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은 멋지단다
황광지(수필가)
대부분의 사람은 멋지단다
황광지(수필가)
  • 경남일보
  • 승인 2017.12.1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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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광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 이야기가 담긴 책이 떠오른다. 1960년에 출간돼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하퍼 리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는 다시 읽어도 잔잔한 감동이 인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오래 전에 이 책을 읽었으리라고 믿지만, 시대에 맞는 버전으로 읽고 새로운 감동을 접하기를 기대한다. 미국 국회도서관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책은 한때 성경 다음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바꿔 놓는 데 기여한 책으로 꼽히기도 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 편견과 독선에 얼룩진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의 양심을 일깨워주는 ‘앵무새 죽이기’는 이 계절에 참 어울리는 내용이다.

미국 앨라배마 주의 메이콤 지역을 배경으로 스카웃 핀치라는 여자아이가 3년 동안 겪은 일로 이루어졌다. 스카웃은 두 살 때 어머니를 잃고, 변호사인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와 흑인인 도우미 칼퍼니아 아줌마 손에서, 네 살 위의 오빠 젬 핀치와 함께 자랐다. 그 마을에서, 불길한 집이라고 이웃사람들이 가까이 가지 않는 한 집에는 한 번도 바깥으로 나오지 않는 부 래들리가 살고 있다. 호기심을 가진 젬과 방학이면 메이콤에 놀러오는 빌이 부 래들리를 밖으로 유인하려고 벌이는 모험적인 놀이에 스카웃도 긴장하며 한몫을 담당한다. 아이들은 두려워하면서도 어떤 징표들로 아주 조금씩 부 래들리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다. 그러다가, 할로윈 파티를 마치고 늦게 귀가하던 스카웃과 젬은 괴한의 공격을 당하고 젬의 팔이 부러졌다. 캄캄한 어둠속에서 아이들을 도와준 사람이 바로 부 래들리였다. 침묵으로 갇힌 집에서이지만 그도 늘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설의 화자는 여섯 살 소녀 스카웃이다. 어린이의 말투와 동심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독자는 책을 읽다보면 슬그머니 미소를 머금게 된다. 결손가정이지만 휴머니스트 아빠 애티커스의 양육태도는 건전한 시민정신을 가진 자녀를 길러낸다. 흑인을 변호하여 뭇사람들의 비난을 받는 아빠를 이해하지 못했던 아이들은 따뜻한 가슴을 조금씩 가꾸며 성장한다. 가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나가며, 이웃사람들과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옳은 일인지를 일깨워나가는 성장소설이다. 비단, 어린 스카웃과 젬의 성장뿐만 아니라 연륜이 깊은 독자들도 성장하게 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사회는 인간을 경시하는 풍조가 매우 지나쳐서 말문을 막히게 하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는 정화되어야 된다. 사랑이 듬뿍 담긴 아빠 애티커스의 목소리가 들린다. “스카웃, 결국 우리가 잘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멋지단다”

 

황광지(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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