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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6 (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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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7  21: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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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6 (539)

“이건 중국젠데, 아부지 또 약장수 구경 갔었구나. 내가 못살아. 아부지 딸 돈은 어디서 흙 파 온 거랍디까?”

“걱정마라. 그 딸년은 니 매이로 생색 안낸 깨 괜찮네.”

능갈치는 아버지의 음성은 믿는 무엇의 힘으로 전처럼 맥없지 않았다. 순간 집히는 데가 있었다. 호남이도 양지와 이심전심인 모양이다.

“그럼 또 거기 갔더란 말예요? 키우는데 똥귀저기 하나도 안 보탠 양반이 참 염치도 좋지. 거기가 어디라고 뻔질나게-”

“이 년들이 또 애비 교육 시키네. 이년들아, 그래서 내가 말한다만 사람은 자식을 많이 낳아야 돼. 나를 봐라. 그 애들은 애비 잘못만 옴니암니 따질라꼬 뎀비는 네 년들하고는 질적으로 달르다꼬 몇 번이나 캤제?”

“다르긴 뭐가 달라, 사람 속 거기가 거기지. 그럼 딸년들 앍아서 중국 여행이라도 갔던 거예요?”

“앍기는 누가 앍아. 제 스스로 보내주더라 와! 네 년들하고 같을 깨미? 이 세상에 나게 해준 것만도 고맙다꼬 내 손을 꼭 잡고 눈물 흘리던 그것들한테 속으로 좀 미안하기는 하지.”

“그럼 쌍둥이 둘이서 여행비를 댔단 말예요?”

“작은 아가 첨에 티켓인가 뭔가 있는데 아버지 중국여행 안 가보셨지요 하는데 사실 벼룩도 낯짝이 있다꼬 내가 뭐 막말로 있는 줄도 몰랐고 돌보지도 못한 자식인데, 못간다꼬 했제. 그랬더니 보험회사 댕기는 작은 애는 경비를 대고 식당 하는 저 언니가 잡비는 대기로 벌써 약속이 다 돼 있으니깨 염려 말고 댕기오라꼬 떼밀다피시 하더라. 덕분에 장가곈지 원가곈지 구경은 잘했다만, 네년들이 애비 취급을 우떠크럼 하는지 알면서도 선물은 그래도 이것 먼저 사게 되더란 말이다.”

기세 좋게 시작했던 깐에 비해서 조금씩 시무룩해지는 듯 보이던 아버지는 기색이 돌변한 노여움을 발끈 터뜨리며,

“알았다. 내삐리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

라는 말을 마치 가래침 뱉듯이 남겨놓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렸다.

“누가 이런 것 가져다주면 좋아할 거라꼬. 내심으로 언니가 먹기를 바라는 모양인데 언니도 먹지마. 또 기가 살아나는 것 봐. 하여튼 못 말리는 영감탱이다.”

아버지가 나가기 무섭게 호남이도 아버지의 선물을 쓰레기 버리듯이 한쪽 구석으로 박아버렸다. 양지는 우울한 심정으로 가만히 앉아있었다. 있는지도 모르게 자란 딸들은 아예 아버지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아서 그럴까. 아버지에게 그들이 보이는 성의는 들을 때마다 호남이나 양지에게 쓰디쓴 웃음을 흘리게 했다. 아버지는 이제 맞상대할 선상에서 제외시킨 지도 오래됐건만 양심도 없이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꺾지 않는 것을 보면 더 미얄스럽다. 더구나 정신분열증에 시달리고 있는 귀남을 생각하면 아버지의 가슴을 활짝 뒤집어보고 싶을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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