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6 (533)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6 (533)
  • 경남일보
  • 승인 2017.11.02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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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6 (533)

피하지 말고 맞서자 피하지 말고 맞서자. 내 몸뚱이 하나 소지 올려서 내 자식들만은 구하자. 어머니는 무서운 불길에 맞서 그런 다짐을 했을 것이다. 무엇 하나 자신의 의지대로 해보지 못한 자기 인생에 대한 회한을 그런 자학으로 풀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양지는 불구덩이 속에서 헤매고 있다는 명자어머니의 꿈을 믿지 않을 것이다. 양지는 해원 굿으로 정말 해원이 되는지 안 되는지 모르지만 굿마당에다 다시 어머니를 내세우게 허락하지 않겠다고 강력한 일침을 놓았다.

억지로 차 한 잔을 얻어 마신 뒤 못이긴 척 일어서던 명자가 다시 한 마디 양지를 돌아보고 말했다.

“참 언제 너희들 만나러 기철이가 한 번 올 거야.”

“기철이가 왜?”

“너거하고 우리하고 디엔에이 검산가 그거 한 번 한단다.”

“아직도 그 일 때문에?”

“남자들, 특히 우리 기철이 걔 한 번 마음먹은 거는 물고 늘어지는 기질 있다 너. 저도 의원님이 됐으니까 집을 한 번 제대로 바로 세워 보겠다는 거 아냐.”

그들이 원하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양지는 단번에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동안 별스러운 반응이 없기에 이제 그 부분은 단념을 했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회적으로 기반을 다졌고 소견이 든 만큼 남자 구실을 하고 싶다면 기철의 행동은 더 강하고 집요하게 진척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주 대하고 있기 거북한 사람 어서 돌아가기를 바랐지만 다시 자리에 앉은 명자는 얼른 일어서 돌아갈 생각을 않는다. 준비하고 왔던 것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다시 이어나갔다.

“내가 말이다, 이런 말하면 니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성냄이 생각해서, 충고 하나 할 거니까 네 언니가 하는 말이다 생각하고 들어라. 너도 그 얼굴에 인상 좀 펴고 살아라. 너네 식구들 내림인지 모두들 사흘 굶은 시에미상통으로 찡그리고 그런데, 그라모 들어 올 복도 안 들어온다. 인상이 좀 푸근하고 환하게 보여야 그래도 뭔가 있어보여서 주위 사람들이 돕거나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귀신이 얼매나 눈치가 빠른데 주고 싶던 복도 안준다. 너 사람 사는 게 뭐니. 책에서는 안 가르쳐 주지만 사람끼리 어울리서 서로 돕고 살아가는 거다. 너랑 마주하고 있으면 찬바람이 사르르 돈다. 덕을 보이는 사람도 있고 손해를 보이는 사람도 있는 기 정칙인데 눈에 안 보이는 막을 딱 쳐놓고 사람을 경계하는 눈치가 인상으로 빤히 드러나는데 무슨 일인들 까탈없이 잘 풀리겠니. 참 그리고 또 내가 깜빡 잊었다. 네 언니, 네 언니 귀남이도 여기 같이 산다며? 어딨니? 불러 와 한번 보고 싶다. 성냄이 그거 살았을 때 걔 별명이 성남이 끈 줄이다. 제 운명이 그리 될 줄 미리 알았는지 어디를 가도 쫄쫄, 쫄쫄. 어찌나 따라다니는지 나중에는 우리가 헷갈려서 성남이가 혼자 오면 오히려 이상해서 문을 안 닫고 기다리다가 왜 오늘은 귀남이 그 끈 줄이 안 따라오느냐고 물었다니까.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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