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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와 행복한 삶
최석찬(사)한국서예협회 진주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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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17  21: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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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찬
당나라 서예가 손과정(孫過庭)이 저술한 서보(書普)에 ‘인서구로(人書俱老)’라는 말이 나온다. ‘사람과 글씨가 함께 성숙해 간다’는 뜻으로, 나이 듦은 단순히 늙어감이 아니라 삶의 깊이를 더해간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오늘날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은퇴 후에도 평균 30년 이상은 살게 됐고 은퇴 후의 삶은 은퇴를 앞둔 세대는 물론이고 사회적 관심사가 되었다. 한 연구 결과에서는 은퇴 후의 행복한 삶은 소득수준 보다는 건강과 가족관계, 그리고 일이나 사회적 참여 등 사회관련 요인들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은퇴 후의 삶을 얘기하면 경제적인 안정을 먼저 떠올리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른 결과다. 안정된 소득이 전제되지 않고서 행복한 노후를 보장 받기는 어려운 것이지만, 경제적 문제에만 국한해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흔히 은퇴 후 삶은 전원생활 하면서 텃밭 가꾸고 친구들 만나고, 여행 다니고…, 하지만 이런 여유와 휴식에서 얻는 즐거움만으로 은퇴 후의 긴 여정에서 지속적인 행복감과 정신적인 만족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와 함께 의미 있는 사회적 참여, 끊임없이 추구할 수 있는 정신적 가치가 균형을 이룰 때 가능할 것이다.

인디언들은 말을 달리다 가끔씩 말에서 내려 달려온 길을 바라다본다고 한다. 너무 빨리 달려와 따라오지 못한 영혼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뜻이다. 영혼 없는 육체만으로 행복한 삶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잠깐의 쉼으로 영혼을 찾고자 한 것이다. 은퇴는 앞만 보고 달려오면서 얻은 사회적 지위도 그로 인한 후광들도 모두 내려놓게 되고, 오롯이 자신의 내적 가치만으로 평가를 받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쫓기듯 바쁘게 살아온 은퇴를 눈앞에 둔 50대들은 그동안 돌보지 못했던 자신의 삶을 성찰하며 은퇴 후 살아갈 짧지 않은 삶의 방향을 찾기 위한 철학적 고민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잊고 있었던 영혼이 따라오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옛 선인들은 관직에서 물러나면 고향이나 한적한 곳을 찾아 터전으로 삼고, 학문에 증진하며 후학들 교육에 힘썼다. 또 저술활동을 통해 살아온 지혜를 후인들에게 전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나이 듦을 ‘인서구로’란 말처럼 내 삶이 깊이를 더하고 단단해지는 시간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다가오는 은퇴를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가꾸고 준비해서 영혼의 깊이를 더하는 시간들을 가져야 보다 행복한 노후의 삶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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