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인간관계와 화법교육(3)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교단에서] 인간관계와 화법교육(3)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12.2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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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연말이다. 이 연말과 연시엔 모임이 많고 그 모임들에선 늘 건배가 이루어진다. 이 건배는 제의하는 사람의 면면을 파악하는데 아주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하고, 제의자는 자신을 드러낼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예전에 고3담임을 할 때엔 수능시험 이후에 특별 수업을 했고, 그 특별 수업 중 하나였던 건배사에 대한 강의가 새삼 떠오른다. 평소 교과 수업시간엔 무심한 학생들도 이런 강의엔 눈빛이 초롱초롱하여 집중도가 아주 높았었다.

건배(乾杯)는 ‘술좌석에서 잔을 들어 서로 축하하거나 건강 또는 행운을 비는 일’을 말하는데 그 목적은 ‘모임의 의미부여와 분위기를 고조시킴’에 있다. 대체로 건배의 절차는 진행자의 건배 제의자 소개와 잔 채우기, 그리고 건배사와 건배 구호로 이어지고 마지막엔 박수로 마무리 한다. 근자엔 ‘격려 및 축하의 말’인 건배사도 없이 ‘잔 비우기 위한 구호’인 건배 구호만으로 끝내는 경우도 많은데 썩 좋은 방법이 아니기에 간단하게라도 건배사를 하고 건배 구호를 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배 구호의 유형은 가장 기본적인 유형인 ‘위하여형’을 위시해 ‘삼·사행시형’(당나귀!, 당신멋져!), ‘선창후창형’(채우자:정, 비우자:잔) ‘질문형’(이게 술이가? 아이다. 이게 뭐꼬? 정이다!)과 ‘스토리형’ 등 다양한 유형들이 있지만, 좋은 건배 구호는 모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특정인을 지칭한 구호, 그리고 긍정적이면서 즐거워야하며 쉽고 편한 구호여야 한다. 그런가하면 바람직하지 못한 건배 구호도 많은데, 의미는 좋으나 천박한 성적 표현(성행위!, 잔 대 **, 마셔 **!)이 대표적이고, 부정적 표현으로 분위기 저해하는 구호(마시고 죽자!), 상투적 구호(** 발전이나 건강을 위하여)나 앞 사람의 구호를 반복하거나 어렵고 긴 구호는 참석자들을 민망하게 한다.

삶이 그러하듯이, 준비한 자 만이 최고의 건배사를 할 수 있다. 어느 구름에서 비가 내릴지 모르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고, 어느 자리에서 건배 제의를 받을지 알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기에 평소 건배사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둘 필요가 있다. 제의를 받았을 때 “난 이런 것 처음인데”라거나 “이런 것 못하는데” 등의 말은 하지 말고, 자신만의 준비된 건배사로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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