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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폐기된 공공건축물의 화려한 부활수탈의 아픈 역사…예술·문화로 지웠다
정희성  |  raggi@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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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9  22: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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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스페인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마타데로 아트지구
<2>영화사와 맥주 양조장의 변신
<3>고흐에서 마네까지…미술관이 된 역사<驛舍>
<4>‘보존’ 새로운 가치를 만들다
<5>군산의 랜드마크, 근대문화지구
 
   
서천군 문화예술 창작공간의 리모델링 전 모습.


시골정취가 물씬 풍기는 충남 서천군 장항읍에 위치한 서천군 문화예술 창작공간은 1936년 미곡창고로 지어졌다. 장항에서는 근대 이후 장항 역사의 흔적을 아직도 여러곳에서 볼 수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하나가 미곡창고다.

장항은 일제강점기때 충남 유일의 쌀 집산항이었다. 1930년 10월 개항을 했지만 당시 장항은 갈대만 무성했다. 일제는 이 일대(172만㎡)를 매립해 항만시설을 구축했다. 경기와 충남, 강원 일대의 쌀과 물자를 일본으로 반출하기 위해서다.

전국에서 수탈한 쌀과 물자 등을 보관하기 위해 창고도 항구 주변에 지었는데 지금의 서천군 문화예술 창작공간도 포함됐다. 일제강점기 이후 미곡창고는 제련소로 잠시 이용됐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오랜기간 방치됐던 이곳이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12년 7월이다.

전국의 버려진 공장을 돌며 미술작품 전시를 하는 공장미술제(선셋장항페스티벌)가 열리면서 부터다. 전국의 젊은 작가 110여 명이 이곳에서 음악축제를 비롯해 회화, 조각 등 작품 전시를 선보이며 새로운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 조용한 마을에 문화의 바람의 불기 시작한 것이다.

공장미술제를 계기로 서천군은 미곡창고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로 마음먹고 미곡창고를 매입했다.

   
현재의 모습.

군은 다음해인 2013년 콘크리트 기둥과 천장 구조물, 천장을 받들고 있는 철제 빔 등 옛 상태를 최대한 보존한 채 미곡창고를 서천군 문화예술 창작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이후 2014년 인형극단, 연극패, 전시팀으로 구성된 지역예술인이 시범사업을 진행됐으며 그 이후부터 인형극단 ‘또봄’이 서천군으로부터 위탁을 받아 다양한 전시, 공연,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예술 창작공간은 전시장(다목적 홀)과 공연장, 체험카페, 회의실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매년 공연과 전시, 미술관련 체험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매년 1만 여명의 관람객과 주민들이 찾는 서천군의 새로운 명소로 재탄생한 이곳은 지난 2014년 7월 독특한 건축기법과 역사적 교육자료로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제 제591호 지정되기도 했다.

서천군은 “문화예술 창작공간은 일제강점기때 일본이 우리나라 쌀을 수탈하기 위해 만든 아픈 역사를 가진 근대문화유산”이라며 “건축원형을 보존한 채로 리모델링을 해 지역문화 예술인, 지역민과 관광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희성기자

 
볼거리·체험거리 가득한 그 곳

◇창작인형극=서천에서 2011년 창단한 인형극단 ‘또봄’이 맡고 있다. 2014년부터 매월 2회씩 자전거, 신비한 옷(한산모시 이야기), 창고모탱이, 학교가는 길 등 남녀노소가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소통하고 있다.
◇진로직업체험 프로그램=작곡가와 함께하는 음악교육, 문화기획자의 이모저모 등이 있다.
◇공연=매월 1회 재즈, 포크송, 현악 사중주, 마임,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펼쳐진다.
◇전시=지역작가에게는 발표의 기회를, 지역민에게는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지역작가 초대전’을 비롯해 다양한 예술가들과 장항지역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전시, 워크숍인 ‘장항리서치’, 작가공모지원전, 누구나 자신의 예술을 발표할 수 있는 ‘대관 전시’를 운영중에 있다.
◇체험교육 프로그램=모시공예, 도자기·타일 페인팅아트, 3D 프린팅 체험, 가죽 공예를 배울 수 있다.
◇선셋(sunset) 페스타=매년 가을 연극, 콘서트, 전시, 체험 등이 어우러지는 복합예술축제로 지역협력가관과 지역예술인들이 힘을 모아 개최하고 있다.


서천군 문화예술 창작공간
서천군 문화예술 창작공간의 내부 모습. 리모델링을 했지만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특히 내부 콘크리트 기둥에 새겨진 커다란 숫자가 눈길을 끄는데 이는 소유주가 바뀔 때 등기부등본에서 등록된 연월일을 표기한 것이다.
다목절 홀(공연장) 모습
다목적 홀(공연장) 모습. 일제강점기에 지은 콘크리트 기둥과 목조 천장 골격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이애숙 대표
이애숙(서천군 문화예술 창작공간 대표)

서천군 문화예술 창작공간 이애숙 대표
“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한 미곡창고…투자와 열정이 중요”

서천군으로부터 문화예술 창작공간을 위탁 받아 운영 중인 이애숙 인형극단 ‘또봄’ 대표는 “2014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서천에 있는 예술관련 그룹들을 묶어서 공연, 전시 등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많은 예산을 들여 리모델링을 했지만 관광객과 지역민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회상했다.

이 대표는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 낮은 상황에서 운영을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1년차에는 공연을 주로 했고 2년차에는 ‘근대 5대 명창’으로 불리는 중고제(中高制) 판소리 대가인 서천 출신 이동백(1866~1950) 선생을 주제로 전시회를 여는 등 서천과 관련된 문화예술사업을 지속적으로 실시했다. 시간이 지나자 여기가 서천과 관련한 문화활동을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조금씩 관심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3년차에는 지역예술인과 연계했고 인형극 등 대중과 친숙한 공연도 자주 열었다. 또 노인요양원 등을 방문해 무료공연도 했다”며 “그 결과 지금은 지역주민을 비롯해 관광객, 단체 방문객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예술 창작공간은 현재 군에서 1년에 1억 5000만 원 정도의 지원을 받고 있다. 수익사업을 하고 있지만 운영비와 인건비, 공연·전시비용으로 대부분이 나가기 때문에 활성화를 위해서는 군의 지원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문화예술 창작공간의 1년 스케줄은 꽉 차있다. 지역작가의 전시회가 한 달에 한 번씩 열리고 청소년 밴드, 지역 전통팀, 플라멩고팀 등도 초청해 공연을 하고 있다. 또 도자기 만들기, 가죽공예 등 다양한 체험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문화예술 창작공간이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형성과 ‘문화벨트’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곳이 활성화되면서 지역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며 “하지만 인프라 부족은 극복해야 하는 과제다. 건물자체로 보면 복합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전시공간으로써의 전문성, 공연장으로써의 시설요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꾸준한 투자가 돼야 확실한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희성기자 raggi@g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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