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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페이지] 소녀와 할머니 (6)배지 하나에 간직한 ‘역사이야기’
김지원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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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8  17:4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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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을 세우겠다는데 누가 반대하겠느냐고 생각했다. 의외로 많은 ‘소녀상’과 기림비가 건립 과정에서 좌충우돌 시련을 겪고, 설치 후에도 온갖 수난을 당하고 있다. 일부 기성세대가 드러내는 거부는 일제강점기 이후 세대가 이해 못할 스톡홀름 증후군이기라도 한 것 같다.

피해자들이 생존해 있고, 국가적, 인권적 차원에서 가해졌던 가해에 대한 사죄와 배상은 아직 미완성이다. 명백한 피해사실에 대한 기록은 재발방지를 위해 필요한 수순이다. 더불어 미래세대들에게 남겨두어야 할 역사적 비극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축구 경기장에서만 쓰는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녀상이나 기림비가 서 있는 공간은 종종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의 현장이 된다.

소녀상을 향해 망치를 휘두른 70대 기성세대에 비해 미래세대가 훨씬 희망적인 이유를 작은 ‘배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누군가의 가방이나 옷깃에 ‘노란리본’ 배지가 있다면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리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12월 즈음이면 등장하는 ‘사랑의 열매’도 대표적인 배지 아이템이다. 단순히 예쁜 디자인 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물건이나 아이돌, 사회적 의미를 담은 것까지 배지는 개성을 드러내는 의사표현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원하는 디자인대로 소량 제작이 가능해 학생들의 사회참여활동 아이템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고교생 동아리가 직접 제작한 ‘위안부 피해자 배지’ 역시 미래세대의 사회참여 활동으로 눈길을 끈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인식과 역사 왜곡에 대처해 바람직한 해결책을 찾고 싶다는 다부진 주장을 듣고 있노라니 작은 배지 하나하나가 믿음직 하다. 창원 무학여고(리멤버), 강원도 철원고(집현전)·철원여고(온고지신), 부산국제고 (역사동아리HIV), 안산 송호고(송호실록), 경기도 동패고·저현고 등 다양한 학교 동아리에서 위안부 뱃지를 자체 제작하고 수익금을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등에 기부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송호고
송호실록 최혜주 부장(2학년)

“2017년에 새로 신설된 동아리로 구성단계부터 위안부 문제에 주제를 잡고 관련활동을 계획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정확히 알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학습한 후 4월중순부터 배지 제작에 돌입했다. 소비자 만족도를 위해 학교 미술동아리와 연합해 김소윤 학생의 디자인을 선정했다. 따로 예산이 없어서 선주문을 받아 제작하는 방식으로 판매했다. 1차 1748개를 판매하 순이익금 207만6755원을 나눔의 집에 기부했다. 반응이 좋아 7월말 2차로 841개를 판매했고 수익금 88만6300원을 기부했다.”

무학여고 리멤버 허윤정(지도교사)

“2016년 3월에 만들어진 위안부문제, 독도문제 등 역사문제를 공부하고 인식개선 활동을 하는 역사동아리 리멤버에서 배지를 제작했다. ‘위안부 피해자’를 잊지말자는 의미로 평소 달고 다닐 수 있는 배지를 제작하게 됐다. 수요조사와 업체조사를 거쳐 금액을 확정하고 동아리 회원인 김조은 학생의 디자인으로 제작했다. 교내 학생 대상으로 1차 판매를 하고 인근 학교 대상으로 총 1만2000개를 제작 판매했다. 제작비를 제외한 수익금 전액 1160만원은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기부했다. 올 5월에도 2차로 개별판매를 실시했다. 처음 동아리를 만든 4명은 올해 고3이 되어 지금은 2학년 학생이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다.”

철원고 집현전 이찬희 회장(3학년)

“지난해 위안부 팔찌를 공동구매 하고 수익금이 위안부 피해자를 위해 기부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위안부 피해 알리기 프로젝트’를 능동적으로 펼치기 위해 배지 제작에 나섰다. 배지를 달고 다니면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디자인을 고심하다 철원여고 온고지신 동아리와 함께하게 됐다. 3월에 제작해 철원 관내 SNS을 통해 홍보했다. 당초 200개를 제작했는데 강원도교육청의 홍보 등으로 인기를 끌어 총 8000개 가량 판매해서 수익금 900만원을 나눔의 집을 방문해 전달했다.”

 
   
부산 초량동 '평화의 소녀상'

부산과 울산에서 만난 위안부 기림비는 김운성·김서경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 이다. 원형 그대로 설치했다.

부산시는 지난 6월 ‘평화의 소녀상’관리를 위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평화의 소녀상’은 2016년 12월31일 부산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앞에 설치되던 당시 불법시설물이라는 이유로 동구청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가 다시 설치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동구청의 방치 속에 일부 시민들에 의한 온갖 수난이 가해지기도 했다. 보다 못한 부산시의회가 관리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에 나서게 된 것이다.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1년 만에 설치된 부산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 총영사의 귀국소동, 경제협의 보류 등 파장으로 이어졌다. 당시 외교부 장관의 “외교공관 앞 조형물 설치(소녀상)가 바람직하지 않다” 발언은 ‘일본 장관’이냐는 비난을 불러오기도 했다.

부산 ‘평화의 소녀상’은 2016년 6월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가 소녀상 서포터즈 출범식을 열고 모금운동에 들어가 그해 12월, 우여곡절 끝에 건립을 성사시켰다. 쓰레기 더미와 흉상 설치 소동, 훼손 협박, 일본의 국제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일본총영사관 앞에 제자리를 잡았다.

 
   
울산대공원 정문 앞 '평화의 소녀상'

울산에서는 2015년 3·1절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열었다. 민주노총, 전교조 등 울산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울산 평화의 소녀상 건립 시민운동본부를 만들어 2014년 11월부터 건립을 추진해 5개월 만에 건립했다. 시민 등 6만여명이 참가했고 5000만원의 기금 모금을 통해 소녀상 건립이 성사됐다. 노동계, 시민사회단체 등 25개 단체에서 단위별 100만원 이상의 성금을 모금 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소녀상 건립장소를 놓고 울산시와 시민운동분부 간 마찰을 빚기도 했으나 시민들의 의사를 적극 반영해 울산대공원 동문광장 설치를 관철시켰다. 제막식에는 대구에 거주하는 이용수 할머니가 참석하기도 했다.

평화의 소녀상 건립 후 2015년 9월부터 시민들의 주최로 셋째주 토요일마다 ‘토요집회’를 개최해왔다. 특히 12.28 합의 이후로 합의 내용의 부당성을 알리는 등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토요집회는 지난 10월을 마지막 집회가 열렸다.

김지원기자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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