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윤회설(윤회說)을 생각하며
[월요단상]윤회설(윤회說)을 생각하며
  • 경남일보
  • 승인 2017.12.10 10: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죽음도 삶의 한 부분이라 생각하며 산길을 걷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고즈넉한 산사 앞에 머물기도 한다. 누구나 산사 앞을 지나다 보면 가사장삼(袈裟長衫)을 입은 스님들의 모습에서 가슴에 흐르는 삶의 본 모습을 느낄 수 있듯, 조용히 울려 퍼지는 산사의 풍경소리 들으며 잡념과 범민을 밀어내고 마음을 씻어 내고픈 건 왜일까? 침묵의 공간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매서운 바람결에서도, 눈이 닿는 흰 구름자락에서도, 때와 먼지를 씻어낸 가장 순수한 자신의 참 모습을 찾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계곡을 돌아쳐 흐르는 청아한 물소리와 독경소리 들려오는 고즈넉한 산사, 그 산사의 그윽한 풍경소리는 인간의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건 아닐까? 섬돌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흰 고무신을 뒤로하고 법당의 문을 열면 부처님이 걸어 나올 듯한 산사의 주변을 조용히 거닐 때쯤, 법당에서 들리는 스님의 목탁소리에 어느 누군들 아름답고 고운 마음이 되지 않으랴. 조용히 독경소리에 귀 기울이면 내면의 소리는 가파른 세상, 곡절 많은 인생길을 차분하게 붙잡아 주리라.

고즈넉한 산사에 내려앉은 잔잔한 기운에서 부처님의 미소를 느끼며 소중한 삶을 위해 스님의 설법을 듣는 듯 그 어떤 경지에도 이르지 않을까?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들으며 마음에 먼지도 털어내고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와 웃음 띤 얼굴로 선하게 살아갈 수 있길 바라자. 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 조금씩 욕심을 내려놓는 그것으로 시작해, 보람 있게 살다보면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으리라.

인간이라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죽음에 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자 어디 있으랴. 종교를 믿든 안 믿든 살아서의 행동, 즉 선악에 따라 환생의 모습이 달라진다는 윤회설을 생각한다면 현재의 삶을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이를테면 열반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이 지금의 생이 끝나면 인연이 닿는 다음 생애에 무엇으로 태어나든 수억 겁의 세월을 이어 살게 된다는 깊고도 미묘한 윤회설을 생각하게 된다는 뜻이다.

생명이 있는 존재는 미혹의 세계에서 삶과 죽음의 반복이 수레바퀴처럼 돌아간다고 하였기 때문에 정해져 있는 생명을 누구든 거부할 수는 없다. 다만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좋은 선업을 쌓아서 현재의 삶을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다면 다시 태어나도 좋은 모습으로 이어 살지 않을까 한다. 그래야만이 인연 맺었든 모든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나를 좋아하거나 미워하는 사람들조차도 아름답고 깨끗한 새 몸을 얻어서 살아준다면 그 들과 다시 함께 할 수 있는, 참으로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