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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페미니즘이 필요하다[시민기자] 더 나은 사회 향한 나비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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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9  23: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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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송희(31세, 가명) 씨는 담임을 맡고 있는 반의 남학생 A군이 같은 반 B양을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A군은 B양에게 입에 담기도 어려운 성적 표현, 여성 비하 발언을 반복했고, 때때로 B양의 부모님을 욕하기도 했다. B양을 왜 그렇게 괴롭히냐는 송희씨의 물음에 A군은 “다들 그렇게 하던데요”라고 대답했다. 송희씨는 “아이들이 인터넷이나 개인방송 등에서 쓰는 혐오표현을 재미삼아서, 혹은 친구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따라한다”며 “이렇게 형성된 공격성은 만만한 여학생을 향해 표출되기 쉬운데, 이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자극적인 1인 미디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의 정제되지 않은 게시글, 게임 도중 오가는 채팅 등 통제가 되지 않는 인터넷 세계 도처에 성 왜곡이 깔려있고, 이를 바탕으로 여성 혐오가 급속도로 자란다. 온라인상에서 시작된 여혐의 씨앗은 오프라인 실생활 까지 번져가, 학교와 회사, 교우 관계에도 퍼져 나간다. 이를 청소년들이 무방비하게 받아들이고, 이들이 자란 뒤 커다란 사회문제로 자리 잡고 만다.

여성 혐오의 밑바탕에는 무지가 깔려 있다. 동시대 여성의 삶과 사회적 위치를 제대로 알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성폭력 방지’와 같이 차별을 적극적으로 시정하려는 움직임조차 ‘역차별’이라고 인식한다. 남성을 몰카, 데이트 폭력, 성폭력, 성추행, 여성 혐오 범죄 등의 잠정적인 가해자로 전제하는 행위라며 불쾌해한다. 결국 남성은 젠더 관계에서 기득권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라고 여기며, 여성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표출, ‘강남역 살인사건’과 같은 범죄로 연결되기도 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페미니즘이 절실히 필요하다. 페미니즘은 남자를 몰아내는 ‘반남성운동’도 아니고, 남성을 적으로 두고 여성의 이익만을 취하려는 이기적인 이념도 아니다. 페미니즘은 성차별에 대응하고 억압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으로, 여성을 위한 것만이 아닌, 사회 구성원 모드를 위한 이념이자 운동 그 자체다.

남자아이는 파란색, 여자아이는 분홍색이 아닌 아이들이 각자 좋아하는 색깔을 탐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자아이는 얌전해야 하고, 외모에 관심이 많아야 하며, 남자아이는 남들 앞에서 울면 안 되고, 조용한 것을 좋아해서는 안 된다는 규칙은 성차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그 아이가 자라서 집안일과 가사는 여성의 몫이 아니라 함께 해나가야 한다는 것도, 여성과 남성의 급여가 같고, 승진의 기회도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지난 9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인터넷상에서 페미니즘 교육의 필요성을 외쳤다. 해당 교사는 영상을 통해 “운동장이 남자 아이들의 공간이 된 것에 어떤 교사도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한다”라며 “이같은 환경 속에서 성적인 사회화를 거쳐 지금의 활달한 기질이 깎여나갈 여자 아이들에 대해 미안함이 크기 때문에 페미니즘 교육을 실천하게 됐다”고 밝혔다.

교사의 소신 있는 발언에 반발한 일부 남성 커뮤니티에는 교사를 비난하는 글들이 게시됐고, 해당 학교와 교육청에 반대 민원을 넣자는 움직임도 일어났다. 반대로 교사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집결했다. SNS상에서는 ‘우리는 페미니즘 선생님이 필요하다’와 같은 해시태그를 붙여 게시글을 게시하며 많은 사람들이 뜻에 동참했다.

손희정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 연구원은 페미니즘을 두고 ‘오염’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강한 사회’가 실제로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고, 문제의 본질을 보여주며 사회를 되려 건강하게 만드는 오염이다.

사회는 페미니스트이거나 아닌 사람들로 나눠져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성차별주의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나뉘어 있을 뿐이다. 차별이 당연하지 않은 것처럼, 페미니스트가 되는 것은 이 시대에서 너무도 당연하다.

우리는 이제 돌이킬 수 없다. 남성에게도 여성에게도 지금 이 사회의 성역할은 가혹하고 부당하다. 이 부당한 원인의 구조가 개편되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나비효과처럼 번져가고 있다. 더 나은 사회를 마주하기 위해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

오진선(시민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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