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에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나이 지긋한 70세 정도는 돼 보이는 어르신이 지사 민원실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분은 자신의 통장을 보여주면서 전액을 일시에 납부하고 연금으로 지급받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전산으로 확인해보니 국민연금 가입이력이 전혀 없는데다, 법정연령을 초과해 가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자 그분은 자신이 이렇게 오래 살지 몰랐고 주변에 있는 지인들이 연금을 받고 있는 것이 부럽다는 말을 하고서 민원실을 나서는데 그 뒷모습이 내내 잊혀 지지 않았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80세를 넘어서고 노인인구의 비중이 14%가 넘는 고령화사회로 진입하면서 국민들의 노후준비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뜨거운 반응과는 다르게 실제 국민들의 노후준비는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막연하게 노후준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잘 모르거나 때로는 현재의 삶이 힘들다는 이유로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노후준비는 다른 누구에게도 나중으로도 미룰 수 없는 것이다.
막상 시작하려고 해도 노후준비를 위해서는 재무뿐만이 아니라 건강, 여가, 대인관계 등 고려해야할 항목이 많고 개인이 처한 상황과 원하는 욕구가 달라서 나에게 맞는 노후준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기는 쉽지 않다. 이를 위해 공단에서는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지원되는 노후준비서비스를 2015년 12월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
노후준비지원법에 따라 현재 109개 국민연금공단 지사에서 누구나 노후준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노후준비 진단지표를 작성해 현재 나의 상태를 확인하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고 노후준비계획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올해부터는 노후준비 관계기관 연계서비스를 실시해서 다양한 연계기관을 소개시켜주기도 한다. 또한 내방이 어렵다면 인터넷에서 국민연금공단 내 연금 사이트(http://csa.nps.or.kr)에서 본인의 노후준비정도를 체크해볼 수 있다.
노후준비는 노인이 되어서 시작하면 이미 늦다. 아무리 좋은 서비스라도 본인이 활용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피하고 싶은 노년에서 준비하고 기다리는 노년이 될 수 있도록, 노후준비에 자신만의 인생설계도를 세우고 행동하는 첫 걸음이 필요한 때이다.
정재훈(국민연금 진주지사 행복노후준비지원센터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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