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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포럼] 적폐 청산
윤창술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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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5  15:4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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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청산에 대한 논란이 갈수록 뜨겁다. 이는 주로,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인 적폐의 청산방법에 대한 것인데 크게 두 가지의 견해로 나눠지는 것 같다. 먼저 각종 농단으로 인한 적폐가 있다면 이에 대한 참회와 최소한의 인적 청산 노력을 보여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간적으론 안 된 일이지만 역사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므로 보복으로 비칠 것을 우려해 인적 청산을 머뭇거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적폐는 과거의 유산에 대한 것이지만 청산은 미래 지향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므로 적폐 청산은 특정인, 특정 세력에 대한 응징이 아니라 다시는 그런 폐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의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겹겹이 쌓인 적폐 청산에 대해 200년 전 다산 정약용은 이미 목민심서에서 답을 제시한 바 있다. 다산은 “이(利)에 유혹되어서도 안되고 위세에 굴복해서도 안된다. 비록 상사가 독촉하더라도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하였는데, 이는 조직이 무너지는 건 위에서 시키는 일에 기꺼이 굴종해 온 사람들도 간접적인 부역자로서 책임이 있다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때문에 상사의 지시였고, 하던 대로 했을 뿐이라는 변명으로 대충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또 “해롭지 않은 법이야 변함없이 지켜야 하고 합리적인 관례는 따르며 어겨서는 안된다”라며 “법을 위반해 처리한다면 하늘이 벌을 내린다”라 하여 적폐 청산은 하늘의 뜻이지 인간이 하는 일이 아님까지를 언급했다. 200년 전 조선사회에서도 인적 청산과 제도 개선은 함께 이루어져야 적폐가 청산된다고 보았던 것이다.

잘못한 세력이나 특정인을 그냥 두고 넘어가야만 사회통합이라면서 인적 청산이 수반되는 적폐 청산을 비판하려면 성찰이 전제되어야 한다. 적폐 청산은 일차적으로 팩트에 관한 것이다. 그런 사실이 있다면 적폐를 저지른 당사자들에게는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는 법치를 생명으로 하는 입헌공화국의 책무이다. 만약 이것이 의도된 불순한 흐름이라고 주장하려면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먼저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다른 팩트를 제시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리되면 지금의 팩트들과 크로스체크 되면서 이른바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 것이고, 나아가 합당한 사유가 확인된다면 그 또한 그것대로 판단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팩트는 제시하지 않고 심증적인 주장만 하는 것은 사실을 성찰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단편적으로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찰은 한순간 자신을 부끄럽게는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강하게 만든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이 팩트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줌으로써 인식의 지평을, 그리고 그 결과로써 사태 판단의 합리성과 진정성을 넓혀주기 때문이다. 예전에 이화여대 학생들이 보여 주었던 성찰적 용기 또한 그들의 모교를 부끄럽게 만든 것이 아니라 궁극에는 더 강하게 하는 일임이 확인되었듯이. 다만 그러한 성찰은 신속하게 마무리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알베르 카뮈도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이다.”라고 설파했다. 적폐 청산이 없으면 흑역사는 계속 된다는 의미일 게다. 적폐를 제대로 청산하지 않고 대충 넘어가면 반드시 재발한다는 것은 지난 몇십년의 역사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생생한 교훈이기도 하다. 다만 적폐의 청산은 속전속결의 인적 청산과 함께 제도적 차원에서 적폐가 재생산되지 못하도록 이를 방지하는 방향으로 일관되고도 치열하게 수행돼야 한다. 그랬을 때 비로소 적폐가 거듭 출몰하여 비정상이 정상인 양 국면을 호도하는 사태가 더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생생한 역사의 교훈은 과거의 잘잘못을 성찰하여 현재를 개선하고 미래를 능동적으로 구성해 나가는 활동 그 자체로서 후세를 경계하기 위함이다. 아무튼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꾸었다고 믿었는데, 돌아보니 원래 있던 그대로 돌아가 있었다, 그것이 지금껏 적폐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결과라고 한다면 이 얼마나 허망한 이야기인가. 인적 청산과 제도 개선은 동전의 앞 뒷면이 될 수 없다. 그래서인지 한 해의 끄터머리에서 다산의 글이 쑥 들어온다.


윤창술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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