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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 플러스 <186>낙안 금전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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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22  02: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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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전산 정상에서 낙안온천방향으로 하산 중 뒤돌아 본 의상대(왼쪽)와 원효대(오른쪽)풍광.


금전산(金錢山)은 산허리에 황금빛을 띤 화강암이 다양한 형상을 갖추고 있어 마치 수석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높이 668m에 불과하지만 7∼8부능선지역이 모두 바위투성이에다 기묘한 형상들로 가득차 있다. 선뜻 상상이 안간다면 설악산의 미니어처로 생각하면될 것같다. 하늘로 통하는 금강문과 높이 30m의 거대한 석벽, 범접하기 쉽지 않은 우람한 돌덩이, 기묘하게 붙어 있는 석주, 촛대처럼 삐죽삐죽 솟은 돌기둥 등 스케일이 큰 것부터 조물주가 주무르다 던져놓은 듯 한 앙증맞은 만두바위(쌀·보리바위)를 비롯해 원효대, 의상대, 형제바위 등 기암이 열병하듯 서 있다. 그 바위 틈에다 터를 잡아 세운 기도처 암자는 화룡정점이다.

금전산 이름은 ‘금으로 된 돈’ 산으로 풀이할 수 있다. 100년 전에는 쇠산이라고도 불렀다한다. 요즘에 와서는 일확천금과 관련지어 로또 산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인터넷에 떠돈다. 이는 수년전 순천에서 연달아 복권 당첨자가 나왔다는데서 비롯됐다고.

그러나 실제 이름의 뜻풀이는 그리 가볍지 않다. 불가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부처의 제자들인 오백나한 중 금전비구에서 온 것이다.

산 아래에는 낙안읍성이라는 마을이 형성돼 있고 그 앞 거대한 평야가 바다처럼 펼쳐진다. 그 끝에 먼바다가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산은 설악산의 미니어처가 아니라 금전산 특유의 개성 넘치는 산이라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인 것같다.

호남정맥 남쪽 도립공원 조계산에서 갈라진 기맥이 남으로 흘러 고동산을 거쳐 이곳에 일어난 바위산이다. 거친 산세는 그래서 남성스러움에 비견된다.

특히 낙안읍성에서 동헌을 중앙에 넣고 금전산을 바라보면 한자 쇠금자로 보인다고 한다.

   
등산로:58번 지방도 위 불재 공터→약사암 갈림길→구능수→딱정벌레바위→돌탑봉→궁글재 이정표→557봉→금전산 정상→금강암→원효대→금강문→낙안온천→불재 택시 회귀. 6.5㎞ 휴식포함 4시간 10분 소요.


등산로는 육산인 불재 공터에서 시작해 절정인 정상 화강암산에 올랐다가 왼쪽으로 틀어 낙안온천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오전 9시 49분, 초입 불재는 낙안읍에서 순천 시내로 가는 58번 지방도로에 있다. 차량을 세울 곳이 마땅치 않아 주의해야한다. 이정표는 정상까지 3.2km를 가리킨다. 등산로는 평범하다못해 실망스러운 황톳빛 임도가 한동안 이어진다.

길섶에 작은 나목(裸木)이 왜바람에 떨고 있다. 나뭇잎은 여름과 가을의 찬란했던 영화를 한순간에 땅바닥에 떨구고 말았다. 계절의 흐름을 실감한다.

곧이어 기도도량 법황사 갈림길, 사람 움직임을 포착한 센서가 작동해 산불조심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산을 울린다. 밤에 동물이 지나가도 이런 방송이 울린다면 곤란할 일이다. 산 아래를 굽어볼 수 있는 전망대가 나온다. 산 쪽에는 딱정벌레나 공룡분을 닮은 바위가 돌출돼 있다. 황매산 옆 감암산 등산로 상에 있는 누룩덤을 닮았다. 흙길은 어느새 바윗길로 바뀌어 있다.

오전 10시 16분, 구능수에 닿는다. 바위 아래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석굴이 있고 4m높이 바위벽에는 축구공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다. 옛날 한 처사가 이곳에서 수도를 하는데 석굴 입구 위쪽 구멍에서 하루 세끼분의 쌀이 나와 이를 먹고 연명했다 한다. 하루는 손님이 찾아와 식량이 부족하자 쌀이 더 나오도록 부지깽이로 구멍을 쑤셨으나 쌀대신 쌀뜨물만 흘러내렸다고. 밀양 가지산 쌀 바위 전설과 같은데 과욕을 경계하는 교훈이다. 석굴 안에는 샘물이 하나 있는데 이를 마시면 아이를 갖는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말이 전한다.

