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빈자리
멈춰버린 시간
그림자,
홀로 빈자리 지킨다
*광주 문화예술회관 전시 작품
-유정자(시인)
무언가 존재해야할 공간을 과감하게 생략해 놓은 듯한데, 빛으로 인해 그림자를 더 환하게 연출한 설치미술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또한 현재의 표상인 모래시계를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무얼 말하고 싶은 것이며 디카시를 읽는 독자로서의 마음은 왜 이리 착잡해 지는 걸까.
가득한 여백 뒤로 한동안 침묵이 흐른다. 숨길 수 없는 고독을 절절히 말하고 있는 그녀는 일흔 중반의 여류시인. 멈춰버린 모래알 같은 나날들에 투영되는 그림자는 어쩌면 ‘곁’에서 멀어져간 존재의 흔적을 의미하는 것 아닐까. 빈자리의 공간을 체감한 그녀의 어깨가 소리 없이 흐느끼는 듯하다. 하지만 이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문학의 힘이 시인에게 있으니 염려치 않는다. 세계를 인식하는 눈빛이 얼마나 선하고 긍정적인지, 아는 사람은 알기 때문이다./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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