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우리 안에 <트로이의 목마>는 없는가?
김중위(전 고려대 초빙교수)
[경일포럼] 우리 안에 <트로이의 목마>는 없는가?
김중위(전 고려대 초빙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12.1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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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전쟁이라고까지 일컬어졌던 트로이의 전쟁얘기를 통해 오늘의 우리를 한번 되짚어 보면 어떨까 싶다.

전쟁의 시작은 이렇게 전개되었다. 훗날 아킬레우스의 부모가 될 아버지 펠레우스와 어머니 케티스의 결혼식에 모든 신들을 다 초청해놓고 하필이면 질투의 여신인 에리스만 초청을 하지 않았다. 에리스는 질투심에 불탄 나머지 훼방 놓을 생각으로 잔치상 한복판에다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게”라고 써놓은 황금의 사과 하나를 집어 던졌다. 서로가 더 미인이라고 다투던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와 제우스의 아내인 헤라와 사랑과 풍요의 여신인 아프로디테가 서로 자신이 사과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싸우기 시작했다.

싸우다가 지친 이들은 제우스를 찾아갔다. 그러나 제우스는 누구에게도 원망을 듣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이 세 여신을 이데라는 산으로 보내 양치기로 있는 파리스의 심판을 받아보도록 했다. 파리스는 트로이의 왕자이면서도 태어나자 마자 트로이를 멸망시킬 것이라는 예언에 의해 버려진 신세로 있었던 것이다. 세여신은 저마다 파리스를 향해 공략하기 시작했다. 헤라는 자기에게 금사과를 주면 권력과 부(富)를 파리스에게 안겨주겠다고 유혹을 했고 아테나는 지혜와 전쟁에서의 승리를,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파리스는 아름다운 여인을 원했다. 이렇게 해서 황금의 사과는 아프로디테의 것이 되었다. 아프로디테는 약속대로 당대 최고의 미인인 스파르타의 왕 미넬라우스의 왕비 헬레네를 파리스에게 소개해 주었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도음을 받아 스파르타에 가서 헬레네를 데리고 트로이로 왔다.

왕비를 빼앗긴 스파르타의 왕 미넬리우스가 그리스 연합군을 편성하여 헬레네를 되찾기 위해 트로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 내용이 장대한 서사시로 소설로 영화로 엮어져 내려와 유명해진 <트로이 전쟁>이다.

전쟁이 승패가 나지 않자 그리스군은 계략으로 트로이를 정복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오디세우스가 제안한 안이 <트로이의 목마>이야기다. 그리스군은 퇴각하면서 목마를 남겨놓았다. 그러나 그 목마는 그냥 목마가 아니라 트로이를 정복하기 위해 그리스 군사들을 숨겨놓은 목마였다. 모든 트로이 사람들이 모처럼의 전쟁종식에 환호하면서 꿈속에 젖어 있을 때 목마에 매복해 있던 그리스 군사들이 목마에서 뛰쳐나와 트로이를 정복한다는 얘기다.

이 얘기에서 우리가 주목 할 것은 그 목마는 트로이를 멸망시킬 목마라는 사실을 수도 없이 경고한 사람이 있었음에도 트로이 사람들은 이를 들은 척도 안했다는 사실이다. 라오콘이라는 예언자가 “계략에 속지 말라”고 외치는 절규도 못들은 척 했다.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딸 카산드라 또한 이미 수도 없는 기회에 그리스가 놓고 간 목마의 위험성을 애타게 외쳤다. 그러나 그의 말을 알아듣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이유가 있었다. 일찍이 카산드라는 예언은 하되 아무 누구도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도록 한 주술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 말은 무엇을 뜻하는가? 사람들은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 수도 없이 카산드라가 나라의 위기를 예고해 주었지만 사람들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신화에서만 있는 얘기일까? 아니다. 주술은 카산드라에게가 아니라 오히려 카산드라의 말을 듣지 못하도록 트로이 시민들에게 덮어 씌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많은 국민들이 북한의 핵위협에도 아무런 위기의식을 가지지 않는 오늘의 우리 현실과 무엇이 얼마나 다를까?

신화가 그냥 신화가 아니다. 신화를 신화로 읽으면 신화요 역사로 읽으면 역사다. 역사는 내일의 어제다. 어찌 신화를 허구라고만 여길 것인가?

 
김중위(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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