구능수에선 산허리를 돌아간다. 철 계단을 오르고 딱정벌레처럼 생긴 바위 옆으로 올라갈 수 있다. 오전 10시 48분, 돌탑봉, 누군가 코팅지에 그렇게 써서 걸어놓지 않았다면 무명봉에 불과했을 590봉이다. 내려섰다가 궁글재 갈림길에서 다시 오르면 이름없는 봉우리이다. 땅에서 가지가 갈라져 자란 소담한 소나무가 그 옆 공원벤치와 어울린다.

 

   
 



멀리 정상이 보인다. 금전산까지는 겨울이지만 가을을 느끼는 구간이다. 군락을 이룬 떡깔나무가 잎을 떨구어 등산길을 장식하고 있다. 바람소리, 거친 숨소리, 낙엽이 밟혀서 부서지는 소리만이 화음을 이루는 신성한 산행길이다.

오전 11시 47분, 소나무 몇 그루가 자라고 있는 정상에 닿는다. 종형 돌탑을 쌓아 놓았다. 동쪽에 오봉산, 서에 백이산, 남에 제석산, 북에 이 산의 모산격인 고동산과 조계산이 펼쳐져 있다.

산 아래 순천 낙안면 동·서·남내리 일대 낙안읍은 옛날 그 옛날 바다가 만든 너른 벌판이다. 마한부터 형성된 낙안읍성에는 버섯형초가와 사립문, 돌담, 물레방아를 가진 세개의 마을 100여가구가 터전을 이루고 산다.

옛날엔 토성으로 마을을 감쌌으나 조선 중기 임경업이 군수로 와서 1.4㎞ 구간을 돌로 쌓아 석성이 됐다. 임 군수시절 동헌, 객사 등 성 안에 기관들이 제 모습을 갖췄다. 잉카유적정도는 아니라도 허투루 쌓은 흔적이 없는 석성이다. 그의 추모비가 서 있는 이유다. 조선시대 남쪽 백성들의 삶을 유추해 볼수 있는 공간이다.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두 갈래, 금강암을 거쳐서 낙안온천으로 바로 내려가는 길과 오공재길로 나뉜다.

10분정도 내려가면 헬기장이 나온다. 이 부근 양지바른 곳에서 휴식한 후 하산을 서둘렀다. 10여분 정도 더 하산하면 산신각이다. 이곳에서도 갈림길이다. 낙안온천길과 산신각 앞을 가로질러 전망대를 거쳐 낙안민속자연휴양림으로 가는길로 나뉜다.

앞을 가로막는 바위 옆길을 따라 돌면 드디어 이 산 최고의 경치 의상대이다. 여기저기 크고 작은 기암들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다. 특히 쌀 보리바위가 눈에 띈다. 금강암을 비롯해 관음좌불상이 새겨진 기도처가 남서쪽 석양을 바라보고 있다.

 

   
▲ 딱정벌레바위


바위는 전체적으로 누런빛을 띤다. 설악산 울산바위 화강암과는 색깔부터가 다르다. 그래서 해가 지는 오후 늦은 시간에 이 산을 바라보면 여느 바위산과는 달리 노랗고 붉은 기운이 더욱 강하게 자체 발광한다. 왼쪽 건너편 원효대가 있는 동대바위 능선은 닭 벼슬처럼 생겼다. 오른쪽에는 높이 솟은 석벽, 그 아래 산기슭에는 금둔사가 있고 승주방향 오공재가 살짝 보인다.

바윗길로 된 하산 길, 금강문을 지나면서 좌우에 숨이 멎을 듯한 풍광이 동양화처럼 흐른다. 사진촬영도 해야 하고 눈으로도 봐야하고 기억도 해야 하기에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그래서 돌아보면 원효대와 의상대 금전산의 아름다운 골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5분정도 더 내려왔을까.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난 지점에 6∼7m 높이의 붙은 듯 떨어져 있는 돌기둥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때부터 금전산행의 잔치는 끝난다. 출발지까지 되돌아가는 택시를 수배해야 하는 등 삶의 세상으로 되돌아왔음을 느끼게 된다. 오후 2시, 낙안온천 옆 도로에 닿으면 산행이 종료된다. 산행 출발지 불재까지는 택시비 1만원이면 된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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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좌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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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은듯 떨어져 있는 돌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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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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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대에서 바라본 원효대와 동대바위 능선, 멀리는 낙안벌이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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