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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 놀라운 의술과 부모 됨의 열정
최정혜(객원논설위원 경상대교수)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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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18  15: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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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영국에서 심장을 몸 바깥에 지닌 채 태어난 아이가 영국에서 세 차례 수술 뒤 생존이 확실시되면서 영국사회가 흥분하고 있다. 그 아이의 부모는 의사로부터 생존가능성이 희박하다며 낙태를 권유받았지만 생명을 포기하지 않았고 ‘기적을 경험하고 있다’고 감격해하고 있다. 부모 됨의 열정이 기적적으로 아기를 살리고 생명에 대한 뜨거운 기쁨을 맛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아기의 이름은 베넬로페 호프 윌킨스로 지난달 22일 레스터지역의 글랜필드 병원에서 태어났다. 아기의 부모는 임신 9주째에 초음파 검사를 받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아기의 심장과 위 일부가 몸 외부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이었다. 엄마 나오미 핀들레이(31세)와 아빠 딘 윌킨스(43세)는 병원으로부터, 베넬로페의 경우는 신생아 100만 명당 5~8명꼴로 발견되는 희소 병으로 생존율이 10% 미만이기 때문에, 낙태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부모는 낙태를 거부하고 아이를 낳기로 해서, 크리스마스 이브인 출산 예정일 보다 일찍 제왕절개수술로 베넬로페가 태어난 것이다.

사실 아기가 장애가 있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부모들은 매우 곤혹스러워한다. 그리고 그 정도가 심하면 대부분의 부모는 낙태를 결심하게 된다. 그런데 이 경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장애상황이었다. 심장이 아기 몸의 외부에 달려있다니! 그런데도 아기 부모들은 그 아기의 생명이 탄생되기를 간절히 원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빈번히 행해지고 있는 아동학대를 비롯한 생명경시 풍조를 감안할 때, 진실로 부모 됨의 자세를 생각하게 하는 기사이다.

아기의 수술을 준비해온 의료진 50여 명은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1시간의 긴급수술을 진행했고, 그의 몸을 멸균 비닐로 감쌌으며, 1주일 후 아기의 가슴을 열고 심장이 중력에 따라 자연스럽게 몸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등의 수술을 하였다. 베넬로페는 흉골이 없기 때문에 인공 뼈를 만들고 겨드랑이 쪽 피부를 이식하는 수술까지 했다. 신생아가 감당하기엔 힘든 수술이었지만 아기는 지금까지 잘 견뎌내고 있어 해당질병을 앓고 태어난 아이 중 최초로 성공적 수술을 받은 환자로 분류되고 있다.

한 아기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수십 명의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다가 어려운 수술을 단숨에 해내는 사실에 대해 의술의 경이로움과 함께 생명 중시에 대한 의료진의 가치관을 보는 것 같아서 감동적이다. 아기의 엄마인 엄마 핀들레이는 ‘아이가 지금 병과 싸우고 있는 것을 보면, 낙태를 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것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아빠인 딘도 ‘아이가 움직이지 않으면 간호사 등에게 움직인 때를 묻곤 하는데 그럴 때면 아이가 갑자기 움직여 마치 내말을 듣는 것 같다’고 감격해했다. 이들 부부가 매우 어려운 역경상황에서도 부모 됨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또 아기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들의 모습을 보면서, 놀라운 의술과 함께 준비된 부모 됨의 열정이 만들어낸 기적을 보는 것 같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가 기대에 맞는 행동을 할 때는 자녀를 예뻐하지만, 부모가 원하지 않는 부정적인 행동을 하거나 떼를 쓰거나 하면 단번에 화를 내며 자녀를 무시하거나, 자녀양육이 역부족이라 생각하여 자녀의 행동개선에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위의 기사처럼 부모 됨이 충분히 준비되고 성숙한 부모라면 그렇게 귀한 생명의 탄생을 받아들인 후에, 그 아이가 사회에 유능한 구성원으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신경을 쓰고, 최선을 다해 자녀의 성장을 돌보아야 할 것이다. 부모의 돌봄 여부에 따라 자녀성장의 성패가 좌우됨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최정혜(객원논설위원 경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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