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문화예술 브랜드가 도시 경쟁력 [1]
[기획]문화예술 브랜드가 도시 경쟁력 [1]
  • 이은수
  • 승인 2017.12.17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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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문화재단이 내년 개막 예정인 제4회 ‘창원국제조각비엔날레’의 정체성과 공공미술에 대한 지역사회의 이해와 참여를 위해 ‘도시예술산책’ 프로그램을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진행했다.


21세기 들어 국가의 시대가 가고 도시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도시의 경쟁력은 산업기반에서 관광, 문화분야로 확대돼 이제는 ‘문화예술 브랜드’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창원의 ‘문화예술특별시’, 부천의 ‘문화특별시’는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성장 모색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으며, 문화예술의 중심에 선 베이징 ‘798예술구’는 중독성 강한 콘텐츠로 세계인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자유롭게 사람이 오가는 광장과 골목에서 그 도시만의 삶·문화·예술의 일상적 풍경을 발견하고 호모아르텍스(예술형 인간)를 만난다. 이에 본보는 주요 도시들의 관련 추진사례를 소개하며,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1> 문화예술특별시 창원
<2> 문화특별시 부천
<3> 베이징 798·일호지 예술구
<4> 문화예술 도시브랜드 강화방안


창원시가 ‘문화예술특별시’를 선포한지도 1년 6개월이 지났다. 창원의 문화예술특별시 선점에는 기계산업 위주에서 탈피해 관광도시로 도약을 위해 문화예술을 융성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안상수 시장은 “주력산업의 성장한계 등 앞날의 모색이 필요한 상황에서 문화예술 브랜드야 말로 도시 경쟁력”이라며 “문화예술도시로 제2의 도약을 하겠다”고 전했다. 문화예술특별시는 모두가 문화 공급자이자 수요자가 되는, 문화에 대한 쌍방향 소비와 공급이 핵심이다. 창원시의 문화예술특별시는 걸음마 단계지만 힘찬 도전은 눈여볼만하다. 문화예술도시 도약을 위한 창원의 도전과 과제를 짚어본다.


 
[창원의  문화 예술 자산]
창원시는 기초자치단체임에도 광역급 도시보다 훨씬 많은 36개소의 문화관련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향의 봄, 이원수, 가고파, 이은상, 선구자 조두남, 시인 천상병 등 기라성 같은 문인들을 배출했고,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 현대 추상조각을 처음 시도한 김종영 조각가 등 걸출한 예술인의 발자취가 서려 있는 도시다. 현재도 3000여명의 예술인들이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축제로 커가는 진해군항제와 마산국화축제, K-팝 월드페스티벌 등 풍부한 문화예술 자원을 갖고 있다. 또한 문체부의 지역문화 실태조사에서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중 문화자원지수 1위, 종합순위 3위를 달성할 만큼 우수한 문화자원과 기반을 인정받은 도시다. 
▲ 제2기 창원 문화기획자 아카데미 수료식. 창문에서 배출된 문화기획자들은 지난 11월에 개최된 창원 거리페스티벌에 함께 참여해 페스티벌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국내 최고 ‘문화예술특별시’ 도전

동남권중심의 공업도시인 창원을 대표하는 말은 ‘바쁘고 분주한 시민의 일상’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주력인 기계산업 침체속에 도시성장은 한계에 다다랐다. 따라서 더 가까이 다가가는 생활밀착형 문화예술사업을 통해 시민의 일상에 여유를 더하며 무료한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고, 신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됐다. 이에 창원시는 관광산업 육성과 함께 문화예술특별시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창원시는 일류 문화예술도시를 목표로 일상속 문화로의 확산, 예술인 중심 자율 창장환경 조성 등 7대 전략을 중심으로 공연예술 종합연습공간 조성, 문화융합콘텐츠 개발센터 건립 등 2030년까지 약 460억원을 투입할 계획을 밝혔다. 회색빛 도시 이미지가 강한 창원에서 처음 문화예술도시를 처음 거론했을 때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았다. 이에 창원시는 시민, 문화예술가, 청년기획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문화가 일상인 도시, 예술가에게 창작활동이 보장되는 도시, 그리고 관광객에게 문화가 매력인 도시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 제2기 창원 문화기획자 아카데미 수료식. 창문에서 배출된 문화기획자들은 지난 11월에 개최된 창원 거리페스티벌에 함께 참여해 페스티벌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창원만의 특색을 살린 ‘킬러콘텐츠’ 발굴

