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이름 아호(雅號)
최석찬((사)한국서예협회 진주지부장)
우아한 이름 아호(雅號)
최석찬((사)한국서예협회 진주지부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12.0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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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태어나면서 이름을 갖게 되는데, 부모님이 주신 이름을 가장 존귀하게 여겨 함부로 부르지 않으려는 뜻에서 허물없이 부를 수 있는 별명인 호(號)를 사용했다. 이 호를 아름답게 표현하는 말을 아호(雅號)라 한다. 일반적으로 호는 집안 어른들이나 스승, 또는 가까운 벗들이 지어서 부르게 되는데 호는 그 사람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준다. 우리의 본명이 내 의사와 무관하게 부모의 뜻에 의해 지어졌다면, 호는 스스로 자호한 것이든 다른 사람이 지어준 것이든 본인의 삶의 방향이나 의지 등이 반영된 이름이기에 그 사람의 존엄이고 함부로 훼손할 수 없는 인격이라 할 수 있다.

호에 관한 한 일가견이 있는 신용호라는 사람은 ‘호 짓는 방법’으로 네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소처이호(所處以號)이다. 이는 생활하고 있거나 인연이 있는 처소를 호로 삼는 것으로 율곡선생은 고향이 밤나무골이란 연유에서 율곡(栗谷)을 호로 삼았다. 둘째 소지이호(所志以號)이다. 이는 이루고자 하는 뜻을 호로 삼는 것으로, 남명선생은 한번 날개 짓에 구만리를 난다는 붕(鵬)새가 가고자하는 목적지인 남쪽의 큰 바다 남명(南冥)을 호로 삼았다.

셋째 소우이호(所遇以號)이다. 이는 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여건을 호로 삼는 것으로 퇴계선생은 고향으로 물러나 시내를 벗하면서 학문에 증진하고자 퇴계(退溪)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소축이호(所蓄以號)이다. 이는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것 가운데 특히 좋아하는 것으로 호를 삼는 것이다.

고려 후기 문신 이규보선생은 시·술·거문고 세 가지를 좋아하여 삼혹호(三酷好)라 하였다가 나중에는 구름에 묻혀 있는 자신의 처지를 좋아하여 백운거사(白雲居士)로 바꾸기도 했다.

옛 선조들은 관례를 치르고 나면 성인이 되었다하여 함부로 이름을 부르지 않고 자(字)나 호를 불렀다. 역사의 인물이나 유명인들 중에는 본명보다 호가 더 친숙한 경우가 많이 있다. 율곡선생이 그렇고 퇴계선생이 그렇다. 김소월은 본명이 정식이고, 조지훈은 동탁이다.

요즘 호는 문인이나 서화가들만 갖는 것으로 잘 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호는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소박한 것이다. 그러니 유명인만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존경하는 분이나 점잖은 어르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기는 민망한 일이다. 누구나 부르기 좋고 우아한 뜻을 담은 호를 하나씩 지어서 서로 예우하는 마음을 갖고 사용해보면 어떨까.


최석찬((사)한국서예협회 진주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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