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문화예술 브랜드가 도시 경쟁력 [4]
[기획]문화예술 브랜드가 도시 경쟁력 [4]
  • 이은수
  • 승인 2017.12.2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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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도시 경쟁력 강화방안
창원 고택에서 펼쳐진 음악회
▲ 창원은 밤이 아름다운 도시다. 사진은 용지호수 무빙보트는 타는 시민들. 잔잔한 호수에 음악분수가 켜지며 불이켜진 건물과 함께 도심의 야경이 빛난다.


2016년 제기된 4차산업혁명이 거대담론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물인테터넷과 인공지능 기반에다 엔터테인먼트, 교육, 감성중심의 5차산업혁명 얘기가 벌써부터 들리고 있다. 달라진 시대상황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사람중심 세상이다. 신노마드(신유목민)트렌드 강화와 함께 인간의 감성이 더욱 중시되고, 특히 중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문화예술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제 인간의 감성을 건드리지 못하면 상품을 팔지 못할 것이라는 위기감마저 느끼고 있다. 중국 베이징 798문화예술특구에서 현대자동차가 자리를 틀고 문화예술을 매개로 기업 이미지 개선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에 기획기간 취재한 문화예술을 통한 도시경쟁력 강화방안을 정리하는 한편, 전문가 및 예술가의 견해를 소개한다.


◇공간이 사람 만들고, 사람이 공간 창출

취재중 만난 전문가 및 예술가들은 한결같이 “공간이 사람을 만들고, 그 사람이 공간을 창출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천역 마루광장은 기차역이 있었던 너른 곳으로 산업시대 유산의 산물이었다. 이곳에 사람이 소통하고 교감하는 너른 광장을 만들었다. 그랬더니 향기나는 꽃에 벌과 나비가 날아들듯이 예술가들이 공연을 하고 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이며,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통합 창원시에서 처음으로 지난 11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개최된 ‘2017 창원거리 페스티벌 창원’도 차중심의 도심 거리에 차가 다니지 못하게 하고, 거리를 시민들에게 돌려줬더니 문화로 시끌벅적해진 거리는 삽시간에 흥겨운 소통의 광장이 됐다. 대형급 가수가 출연하는 행사가 아니라 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평소 가지고 있는 기량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는 기회를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것도 특징이다. 문화기획자 양성사업 ‘창문(昌文)’을 통해 배출된 청년기획자들이 예술가와 함께 소통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 다양한 무대와 프로그램을 연출해 호응을 얻었다. 시가 큰 판을 짜고 이 공간에 호모아르텍스(예술형 인간)형 사람들이 주인공이 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 2월부터 근대문화유산을 간직한 진해지역에 골목투어가 실시될 예정이어서 기대감이 높다. 골목투어는 지역이 갖는 역사자원을 관광자원화해 지역민이 중심이 돼 지역을 알리고 그에 매료돼 관광객이 찾아드는 선순환 구조로 구도심 부활 성공사례로 꼽히는 창동사례와 견주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성일 창원시관광마케팅과장은 “진해중원로터리 일대는 뛰어난 근대역사 유산을 간직한 곳으로 골목길투어라는 특화된 콘텐츠을 통해 전국에서 관광객을 끌어모을 계획이다. 시가 판을 만들고 주민과 예술가들이 활력을 불어넣으면 창동에 버금가는 성공사례, 구도심이 살아나는 장소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킬러콘텐츠’ 발굴 해야

북경 798예술구는 핵무기 만들던 공장을 예술가들이 문화창작장소 및 공연, 전시 등을 하며 세계적인 명소를 탈바꿈시킨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문화가 융성하고 사람들이 몰리면서 뉴욕 맨하탄과 비교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중국이 해외 진출하지 않더라고 유명장소에 세계인들이 찾아드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798의 핵무기를 제조하던 거대 군수공장이 어마어마한 예술구로 탈바꿈한 중독성 강한 스토리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찾아 보기 힘들다. 일호지예술구는 공장에 뛰어난 공연장, 그리고 ‘빨간벽돌미술관’은 원과 빨간벽돌을 모티브로 한 독창적인 건축물과 유럽 등 전세계 유명 예술가들의 집중적인 작품전시로 단기간에 세계 예술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고급작품 전시 및 수집과 연구, 교육·출판, 공공활동과 결합하는 한편, 활발한 국제교류전을 통해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베이징의 다른 예술구들은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으며 실패한 곳도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폐조선소 등을 문화예술지구로 변화시키겠다고 당국에서 발표했는데, 시류를 탄 벤치마킹과 관주도의 밀어붙이기 추진사업이 관광객들로부터 외면받은 사례가 많은 만큼 북경798예술구나 일호지국제예술구처럼 독창적이면서도 스토리가 강한 킬러콘텐츠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부천은 킬러콘텐츠인 만화산업을 집중육성해 독보적인 문화예술도시 입지를 굳혔다. 창원의 경우 ‘고향의 봄’이나 바다스토리(바다의 노래), 그리고 대한민국 기계산업의 메카인 국가산단의 예술접목 등이 킬러콘텐츠화 될 수 있을 것이다.

