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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7 (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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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27  22: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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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7 (551)

“알아요. 이모. 전 그게 더 좋아요.”

“내 뜻은 그게 아니라, 네가 그리로 가면 네 생활에 당장 변화가 생긴단다. 그 언니 오빠들은 어른들 도움 없이 자기 일은 스스로 하는데, 먹는 거며 입는 거며 지금 엄마한테서 받는 도움을 받을 수가 없이 너도 네 일은 뭐든지 혼자 알아서 해야 돼.”

“그래도 괜찮아요. 저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식구가 하나 늘어나는 일이 간단치가 않단다. 어른들 생각은 그래.”

“지금 엄마한테 주는 양육비 그쪽으로 주면 되잖아요.”

하숙비처럼 그쪽 가계에 도움 되는 그런 방법도 있었던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양지는 낮은 심호흡을 뱉어냈다. 아이는 벌써부터 용남언니를 싸고도는 가족 간의 따뜻한 분위기에 이끌렸고 온화한 가족들의 분위기에 본능적인 동류 감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또 있는데요. 이모, 저도 이번에 용재오빠네 이모한테 신장을 줄 수 있는 검사할 때 같이하게 해주세요.”

“너도? 우리는 벌써 했다만 어쩜 그런 생각까지.”

“그냥 두면 엄마가 죽는다고, 경미가 막 울고 그랬어요. 다른 식구들 거는 안 맞아도 저는 맞을 수도 있잖아요. 저도 엄마가 있었으면 하고, 경미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몰라요.”

“우리 수연이가 그런 생각까지 하다니, 아주 기특하구나. 어느 새 그렇게 컸어. 그렇지만 수연아-.”

너는 아직 어려서 의식수술에 동참하기는 곤란할거라는 말을 하려고 보니 간절하게 양지의 눈을 응시하는 수연의 얼굴에 기대와 그리움이 얼비쳐보였다. 양지는 속으로 흐느낌이 나올듯한 격정을 느꼈다. 용재네 남매들이 의료진이 허락해야 가능한 이식 수술을 위해 검사대 위에 올라가기로 저들끼리 미리 결정했다는 말은 듣고 있었다. 동참하고 싶은 수연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얼굴도 모르는 제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부러움 때문이리라. 양지쪽의 담북쑥처럼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는 용재네 남매들과 수연을 손 잡혀 준 것은 양지가 한 일중에 가장 잘한 일 중의 하나가 될 것 같다. 어디서 나든 사촌 중의 진짜 사촌은 이종 사촌이라는 말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용재네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두터운 가족애라면 수연이 하나쯤 얼마든지 감싸 안고 언 가슴을 녹여줄 아랫목이 되어 주리라. 만난 지 몇 시간 되지 않았는데도 손자들로 하여금 언니라거나 동생이라거나 하는 호칭으로 수연이를 받아들이게 가르쳐준 용재 할머니의 배려도 수연의 가슴속에다 환하고 따뜻한 세상을 펼쳐준 게 분명했다.

어떤 환경에서든 생명은 자라고 성숙해 간다. 수연이를 외국으로 입양 보내지 않으려고 현태와의 관계를 그렇게 의절했으면서도 미처 예상해보지 못한 결과였다. 딱히 몰두한 일도 없으면서 뭔가 분주하고 산만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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