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장’은 고려시대에 늙은 부모를 산 채로 산 속 동굴에다 버렸다는 장례풍습을 뜻한다. 설화로도 전해지는 이 이야기는 다행히도 가짜다. 국교가 불교인데다가 유교사상 정치를 하면서 ‘효(孝)’를 중시했던 국가에서 이런 풍습이 존재할 수가 없다.
그런데 현 시대에 와서는 고려장과 비슷한 일들이 좀 벌어지는 모양이다. 지난 추석에도 자녀들이 찾지 않는 노부부나 독거노인들의 이야기가 여러 언론 지면을 장식했던 것을 보니 말이다.
동세대만 해도 부모의 어떤 도움들을 받고 사는지 생각해보면 이 시대가 이대로 괜찮을지 걱정이다. 부모의 뒷바라지 덕택에 대학까지 마쳤는데, 취업준비생일 때도 부모의 지원을 받아가며 산다. 취직을 하고서도 마찬가지로 당장 원룸이라도 구할 돈이 없으니 역시 부모가 보증금을 마련해준다.
여하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녀들이 다 늙은 부모님은 모시지 않는다. 물론 핵가족문화가 자리 잡은 이 시대에 그게 어렵다손 치자. 그런데 자기네들 살기도 빠듯하다는 이유로 노부모의 생활비나 찾아갈 시간 따윈 안중에도 없으면서 해외여행은 꼭꼭 챙겨 가는 가족도 여럿 본 적 있다. 심지어는 노부모가 집 한 채라도 재산이 있으면 그것도 탐이 나, 자신이 부모님을 모실 테니 그 집을 달라는 자녀도 있다. 고려장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이다.
역사적 사실이 아닌 고려장이지만 설화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가난한 농부가 늙은 부친을 지게에 지고 가서 산 속에 버리려는데, 동행한 아들이 그 지게를 다시 집으로 가져가려고 했다. 농부가 이유를 물어보니 “다음에 아버지가 늙으면 나도 지고 가서 버려야지요”였다고 한다. 그 말을 들은 농부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다시 부친을 모시고 내려와 어려운 살림에서도 극진히 봉양했으며, 이후 고려에는 노인을 버리는 풍습이 사라졌다고 전한다.
이제 정말 추운 겨울이 온 모양이다. 조만간 부모님 계신 곳에 한 번 다녀오는 것은 어떤가. 내년이면 부모님은 한 살 더 드실 것이다. 당신은 한 살 더 어른이 돼 있을 테고 말이다. 올 겨울은 모두가 따뜻하기를 소망해본다.
황진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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