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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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7.12.2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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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시극 ‘순교자의 딸 유섬이’ 집필과 공연(4)
 

시극 ‘순교자의 딸 유섬이’ 주인공의 캐릭터를 설정하는 데는 당시의 자료가 너무 없기 때문에 가상의 자료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다. 우선 9살에 관비로 귀양길을 떠났으므로 영세를 받았는지가 문제로 등장한다. 당시 교회 초기이고 주문모 신부님 한 분이 유섬이 집을 방문할 정도였으니 어른 중심으로 영세를 주었을 터라 어린이까지 세례를 줄 경황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집안에는 이누갈다 같은 올케 언니가 있어서 길 떠나기 전에 보례(補禮)라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 볼 수는 있었다. 보례란 급한 사정으로 정식으로 세례를 받을 형편이 아닐 때에 약식으로 세례를 주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그랬을 때는 세례명이 주어져야 하는데 작품에서 세례명을 붙여 놓으면 그것을 믿는 독자들이 그대로 믿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또 하나는 1801년 그 무렵에 기본적인 기도문이 오늘처럼 현재의 일상어가 아닐 것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당시 통용되던 한문 문장으로 기도했으리라는 짐작을 할 수 있었다.그래서 주기도문은 한문 문장을 초반에 쓰고 나중에는 오늘의 기도문으로 일상화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

또 문제는 유섬이가 양반집 딸이라서 한문 문장을 어느 정도 깨쳤다고 볼 수 있지만 교양이나 지적 성장의 척도를 어디다 맞출 것인가가 제일로 큰 문제였다. 일테면 시극에서 시적인 정서나 감각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유섬이의 대화나 교양이 선비와의 시문장을 화답하는 능력을 갖는 것으로 할 것인가가 문제인 것이다. 필자는 여기서 천주교 신자에게 통용되는 성령의 힘을 믿고 날 때부터 타고난다는 지식과 교양은 아니더라도 5사람 순교자가 난 가정의 총체적 믿음의 힘이라고 할까 섭리라 할까 하는 점을 가산해 볼 수 있다는 데 유의해 보고자 했다.

그리하여 유섬이가 거제로 오던 1801년부터 선종한 1863년까지를 전체 인생의 기간으로 보면서 다만 흙돌집에서 나와 내간리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는 약 30년간을 어찌할까를 고민했다. 이 30년은 내간리에 전해오는 이야기를 수집하여 정리하면 되지만 유섬이 관련 민요 하나와 전라도 음식 ‘전 부치기’가 전해져올 뿐이었다. 민요가 있지만 서울 사람 양반집에서 귀양온 유처녀가 구름을 바라보며 고향 생각하고 있다는 줄거리가 민요인데 전체 맥락도 맞지 않고 채용하기에는 너무 소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것으,로 흙돌집을 나와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는 30년을 채우기에는 어림도 없어 보였다.

필자는 그리하여 유섬이가 1801년 전주 초남이 마을에서 귀양 오는 시기, 내간리 안골에서 정착하는 시기, 처녀가 되어 온갖 남성들의 구혼을 받는 시기, 양어머니의 배려로 흙돌집(토굴 같은)에 들어가 25년간 살다가 양어머니 중병으로 흙돌집 살이를 청산하는 시기 등 네 토막의 시기를 전4막으로 구성하는 것으로 작정했다. 제1부는 ‘피 어린 초남이 마을’, 제2부는 ‘안골의 달’, 제3부는 ‘매화나무에 매화’, 제4부는 ‘유처녀의 성(城)’으로 4막 시극의 얼개를 짰다. 유섬이의 연령상의 과정은 10대 초반, 10대 중반, 10대 후반, 2,30대와 40대 초반을 아우르는 것이었다. 40대 이후는 제4막을 통해 그 과정을 짐작해 볼 수 있도록 상징화 시키자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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