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프 > 레저/여행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60> 우포늪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12.26  22:42:38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 군락지를 이루고 사는 늪버들.

◇생태계의 보고, 우포늪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있다. 옛날, 우포늪의 물막이둑이 완공되기 전에는 늪 인근마을 사람들은 늘 진흙탕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 생긴 속담이 바로 ‘마누라 없인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이다. 말 그대로 비만 오면 주민들의 삶은 엉망진창이 되었다고 한다. 우연히도 우포늪 곁 유어면에 ‘진창리’가 있고, 조금 떨어진 고암면에 ‘억만리’가 있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비가 잦은 여름철이면 흙탕물 속에서 억만(엉망)진창이 되어 살았다고 한다. 그랬던 이곳에 제방이 완공되고, 우포늪이 생태계의 보고로 인식되면서 세상은 180도로 바뀌게 된 것이다. 질퍽한 흙탕물이 곧 보물이 된 셈이다. 필자는 우포늪에서 4㎞ 떨어진 곳에서 태어났다. 8살 때, 논고동을 잡으러 간 우포늪에서 물밤 가시에 엄지발가락을 찔려 논고동 대신 절룩이는 아픔만 소쿠리에 가득 담아 십 리 길을 되돌아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아픔도 이젠 한 폭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지난 해 여름, 우포늪 생태길을 5시간이나 걸어서 탐방한 적이 있다. 그때는 왕버들군락지, 가시연꽃, 논고동 잡이 등 우포늪의 식물과 주변 사람들의 삶에 대한 탐사였다면, 이번에는 겨울 철새들이 모여드는 때를 맞춰 새들을 탐조(探鳥)하고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우포늪의 생태를 만나기 위해 자전거로 생태탐방을 하기로 했다.

창녕군에 소재하는 우포늪은 모래벌, 나무벌, 쪽지벌을 포함해 70만 평이나 되는 국내 최대의 자연늪이다. 1998년 국제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이후, 습지보호지역과 천연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곳이다. 어쩌면 우포늪 자체가 자연생태의 상징이면서 보고라 할 수 있다. 철새와 나그네새, 텃새 등 160여 종의 새들과 마름을 비롯한 수많은 수생식물, 가물치와 논고동 등 토종 어패류, 물자라를 비롯한 수서곤충류 등이 집단으로 서식한다. 다양한 생물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줄뿐만 아니라 늪은 홍수 예방과 정수 기능, 지구온난화 예방, 다양한 식량 제공과 환경생태학습의 장이 되기도 한다.

 
   
▲ 따오기 복원센터의 모습.


◇자전거로 담아온 우포늪 생태길

우포늪주차장 옆에 있는 대여점에서 자전거를 한 대 빌려서 먼저 제1전망대 방향으로 트레킹을 했다. 입동이 지났는데도 탐방로 옆 나무들은 아직 가을빛을 띠고 있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가족 중심으로 찾아온 탐방객들이 꽤 많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우포늪은 망망대해처럼 보였다. 수초와 물, 그 경계선에 수많은 겨울철새들이 먹이활동을 하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는 새들을 바라보니 이곳이 바로 새들의 천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망대를 내려와서 자전거 반환점인 따오기복원센터로 가는 도중, 왜가리 한 마리가 늪 속 죽은 나뭇가지에 앉아 물밑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풍경을 만났다. 한참이나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먹이를 찾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물밑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긴 듯했다.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지금, 사람만 생각이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들도 생각이 깊어지는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철새인 왜가리가 텃새화 되어 겨울철에도 떠나지 않고 우포늪에 남아있는 것을 보면 우포늪의 생태계가 잘 보존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전망대에서 800m 정도 타고가자 따오기복원센터가 나왔다. 산골짜기 전체가 연구센터였다.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메이뇨/네 어머니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 동요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따오기, 총 300여 마리 정도 따오기복원센터에서 분산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솟대와 같은 토템신앙 속의 소재로 이용되었을 만큼 농촌에서 쉽게 볼 수 있던 친근한 새가 따오기다. 1970년대 후반 이후 모습을 감춘 따오기를 복원시켜 자연생태를 보존하고자 하는 노력과 함께, 사람과 자연이 공생하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일을 이곳 복원센터에서 하고 있다. 생태계 복원의 대표적인 사례가 된 따오기복원센터는 사전 허락을 받아야 출입할 수 있고, 출입시 철저한 방역은 필수다.

반환점에서 되돌아와 본격적인 탐조를 하기 위해 대대제방을 향했다. 길게 뻗은 제방이 하나의 멋진 풍경을 연출해 놓았다. 한쪽은 우포늪, 다른 한쪽은 들판이다. 넓은 들판에 파르스름하게 싹을 틔운 보리와 양파들이 겨울나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양파 시배지답게 들판에는 양파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리고 철새들의 먹이 공급을 위해 들녘 어느 한 곳도 놀리지 않고 보리를 싶어놓은 점이 이채로웠다.

 
   
▲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왜가리.


◇새들의 천국, 우포늪

눈길을 돌려 물을 가득 머금고 있는 우포늪을 바라보았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새떼가 수초와 물의 경계선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제방에 설치해 놓은 망원경을 통해 바라본 새들의 모습이 그저 신기하기까지 했다. 겨울철새인 큰고니와 기러기, 청머리오리, 저어새 등이 긴 여정에 대한 얘기를 도란도란 나누고 있는 듯했다. 다시 제방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니 늪버들 군락지가 나타났다. 뿌리는 물밑에 두고 지상에 가지를 펼친 채, 수생 생물과 지상 생물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버드나무들의 의연한 자태에선 늪을 살리는 파수꾼으로서의 긍지가 드러나 있는 것 같았다. 1.4km나 되는 제방길을 따라 자전거반환점에 이르자 잠수교가 나타났다. 자연 그대로에다 살짝 더해진 인공의 멋이 무척 조화롭게 보였다. 자전거를 타고 되돌아오는 필자를 배웅하는 듯 물 위의 새떼들이 일제히 날아올라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인사를 건넸다.

총길이 5.9㎞의 자전거트레킹을 끝내고 우포늪생태관을 들렀다. 건물 옥상엔 새들이 비상하는 모습의 조형물이 있었고, 건물 외벽엔 주홍빛으로 단풍든 담쟁이 사이로 잠자리의 우화과정을 형상화해 놓은 조형물과 물자라가 알을 스는 모습의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다. 습지 야생동물에 대한 연구, 보존, 전시를 목적으로 지어놓은 생태관은 우포늪생태체험장과 더불어 자연학습공간이자 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생태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아울러 넓은 늪과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있는 새들의 낙원을 바라보며 행복한 힐링 시간을 듬뿍 누린 하루였다.

/박종현(시인·경남과기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우포늪과 들판의 경계인 대대제방
우포늪과 들판의 경계인 대대제방.
우포늪생태관 전경
우포늪생태관 전경.
우포늪생태체험관 전경
우포늪생태체험관 전경.


경남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