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터뷰]캔탈로프 멜론 재배 손종길씨
[경제인터뷰]캔탈로프 멜론 재배 손종길씨
  • 강진성 기자
  • 승인 2017.11.28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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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앞둔 농부의 늙지 않는 도전정신

진주시 금산면 가방리 시설하우스 단지. 하우스 천장에 닿을 듯 쭉 뻗은 줄기 사이로 손종길(78)씨 손이 분주하다.

타원형으로 생긴 멜론이다. 속을 가르자 연한 주황빛이 감돈다. ‘혈관 청소부’로 불리는 칸탈로프(캔탈로프) 멜론이다.

진주지역에서 칸탈로프 멜론이 수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손 씨는 지난해 언론을 통해 칸탈로프를 알게 됐다. 호기심을 참지 못해 곧장 경북 칠곡에 있는 장춘종묘 최응규 박사를 찾아갔다. 칸탈로프는 최 박사가 국내로 가져와 개량한 품종이다. 국내선 3년 전부터 재배되고 있다.

칸탈로프는 프랑스 아비뇽 지역이 주산지다. 항산화물질인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것으로 유명하다. 일반멜론 보다 60배 이상 많다. 심근경색이나 동맥경화 같은 혈관질환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도도 높아 간식용으로도 좋다. 하지만 효능 때문에 혈관 질환자들이 더 찾는다.

최 박사를 만난 손 씨는 그 길로 재배를 마음먹었다. 진주에서 첫 재배다. 지난 여름 5000주를 심었다. 재배방법을 잘 모르다보니 여타 멜론처럼 키웠다. 60일이면 수확해야 할 열매가 열리지 않았다. 뿌리 선충방제를 몰라 5000주 모두 갈아엎어야 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올 가을 700주를 다시 심었다. 간절함이 통했을까. 탐스러운 멜론이 주렁주렁 열렸다.

손 씨는 많은 나이에도 새로운 도전을 좋아한다. 천성이 그렇다. 1984년 그는 후배들과 함께 진주에서 바나나를 재배했다. 당시 국내에선 제주도만 바나나를 재배하고 있었다. 파인애플도 심었다. 그때 열대과일에 도전한다는 건 무모한 짓이었다. 1991년 바나나 수입이 시작되기 전까지 계속했다.

“육지에선 처음 했다. 나는 진양호댐 밑에서 하고 후배들은 초전동에서 하고…….그땐 처음이라 우린 돈을 별로 못 벌었다. 우리따라 뒤에 한 사람들이 많이 벌었지(웃음).”

이후 진주에서 감귤을 재배하는 등 새로운 작물 도전은 이어졌다. 돈을 많이 벌려고 했다면 안정적인 작물을 선택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새 작물을 성공시키는데 남모를 희열을 느꼈다. 결국 여든에 가까운 지금도 도전하고 있다. 칸탈로프 멜론 외에도 사과대추, 킹체리를 시험 삼아 심고 있다.

“부모님이 대농(大農)이라서 그런지 어려서부터 새로운 작물 심는 걸 좋아했다. 그러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손 씨는 이번 칸탈로프 멜론 수확을 계기로 규모를 더 키울 생각이다. 네트멜론에 비해 맛도 좋고 효능도 뛰어나 시장만 형성되면 성장 가능성이 높다. 그는 마음 맞는 사람이 있으면 작목반을 구성해 지역 특산물로 만들 계획이다.

“아직 건강하다. 몇 년은 끄떡없다. 새로운 작물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일어나지 못할 때까지 흙을 만지겠다.” 그는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늙지 않는 도전정신을 보였다.
 

강진성기자 news24@gnnews.co.kr

 
진주시 금산면에서 캔탈로프 멜론을 재배하는 손종길씨가 농장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혈관 청소부라고 불리는 칸탈로프 멜론은 다른 멜론과 달리 주황색을 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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