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7 (546)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7 (546)
  • 경남일보
  • 승인 2017.12.1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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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7 (546)

다음 날 양지는 수연이와 싸운 아이를 비롯한 반 아이들을 그들이 좋아하는 자장면 집으로 불러내서 배부르도록 자장면과 탕수육까지 대접을 했다. 그리고 홧김에 내뱉었던 거짓말로 수연이 감당 못할 곤경에 빠질까봐 일부러 설명을 했다.

“얘들아. 너희들께 바로 말할게 있으니까 이쪽으로 잠깐만 봐 줄래? 사실은 내가 수연이 친이몬데 어제는 엄마라고 잘못 말했어. 이모는 엄마와 친형제간이니까 대리 엄마라 할 수도 있고 또 수연이는 내가 키우고 있으니까 내가 엄마라고 했던 말 이해할 수 있겠지?”

“예, 예, 괜찮아요.”

아이들은 호칭 따위를 따지는 녀석 없이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직 영혼이 맑은 아이들인지라 그 자리에서 대번 표 나게 아부성 도움을 수연에게 주는 녀석도 있었다. 그렇지만 병아리처럼 싸우면서 자라는 게 아이들이라 해도 결함 많은 자식에 대한 학부모의 심정은 늘 불안함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또 어떤 방법으로 수연의 보호막을 구축해야 될까 궁리하고 있는데 한 녀석이 쪼르르 다가오더니 물었다.

“수연이 이모 언제 또 자장면 사주러 올 거예요?”

영악해 보이는 녀석을 따라 다른 아이들도 기대 찬 눈길을 모았다. 이때를 놓칠 세라 양지는 옳다 꾸나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일이 바빠서 자주 오지는 못해도 시간 나는 대로 자주 올 거야. 그 대신 우리 수연이랑 사이좋게 지내면 다음에는 더 맛있는 걸 많이많이 사줄게.”

“좋아요, 수연이 이모.”

“수연아 우리 저쪽으로 가서 놀자.”

아이들은 우정 수연이를 에워싼 채 저쪽에 있는 놀이터로 몰려갔다. 그렇다, 아이들의 교우관계란 누구의 손에서 자라느냐 보다는 어떤 관심으로 관리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양지는 아이들 다루는 또 하나의 방법을 아이들로부터 배웠다.

그 후로 아직 아이들께 관심 턱을 내지 못했는데 달려오는 수연을 보자 또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이모! 하면서 수연이 달려오는데 풀어헤쳐진 머리가 바람결에 다풀다풀 춤을 춘다. 집 뒤에서 수연의 머리를 묶어주고 있던 참인지 고무줄을 든 귀남이 손을 저으면서 뒤따라 달려 나왔다.

“뺀질뺀질하게 더럽게 말도 안 듣는다. 이리 안 올끼가?”

귀남이 나무라며 머리묶기를 계속하려했지만 수연은 이미 양지만 상대를 한다.

“이모 요새는 왜 안와요?”

양지의 품으로 달려 든 수연이 동그란 두 눈에 그리움에 대한 갈망을 가득 담고 올려다본다. 그리고 보니 별스럽게 바쁜 일도 없었으면서 요 며칠 이 애를 잊고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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