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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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7.12.14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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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시극 ‘순교자의 딸 유섬이’ 집필과 공연(3)
 


앞서 유섬이 가족의 순교 내력에 대해 말하면서 섬이의 아버지 유항검 복자에 대해 소개했다. 이와 함께 주인공 유섬이의 작중 캐릭터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큰 오빠 유중철의 아내이자 올케 언니인 이순이 누갈다가 어떤 사람인가가 중요하다.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를 참고로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이순이 누갈다는 1782년 한양의 유명한 양반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신앙생활을 했고 그녀를 포함한 3남매가 순교했다. 섬이의 오빠 유중철은 그녀의 남편이었다. 누갈다의 부친인 이윤하 마태오는 당대의 학자 이익의 외손이었는데 처남 권철신, 권일신 등과 이승훈 베드로와 어울리다가 1784년 한국 천주교회가 창설된 직후에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였다.

누갈다가 15세 되던 1797년 어느날 어머니에게 동정을 지키기로 결심을 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매우 놀랐지만 딸의 선택을 허락하고 주문모 야고보 신부(중국인)와 의논했다. 주문모 신부는 동정 생활을 결심한 전주에 사는 유중철 요한이 떠올라 이에 곧장 사람을 보내 두 사람의 혼인을 주선했다. 누갈다는 전주 초남이 마을로 시집을 가 시집살이를 했는데 남편이 동정 서약을 어기려고 할 때마다 기도와 묵상으로 이를 극복하도록 도왔다.

1801년 신유박해가 발생하고 시아버지 유항검은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되고 남편 유중철도 체포되었다. 누갈다는 그해 9월경 나머지 가족과 함께 체포되었지만 함께 갇혀 있는 가족들을 위로하며 순교의 길로 나아가자고 권면하였다. 이후 누갈다는 유배지로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뒤미쳐 쫓아온 포졸에게 잡혀 1802년 1월 31일 숲정이라고 하는 전주 형장으로 끌려가 순교에 이르렀다. 이때 이순이 누갈다의 나이 20세였다.

그런데 이누갈다처럼 동정을 지키는 결혼이라면 결혼을 하지 않으면 될 것 아닌가 하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 양반가에서는 혼인을 하지 않는 것은 예에 어긋나는 것이라 양반가에 흉이 되는 일이었기 때문에 결혼 의식을 거치지 않으면 안되었다.

‘사헌유집’의 ‘부거제’조를 읽고 유섬이의 삶을 교회에 보고한 하성래 교수는 유섬이가 관비로서 일생 동정을 지킨 것이 그녀의 올케 언니 누갈다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보았는데 필자도 그 해석에 동의했고 유섬이는 4,5년 정도를 오빠와 누갈다 올케의 동정부부 생횔을 지켜보았을 것으로 추측힐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유섬이 자료를 접한 소수의 신자들은 섬이가 흙돌집에 들어가 25년을 살았다는 점에 충격을 받았던 것이었다. 결혼하자고 덤벼드는 총각들의 완력을 피하기 위해 양모에게 사방이 봉쇄된 흙돌집을 지어달라 하여 토굴 같은 곳으로 들어가 살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현실이 되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유섬이가 흙돌집에서 25년을 견디는 동안 천주교 박해의 살얼음판을 피할 수 있었고 혼담을 지울 수 있었고 5명이나 순교한 가족들을 위해 일관하여 기도할 수 있었을 터이다. 천주교 마산교구 배기현 주교님은 이 믿기지 않는 사실을 두고 쉐익스피어인들 괴테인들 상상이나 해볼 수 있었을 것인가, 하고 유섬이의 이 행적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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