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말이 노래 부르기를 기다리는가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경일시론] 말이 노래 부르기를 기다리는가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12.2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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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미국 친구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가 얼마전 한국에 출장을 왔다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모바일 속보를 받아봤다고 한다. 매우 놀란 모양이다. 그가 놀란 것은 미사일이 아니라 아무일 없다는 듯이 호텔 조식 뷔페식당을 가득 메운 무감각한 한국 사람들의 모습이었다고 한다.

우화(偶話) 한토막이다. 중세시대의 일이다. 죄수가 왕에게 제안을 했다. 1년의 기회를 준다면 왕의 말이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가르치겠다고 약속했다. 목숨을 보전한 죄수가 감방으로 돌아오자 평생이 걸려도 안될 일이 아니냐고 다른 죄수가 물었다. 그의 답이 걸작이다. “어쨌던 1년은 더 살게 됐잖아.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을지 알아. 왕이 죽을지, 말이 죽을지, 아니면 내가 죽을지. 혹시 누가 알아? 말이 노래라도 부르게 될지.”

사실 우리 정부가 말의 노래를 기다린 것은 오래된 일이다. 우리 정부는 1991년 순진하게도 스스로 핵무장할 권리를 포기했다. 이듬해 북한과의 비핵화 공동선언은 오히려 북한이 마음껏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할 의사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다며, 햇볕정책을 금과옥조로 삼아온 우리 정부다. 그렇게 25년을 허송세월했다. 그 결과 한반도에서 북한의 핵 독점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우리의 안보환경이 최대 위기 단계까지 왔다. 이제 남은 것은 정공법뿐이다.

우선 외교적인 노력을 다해야 한다. 전 세계가 공조하여 북한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실질적 제재를 가함으로써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 이란의 핵 포기도 결국 경제 제재 덕분이었다.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을 추진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그래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결의가 중요하고, 그 결의내용에는 북한에 대한 원유공급 중단이 핵심이 되어야 한다.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외교적 노력이 중요한 이유다.

다음에는 소위‘핵의 균형’이다. 핵은 핵으로 대응해야 전쟁과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우리 자체적인 핵 개발은 여러가지 여건상 쉽지 않다. 그렇다면 전술핵을 다시 들여오는 것이다. 걸림돌은 무엇보다도 중국이다. 방어무기체계인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그 난리를 친 중국이다. 이번엔 공격 무기다. 중국과의 관계는 더 악화될 수 있고, 기업들은 중국에서 아예 퇴출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우리 국민 모두의 굳건한 안보의식과 자세다.

북한 핵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겨냥하여 위협하고 있지만 실제 피해를 보는 것은 멀리 있는 미국이 아니라 바로 우리 한국이다. 북한이 핵 실험을 완성하게 되면 온갖 협박과 위협을 가해 올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북한이 한국을 공격해도 미국이 개입하지 않는다면 어쩔 것인가. 북한은 핵과 미사일 위협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뒤 미국과 담판을 벌이려 할 것이다. 한국이 끼어 들 자리는 없다. 북미 평화협정 시대가 된다면 그때는 또 어쩔 것인가.

세상에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다. 안간힘을 써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일이고 국제관계다. 모든 경우를 상정하고 능동적으로 대책을 수립할 때다. 비용과 고통이 수반된다. 우리 국민과 기업들도 감내할 각오를 해야 한다. 말이 노래를 부르는 날은 결코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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