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라는 말은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 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내는 것을 말한다. 사전에서의 뜻은 가치중립적이지만 같은 단어를 바라보는 관점은 각기 다르기 마련이다. 최근 십여 년간 우리나라에서 은퇴는 여유로움보다는 불안함이나 두려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컸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55년부터 62년생을 지칭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와 함께 이전 시대에서 겪어보지 못했던 저출산 저성장 저금리 3저시대와 고령화 등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야 어느 정도 있기 마련이지만, 안타까운 점은 이것이 사회전반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노후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조급함을 부추긴다는 점이다. 은퇴 후 고정 수입이 없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해당분야의 지식이 별로 없으면서도 사업을 벌이거나 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은 실패하기 쉽고 높은 수익률은 큰 위험성을 내포하거나 실상은 거짓인 경우가 대다수다.
노후준비는 막연하게 10억, 20억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은퇴 이후의 수입과 지출을 계산하는데서 출발한다.
수입자금은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공적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으로 대표되는 연금소득과 임대소득 및 이자소득 등이 포함된다. 연금소득의 경우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http://100lifeplan.fss.or.kr/)에 접속하면 자신의 예상연금액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지출자금은 의식주와 관련된 생활비 및 공과금과 같이 고정적으로 발생하는 금액과, 의료비나 여행비용 등 변동적으로 발생하는 금액을 말한다.
재무설계는 이러한 수입·지출을 비교해 예상되는 부족액을 분석해 목표를 설정하고 자금을 추가적으로 모으기 위한 연금수령액 증액, 금융상품 활용, 재취업 등 자신에게 맞는 계획수립 및 방안을 찾고, 지속적인 점검 및 보완하는 일련의 과정을 반복한다.
따라서 재무설계는 내가 얼마를 더 벌 것인지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소득을 인생의 목표에 맞게 얼마나 잘 쓸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처럼 나의 약점과 강점을 충분히 알고 준비한다면 은퇴는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인생의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정재훈(국민연금 진주지사 행복노후준비지원센터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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