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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포럼]소설 ‘태백산맥’ 고발사건에 빗대 보는 현실
전점석(명예총장(창원Y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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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12  23: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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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를 쓰는 사람의 심정은 어떠할까. 자신을 죽이겠다는 연락을 누군가로부터 수 차례 받고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며칠 전 전남 벌교에 있는 태백산맥 문학관에 갔다. 1층 전시실에는 소설가 조정래가 쓴 유서 2통이 전시되어 있었다. 각각 200자 원고지 2장 분량으로 작성된 것이다. 첫 번째 유서는 1994년 7월 12일자이다.

“오늘은 두 차례나 공갈,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 처음 것은 낮이었고 두 번째 것은 밤 12시가 넘어서였다. 전에는 한밤에만 오더니 고발을 한 다음부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더 극성스러워졌다. 낮의 것은 나환자협회에서 온 것이었다. ‘당신은 태백산맥에다가 문둥이들이 아이들 간을 빼먹는다고 썼잖아…. 고발자들은 이제 나환자들까지 동원하고 있다. ‘야, 이 빨갱이 새끼야, 오늘 밤에 네놈 집 폭파돼. 너 같은 김일성 앞잡이 새끼 하나 죽여 없애는 건 식은 죽 먹기야 이 개같은 새끼야!’ 밤에 걸려온 전화였다. 그들은 나를 단순 살인강도로 위장해 죽일 수도 있다. 또한 단순 폭행사건으로 위장해 죽일 수도 있다. 그리고 단순 교통사고로 위장해 죽일 수도 있다. 그런 사태에 대비해 나를 고발한 8개 단체를 여기 기록해 둔다. 구국민족연맹, 한국전쟁참전총연맹, 대한민국무공훈장자회, 대한파월유공전우회, 6.25참전철도동지회, 전국철도노우회, 건국청년운동협의회 총본부, 실향민애국운동협의회”

이 사건은 소설 ‘태백산백’의 작가인 조정래를 국가보안법 위반(찬양, 고무 등) 혐의로 8개 단체가 1994년에 고발한 사건이다. 지난 2005년 4월 서울중앙지방 검찰청은 국가보안법 위반과 사자 명예훼손에 대하여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결론을 내렸다.

8개 단체 중에서 건국청년운동협의회 총본부의 역사가 독특하다. 1948년, 8개 반공청년단체들이 모여서 이승만 대통령을 초대 총재로 추대하면서 300만 전국조직의 대한청년단을 창립했는데 여러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서 1953년, 이승만 대통령의 명령에 의해 해산되었다. 10년의 세월이 지난 1963년에 청우회라는 이름으로 재창립해 한국청년운동협의회, 건국청년운동협의회 등을 거쳐서 현재 대한민국건국회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의 2~10대 회장이 가고파의 시인 이은상이며 22대 현 회장이 권영해(전 안기부장관)이다. 건국회의 권영해 회장은 올해 2월 25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에서 주최한 탄핵반대 집회에 참석했고 2월 28일부터 대통령 탄핵 각하를 요구하면서 헌법재판소 건너편에서 화물차 위에 텐트를 치고 금식을 했다. 권영해 회장은 4월 5일 출범한 새누리당의 공동대표가 되었다가 갑자기 홍준표 후보 지지선언을 하고 5월 1일 탈당하였다. 최근 건국회는 제2의 통일건국운동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 단체명칭을 대한민국통일건국회로 다시 바꾸었다.

이들이 지난 60여년 동안 꾸준하게 활동해 온 것은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경직된 흑백논리와 배타적인 색깔론으로만 보면 우리의 조국은 항상 백척간두에 서있는 풍전등화이다. 이런 식의 나라사랑에 대하여 찬성하고 동의하는 사람은 요즈음 많지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너무나 전투적이고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걱정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 창원광장에 서서 이제 한 시대가 바뀌고 있음을 본다.

 
전점석(명예총장(창원Y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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