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12월의 단상(斷想)
고영실(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경일칼럼]12월의 단상(斷想)
고영실(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12.1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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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달력 한 장 짐짓 무엇으로 살아왔냐고 되물어 보지만 돌아보는 시간엔 숙맥 같은 그림자 하나만 덩그러니 서있고 비워야 채워진다는 진실을 알고도 못함인지 모르고 못함인지 끝끝내 비워내지 못한 아둔함으로 채우려는 욕심만 열 보따리 움켜쥡니다.” ‘오경택’ 시인의 “12월의 공허” 라는 시의 일부분 이다. 시간은 냉정하고 무심하다. 모든 것을 변하게 한다. 살아있는 것은 죽음으로 이끌고 죽은 것은 기억에서 서서히 지워버린다. 시간은 되돌릴수도, 되돌아갈 수도 없이 쏜살같이 흘러간다. 새해를 맞이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올해의 끝자락 12월이다. 1년 중 유독 12월이 되면 두 종류의 소리를 어김없이 꼭 들을 수 있다. X-mas 캐럴송이 울려 퍼지고 구세군 자선 냄비의 종소리도 울려 퍼진다. 연말이 되면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자신보다 불우하고 어려운 주위를 먼저 둘러보라는 울림의 소리다. 울려퍼지는 소리는 달라도 소리에 담긴 의미는 동일하다. 크리스마스는 christ(그리스도)+mas(미사, 예배)로 기독교의 창시자인 아기 예수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고 기뻐하며 예배하는 날이다. 예수님은 모든 인류를 구원 하시려고 이 땅에 가장 낮은 자세로 오신 것이다. 자백과 회개를 통하여 용서하고 화해하여 불쌍하고 가난한 소외 계층을 먼저 생각하고 봉사하는 사랑을 실천하는 날이다. 종교의 정신이 바로 그런것 아닌가.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혀주고, 남에게 먼저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 가난하고 불쌍한 이웃을 먼저 보살펴 주는 것 말이다. 구세군 자선냄비의 딸랑딸랑거리는 종소리는 1891년 성탄이 가까워 오던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서 배 한 척이 난파 됐을 때 구세군 사관 조셉 맥피가 난민을 구호하기 위해 자선냄비의 첫 종소리를 울리게 되었다. 도시 빈민들과 갑작스런 재난을 당하여 슬픈 성탄을 맞이하게 된 천여 명의 사람들을 먹여야 했던 구세군 사관 조셉 맥피가 오클랜드 부두로 나아가 주방에서 사용했던 큰 쇠솥에 다리를 붙여 거리에 내 걸었다. 그리고 그 위에 이렇게 써 붙였다.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성탄절에 불우한 이들에게 따뜻한 식사를 제공할 만큼의 기금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그 돈으로 따뜻한 스프를 끓여 난민들에게 먹이고 위로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1928년 당시 한국 구세군 사령관이었던 박준섭 사관이 서울 도심에서 낡은 양은냄비로 첫 모금을 시작했다. 불쌍하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따뜻한 온정이란 측면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송과 자선냄비의 종소리는 소리는 달라도 내면에 담겨있는 그 정신은 동일한 것이다. “또 한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 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시간들을 고마워 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라고 읊었던 이해인 수녀님의 “12월의 시”처럼 올해가 저물기엔 그래도 아직 남아있는 시간이 있기에 보육원이나 양로원을 방문하여 사랑의 입김을 불어넣어주시고 교도소와 경찰서 유치장을 방문하여 용기와 위로를 전하는 올 12월이 되었으면..
 
고영실(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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