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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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7.11.3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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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시극 ‘순교자의 딸 유섬이’ 집필과 공연(2)
 

 

순교자의 딸 유섬이가 1801년에 거제 관비로 유배와 1863년 동정녀로 죽었는데 어떤 경로로 그 발자취가 드러나게 된 것일까? 2014년에 드러난 것이니까 죽은지 딱 151년만이었다. 순교자들의 흔적은 순교사에 드러날 만큼은 드러났지만 순교자들의 자녀나 가족들의 이후 행적은 거의 매몰되어 드러나지 않은 것이 통례처럼 되어 있어 생각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가슴 아픈 일로 여겨져 왔다. 경위는 다음과 같다.

교회사 연구가인 하성래 교수(수원대 명예교수)가 그의 선조인 하겸락(1863년 거제부사, 1825-1904)의 문집 ‘사헌유집’의 해제를 집필하다가 우연히 문집에서 ‘부거제 附巨濟’조에 유섬이라는 관비 이야기가 나와 깜짝 놀랐다. 하교수는 이 자료를 조사 정리한 ‘거제로 유배된 유항검의 딸 유섬이의 삶’을 2014년 4월호 ‘교회와 역사’에 보고했다. 그 글에는 9살 여자아이 유섬이가 1801년 신유박해때 부모를 순교로 잃고 큰 오빠 둘째 오빠까지 처형된 뒤 거제부 관비로 연좌제에 의해 유배되어 동정을 지키며 71세까지 살다가 죽은 참으로 슬프고 거룩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하부사는 유섬이의 삶이 거룩하여 유처녀가 죽자 제문을 짓고 ‘七十一歲柳處女之墓’ 아홉글자를 무덤 앞 돌에 새겨 주었다.

하부사는 제문에서 “유처녀의 그 결백한 정절이 드높은 하늘에 통했도다. 만일 그 처녀가 남자의 몸으로 태어났더라면 임금을 받들어 충성함이 해와 달을 꿰었을 것이며 정성 어린 마음은 쇠붙이와 돌덩어리도 뚫었으리라”하며 칭송해 마지 않았다. 관비를 관리하는 부사가 이런 극찬을 한 것은 모르긴 하되 역사에 없는 일이 아닐까 한다. 또 유처녀가 성장하여 어엿한 처녀가 되었을 때 혼인을 원하는 총각들이 처녀를 탐내므로 유처녀는 양모에게 부탁하여 찰진 흙과 돌을 섞어 흙돌집 하나를 지어 달라고 하여 요청했고 그 집은 햇빛 들어오는 작은 구멍과 식판 길쌈이 드나들 수 있는 구멍하나만 내고 온전히 봉쇄해 달라고 했다. 그리하여 그 토굴 같은 집에서 25년을 지내며 기도하며 길쌈하며 바깥세상과는 절연했던 것이다. 이 내용도 제문에 담겨 있다.

그러면 여기서 유섬이의 가족에 대해 일단 알아볼 필요가 있다.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순교자 123위’에 의하면 아버지 유항검(1756- 1801) 순교자는 세례명이 아우구스티노로 전북 전주 초남이(완주군 이서면 남계리)의 양반 집에서 태어나 1784년 한국 천주교회가 창설된 직후에 천주교 교리를 배워 입교하였다. 전라도 지역 최초의 신자가 된 것이다.

1801년에 순교한 유중철 요한과 유문석 요한은 그의 아들이고 그 이듬해에 순교한 이순이 누갈다는 그의 며느리이며 유중성 마태오는 그의 조카이다. 유항검에게 교리를 가르쳐준 사람은 경기도 양근에서 살던 인척인 권일신이었다. 그는 권일신 집에서 주요 교리를 배웠고 이내 이승훈에게 세례를 받은 뒤에 고향으로 내려와 복음을 전하기 시작하였다. 가족과 친척은 물론 그의 집에 있던 종들도 전교 대상으로 삼았다.

1786년 봄 이승훈 베드로를 비롯하여 지도층 신자들이 모임을 갖고 임의로 성직자를 임명하였을 때 유항검은 전라도 지역의 신부로 임명되었다. 이른바 가성직제도의 신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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