◇창원시의 뉴브랜드 ‘문화예술특별시’

창원시는 기초자치단체임에도 광역급 도시보다 훨씬 많은 36개소의 문화관련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고향의 봄, 이원수, 가고파, 이은상, 선구자 조두남, 시인 천상병 등 기라성 같은 문인들을 배출했고, 세계적인 조각가 문신, 현대 추상조각을 처음 시도한 김종영 조각가 등 걸출한 예술인의 발자취가 서려 있는 도시다. 현재도 3000여명의 예술인들이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문화실태조사’에 따르면 창원시는 229개 기초지자체 중 지역문화자원지수 전국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창원시정연구원의 ‘창원시민 문화향수실태조사’ 결과 창원시민의 문화예술관람율은 84.3%로 전국 관람율 78.3%보다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창원시가 타 도시에 비해 풍부한 문화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문화예술관광도시로서의 경쟁력이 높음을 의미한다. 창원시의 풍부한 문화자산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문화예술도시로 도약하겠다는 의지가 천명된 것이 바로 2016년 7월 1일 선포한 ‘문화예술특별시 창원’이다. 창원시의 뉴 브랜드인 문화예술특별시로 도약하기 위한 배가의 노력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시민과 문화기획가, 예술가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창원시에서 공간을 만들고 이 공간에서 사람들이 꿈과 끼를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다.

◇‘문화예술 도시 브랜드 강화’ 전문가 견해

 

▲ 창원시정연구원 정호현 연구위원.



#창원시정연구원 정호현 박사
“문화 융·복합으로 시너지효과 창출해야“


정호현 연구위원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가치공유 및 문화향유 등 시민주도형 대중문화예술 역량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창원시에 소재한 4500여개의 기업체 종사자를 대상으로 직장인 밴드 등 다양한 문화예술 동호회를 활성화할 수 있다. 이들 문화예술 동호회는 마산의 오동동 문화광장 등 창원시 주요 장소에서 상시 공연을 개최함으로써 일상생활속의 문화예술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창원의 고전예술과 대중예술, 그리고 역사문화예술 기반이 탄탄하다. 이를 융복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한다면 독창적 매력을 지닌 문화예술특별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치원의 자취가 서린 월영대에서 최치원 인문학 콘서트 등을 개최하는 등 창원에 소재한 주요 역사적 장소 맞춤형 문화예술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역사·문화·예술을 융복합한 창원 특화 문예 프로그램 개발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창원시 고전문화예술의 가치 공유 확대’도 언급했다. 정호연 연구위원은 “최첨단 가상현실 기술 등을 이용해 창원이 자랑하는 추상조각의 거장 문신선생, 문단의 마지막 기인 천상병 시인이 직접 들려주는 작품 설명 등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창원 시민과 관광객은 디지털 시대의 고전문화예술을 체험하고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이라고 덧붙였다.

 

▲ 정현숙 경남창작미술협회장이 창동예술촌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현숙 경남창작미술협회장
“예술인 역량 강화위한 실질적 지원 필요”

창동예술촌 입주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정현숙 경남창작미술협회장은 “엔터테인먼트와 교육, 그리고 감성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화예술과 얽히지 않는 분야는 하나도 없다”며 중심축에 있는 예술인들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숙 회장은 “창동예술촌 작가들은 ‘찾아가는예술학교나 청학동과의 화상을 통한 수업들, 그리고 노인요양병원등을 찾아다니며 재능기부도 하면서 자생력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예술과 접목된 국화축제에서 예술가들이 거리에 나서 시민 및 관광객들과 적극 소통하며 축제의 품격을 높였다”면서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자생하는데 어려움도 적지 않다”며 “작가들이 작품활동 전념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기관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창동예술촌은 모두가 떠나버린 골목 공간 54곳을 창원시가 대신해 임대료를 지원하면서 창작공간과 아트샵으로 꾸며져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공간을 대신해 소호가게들과 이웃하며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예것과 새것의 스토리가 함께 공존하는 창동예술촌에 주말에는 프리마켓으로 골목풍경이 더욱 정겨운 곳이다.

정 회장은 “창동처럼 많은 구도심이 느린 발걸음이 더욱 골목을 머물게 하는 곳, 보이는 갤러리, 골목에서 색으로 만나는 다양한 전시 작품에 따뜻한 시선이 멈추게 하는 곳, 추억의 먹거리가 온통 입안을 행복하게 하는 곳, 지역사람들 모두의 가슴 한 켠 추억을 안은 채 오래된 도시가 지니고 있는 역사와 문화예술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일상 여행의 장소가 많았으면 좋겠다”며 “이를 위해 작가들 또한 참신하고 생동감있는 작품활동을 기획하고 연구하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며, 주민들 또한 주인의식을 갖고 생활하는 삼박자가 합이 되었을때 살아 숨쉬는 생동감있는 예술촌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베이징 798예술구내 화랑에 있는 소조각 전문 전시장.
798예술구 광장 주변에 있는 공장이 예술인들의 작업실로 각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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