서 천주교 마산교구청이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한 내용을 수필가 황광지(천주교 마산교구 평협 임원)와 시인 김연희(마산교구 문인회장)가 필자에게 소정의 자료를 보내주어 이를 검토한 결과 필자로서는 시극을 쓸 수 있겠다는 연락을 하게 되었다. 그 자료는 전라도 최초의 천주교 신자인 순교자 유항검의 9살 딸이 거제 관비로 유배되어 71세까지 동정을 지키며 살았다는 기록이었다.

그 연락으로 필자의 뜻을 전해 받은 천주교 마산교구청 배기현 총대리 신부님은 총체적인 자료를 갖추어 필자에게 직접 건네 주시고 공연에 알맞은 형식의 문학 장르로 집필해 달라는 부탁을 하셨다. 필자는 비록 첫 번째 시도하는 장르지만 일단 시극을 선택하여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렸다. 필자가 시극을 선택한 이유는 첫째로 시인이 써온 시적 이력으로 극적인 요소를 가미하면 된다는 것이고, 둘째는 필자가 받아온 은총에 대한 한 작은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시적 은총의 연장선에 시극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먼저 한국에서 나온 기존 시극 자료와 시극에 가까운 희곡작품을 개괄적으로라도 접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에 한국천주교회사와 천주교 전주교회사, 그리고 한국 순교자들에 대한 자료를 읽으면서 복자 유항검의 순교사적에 대해 정독했다. 그 다음에는 정통 희곡작가 오태영(오산 거주)과 진주 큰들의 연출가 전민규 등을 만나 깊이 있는 자문을 받았다.

그러는 한편 경상대학교 도서관에서 주인공 유섬이(유항검의 딸)가 기록된 산청 단성출신 거제부사 하겸락의 문집 ‘사헌유집’ 원본을 입수했는데 이를 입수하는 데는 홍종기 시인의 힘을 빌렸다. 여기에 도움을 준 사람은 강동욱 박사였다. 하부사에 대해서는 강박사가 이미 환히 알고 있었다.

그런 뒤 본격적으로 집필 구상에 들어가 주인공 유섬이의 일생을 4막으로 얼개를 짰다. 이를 소개하기 전에 전라도 최초의 신자인 유항검의 딸에 관한 자료가 어떻게 해서 죽은지 150여년이 지난 뒤 우리 손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그 극적인 입수 과정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기대해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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