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이어 ‘슬기로운 감빵생활’도 히트
‘응답하라’ 이어 ‘슬기로운 감빵생활’도 히트
  • 연합뉴스
  • 승인 2017.12.1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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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호 PD "반전? 우리끼리도 대본 회의하면서 속여요"
슬기로운감빵생활



탈옥 이야기도 아니고, 밤이면 교도소 밖으로 몰래 나가 또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이야기도 아니다. 범죄자들이 모인 교도소 내 일상을 요리한 이야기가 호응을 얻으면 얼마나 얻을까 싶었다.

 그러나 젊은층을 중심으로 뜨거운 반응이 이어진다. 지난 14일 8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6.8%를 기록하는 등 연일 시청률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같은 날 MBC TV 수목극 ‘로봇이 아니야’가 2.9%-3.4%를 기록한 상황에서 더블 스코어 승리다.

 tvN 수목극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드라마계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응답하라’ 시리즈로 새로운 드라마 문법을 창조하며 파란을 일으켰던 이우정 작가-신원호 PD가 4연타석 히트에 성공했다.

 ‘생방송 촬영’으로 열흘 만에 집에 들어갔다는 신원호 PD를 지난 15일 인터뷰했다.





 -- 감방 이야기가 성공했다.

 ▲ 시청률은 이 정도면 만족할만한 수준까지 온 것 같다. 또 시청률 숫자보다 주변의 반응, 인터넷상의 반응이 ‘응답하라’ 때만큼 뜨겁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너무 감사하다. 폭넓은 호응을 끌어낼 만한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해 처음에는 방송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릴리즈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

 -- 인기를 끌수록 교도소 미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진다.

 ▲ 감방을 호텔 스위트룸처럼 꾸민다거나 현장에서 고급스러운 음식을 먹는다거나 하면 미화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드라마는 아니지 않나. 우리 드라마를 보면서 ‘저기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 ‘알고 보니 괜찮네’라고 생각하기도 힘들다. 교도소를 미화할까 봐 걱정하는 분들은 많은데, 막상 우리 드라마를 보며 교도소나 범죄자에 동화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가.

 ▲ ‘범죄자들이 그래요. 범죄자들은 믿으면 안되요’라기 보다는 ‘사람이 그래요’라는 시선이다. 보통의 드라마는 착한 사람, 나쁜 사람을 완벽하게 구분하지만 사실 현실에서는 누구나 좋은 면과 나쁜 면을 함께 갖고 있지 않나. 극 중 장발장(강승윤 분)이 따르던 김민철(최무성)을 배신한 것도 다음주에 출소하는데 일이 터지니 당황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사람이기에 위기의 순간에 닥치면 다른 이에게 돌을 던질 수도 있는 거 아닐까, 사람이 그런 거 아닐까라는 질문을 하고 싶다. 교도소 안 이런저런 사람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면 어떨까 싶은 것이다. 우리는 이야기꾼으로서 수많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던질 뿐이다.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시청자의 몫이다. 교도소가 무대지만 재소자들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사람의 이야기로 봐주길 바라며 만들고 있다. ‘이런 삶이 있구나’라는 시선, 보고 나서 뭔가 남는 게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 한회 분량이 90~100분이다. 요즘 미니시리즈 드라마가 60분인데 엄청난 분량이다. ‘응답하라’ 시리즈도 그랬는데, 원래 긴 이야기를 좋아하나.

 ▲ 전혀 아니다. 전통 드라마 작법을 배운 적이 없어서 60분 내로 한회 분량을 맞출 줄 몰라서 벌어지는 일이다.(웃음) 우리도 죽을 것 같다. 이대로 계속 못 간다. 체력도 바닥이 났고 너무 힘들다. 그런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 8부까지 방송했는데 다른 드라마 12부까지 방송한 분량이나 다름없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예능 PD, 예능 작가 출신으로,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처음으로 드라마에 도전했다.)

 우리 드라마에 등장인물이 많은 탓도 크다. 주인공 김제혁(박해수)의 이야기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주변 인물의 이야기도 함께 다루니 한회에 두세 가지 이야기가 펼쳐지고 그것을 완결하자면 분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인물이 어마어마하게 많으니 그들이 한마디씩만 해도 길어진다. 이동 동선도 길다. 교도소 세트는 의정부에 지어놓았지만 내부일 뿐이고, 교도소 외관과 등장인물들의 과거를 조명하는 과정에서 여러 장소가 등장한다. 또 그들의 사연에는 액션, 멜로, 스릴러, 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가 들어있다. ‘응답하라’ 때는 그래도 멜로라는 큰 줄기도 있고 맥락이라는 게 있었는데 이번은 아니다. 죽을 것 같다.(웃음)







 -- ‘응답하라’ 시리즈에 이어 반전이 계속되는 게 가장 뚜렷한 특징이다. 곳곳에 반전을 심어놓았다.

 ▲ 반전은 우리 팀의 이야기 스타일인 것 같다. ‘사실 이 사람이 이렇게 돼’라는 것을 보여주고 시작하면 재미가 없게 느껴지고, 결말을 뒤에 얘기하면 카타르시스가 더 커지고 재미도 커지는 것 같다.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해야겠다는 노림수가 있다기보다는 우리가 선호하는 이야기 배치 스타일인 것 같다. 우리도 모르게 몸에 밴 느낌이다. 대본 회의를 하면 우리끼리도 속인다. 회의하면서 ‘알고보니~’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한다.(웃음)

 -- 주인공의 야구팀이 넥센이다. 넥센이라는 실명을 쓰는 게 놀랍다.

 ▲ 우리도 구단의 허락을 못 받을 줄 알았다. 교도소 이야기라 넥센에서 거절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흔쾌히 협조해줬다. 야구팀 중 서울 연고지가 필요했고, 주인공이 여러 역경을 하나하나 딛고 일어나는 과정이 작은 영웅의 이야기라 ‘넥센 히어로즈’라는 팀명과 딱 맞는 느낌이었다. 김제혁이 2군에서 1군이 된 이야기나, 감방 안에서 머리로나 물질적으로나 가슴으로나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이야기가 실제 넥센 히어로즈의 색깔과 맞았다. 넥센도 어려운 시절을 견디고 1군이 된 선수들이 많다.







 -- 이번에도 무명 배우들을 캐스팅해 대박을 쳤다. 늘 연극과 독립영화를 보고 있나. 회사에서 반대의 목소리는 없었나.

 ▲ 아니다. 캐스팅 철일 때만 집중해서 본다.(웃음) 두려움도 컸다. ‘이 배우들을 데리고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우리야 연기력을 믿고 캐스팅했지만 시청자가 처음 보는 연기자들에게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 걱정됐다.

 회사에서는 아무 말이 없다. 차라리 ‘절대로 안된다’고 브레이크를 걸어주면 좋겠는데 ‘자기들이 골랐으니 알아서 잘하겠지’라는 시선이다. ‘응답하라’ 때도 그런 식으로 했으니, 다들 지켜보는 것 같다. 그래서 정말 고민이 많았고 걱정도 많았다. 시청자의 반응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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