창원시는 문화예술특별시를 추진하면서 창원만의 특색을 살린 ‘킬러콘텐츠’ 발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뮤지컬 ‘바다의 노래’와 ‘고향의 봄’이 대표적이다. 창원시립예술단은 뮤지컬 ‘바다의노래’를 창작해 지난달 10일 성산아트홀 대극장에서 선보였다. 해군의 요람인 진해에서 있었던 역사적 이야기를 토대로 해방 이후 우리나라 최초의 군가중 하나인 ‘바다로 가자’를 작곡하는 과정을 통해 이를 창작한 주인공 홍은혜 여사와 손원일 제독과의 만남, 사랑, 그리고 해군의 창설과정에 얽힌 에피소드를 스토리로 구성해 주목 받았다. 또한 오는 20일에는 민족동요 ‘고향의 봄’이 뮤지컬로 창작돼 창원성산아트홀 소극장에서 첫 공연을 펼친다. 전쟁의 고통과 분단의 아픔을 겪은 우리의 근현대사를 작품 배경으로 관객들에게 잃어가고 있는 동심과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담아 기대감이 높다. 창원시문화재단은 ‘음악도시 창원’ 일환으로 지난 8월 ‘2017 창원국제실내악축제’를 개최했다. 창원의 음악 자산하면 ‘고향을 봄’을 빼놓을 수가 없는데, 여기서 영국에서 활동 중인 미국 작곡가 S. 몬태규가 ‘고향의 봄’을 주제로 작곡한 피아노와 현악오케스트라 ‘창원의 찬가’를 초연해 화제가 됐다. 창원국제실내악축제는 국내외 최정상 아티스트들의 연주를 통해 클래식의 대중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오동동 광장 풍물패 공연모습.


◇‘문화의 옷’ 입고 살아나는 창동·오동동

지난 10월 21일 찾아간 창원 오동동 문화광장은 우리의 가락과 정감 가득한 ‘오동추야’가 ‘오동추 환상곡(午東秋 幻想曲)’으로 재탄생, 가을밤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광장은 풍물패의 신명난 공연 등 20여개 단체 참가자들이 그간 갈고 닦은 재능을 뽐내며 젊음의 열기로 가득했는데, 성지여중 등 학생 100여명이 활기찬 플레시몹으로 흥을 돋우며 ‘공간이 사람을 만들고 사람이 다시 공간을 만든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지난해 말에 준공한 오동동 문화광장은 창동예술촌, 부림창작공예촌과 함께 지역대표 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행사를 진행한 이동근 경남발레단 단장은 “젊은 예술가와 청년들이 참여하는 일종의 문예부흥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순수 민간행사임에도 참여 열기가 뜨겁다”며 “지역의 교육자들과 기성세대가 힘을 모아 젊은 세대를 이끌어 준다면 새로운 문화를 통해 마산은 지난날의 영광을 재현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0월 25일부터 11월 8일까지 보름간 개최된 ‘제17회 마산가고파국화축제’에는 전년보다 13만명이 증가한 150만명이 다녀가며 대성공을 거뒀다. 특히 창동 골목길에 올해 처음 국화작품들을 선보였는데, 차없는 거리를 만들고 특히 창동예술촌 입주작가들이 시민 및 관광객들과 적극 소통에 나서며 문화예술 행사로 축제의 품격을 높임과 동시에 꽃과 예술이 어우러진 길거리 축제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라상호 (사)창동예술촌 대표는 “국화축제 사상 최초로 국화꽃으로 단장한 거리와 예술작품이 어우러져 인기를 끌었다. 꽃거리에 아트마켓을 15일간 열어 창동을 찾은 시민들이 꽃만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을 통한 이색적인 체험 등 거리에 머물면서 즐기는 길거리 축제의 새 장을 연 것이 큰 성과”라며 “죽은도시에 생명을 불어 넣는것은 박물관 건립 등 인프라 구축이 아니고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나 예술가들의 다양한 예술활동을 통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구도심 쇠락과 함께 침체의 늪에 빠졌던 ‘문화예술 1번지’ 창동·오동동 골목이 근래에 문화예술로 되살아나고 있다.

 
▲ 오동동 광장 공연모습.


◇‘문화예술특별시 창원’의 과제

‘문화예술특별시’ 명성을 얻게 되면 시민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국내와 해외에서도 관광객들이 몰려들 것이다. 오동동 문화광장, 3·15연습공간 확보, 저도 콰이강의 다리, 1080동네합창단, 도시 이미지를 바꾸는 문화기획자 배출의 문화아카데미 ‘창문’, 창원문화재단과 창원시립예술단이 최초로 공동 제작해 화제를 모은 오페라 ‘마술피리’, 최근 113회 를 돌파한 ‘모닝콘서트’ 등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특히 지난달 10일부터 12일까지 개최된 거리페스티벌 ‘문화로 시끌벅적’은 창원의 상징거리인 중앙대로에서 차량통행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예술로 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변화의 조짐은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최근 인식조사에 따르면 창원시민들이 즐기는 문화예술은 영화·영상, 음악·공연, 지역축제, 역사문화 등 단조롭다. 창원의 문화예술 환경은 문화시설과 접근성, 인프라 부족, 공연 및 전시회 부족, 관람기회 부족, 공연장·전시장 대중교통 접근성 미흡 등 열악하기만 해 시민 만족도는 낮을 수밖에 없다. 또한 지역발전과 문화를 끼워 맞추는 식은 전형적인 성과주의로 비춰질 수 있다. 따라서 시민에게 일상의 재미와 즐거움, 위안과 치유를 주고, 예술창작에 영감을 불어넣도록 해야 한다. 김총찬 창원예총 사무국장은 “문화예술은 철학이 담긴 영혼, 정체성, 창조적 상상력이 중요하다”며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특별시 사업이 토목이나 건축을 중심으로 한 공간 구성이나 도시 재생 등 하드웨어에 치중돼서는 안되며,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17 창원국제실내악 축제 모습.
2017 창원국제실내악축제 공연 모습.
오페라 ‘마술피리’ 공연모습.
오페라 ‘마술피리’ 공연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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