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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포럼]고교학점제가 성공하기 위한 선결조건들
김정섭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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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28  22:3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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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11월 말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내세운 공약 중 하나인 고교학점제를 2022년부터 전면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생들이 대학처럼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추어 교과목을 선택하고 필요한 학점만 이수하면 졸업할 수 있는 제도다.

고교학점제의 가장 큰 특징은 고등학생이 수강하고자 하는 교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필요한 학점만 채우면 졸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제도는 학생들이 자신이 소속한 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나 온라인에서 제공하는 교과목을 선택하여 이수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에 고교학점제는 우리나라 중등교육의 큰 틀을 바꿀 수 있는 교육혁신 정책 중 하나로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지금의 교과단위제는 2차 교육과정기(1963-1973년)인 1967년에 문교부(현 교육부)에서 도입하기로 발표한 제도다. 그 당시 문교부가 교과단위제를 도입할 때도 ‘학생의 진로와 직접 선택에 자유를 보장하기 위함’을 그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교과단위제는 학생이 이수할 교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학년제에 얽매이어 해당 학년에서 개설한 교과목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목적을 달성하는데 실패하였다. 그리고 50년이 지난 뒤에 현 교육부가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맞추어 교과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이처럼 교과단위제와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려는 이유가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고교학점제를 도입할 때에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고교학점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래의 전제조건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건들이 먼저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지면상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세 가지 선결조건만 제시한다.

첫째, 고교내신 절대평가제가 실시되어야 한다. 이미 많은 비평가들이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부도 고교학점제를 운영하기 전에 학생평가 방법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이미 학점제를 적용하고 있는 대학에서 성적 부풀리기가 만연하고 그 부작용이 심각하여 학생평가 방법을 상대평가로 변경하였다. 따라서 교육부는 고등학교에서 성적 부풀리기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필요할 경우 고등학교 교사가 다수 과목을 가르칠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한다. 국어나 수학의 경우 고교 학점제가 도입되더라도 학생이 이수해야 하는 학점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교사가 한 교과만 가르쳐도 될 것이다. 그러나 많은 교과목의 경우 수강 신청 학생의 수가 너무 적어서 폐강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고 그 결과 일부 교사는 법정 시수를 채우지 못하는 일도 발생할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교과목의 수를 줄일 경우 고교학점제는 지금의 교과단위제와 동일한 제도로 전락할 것이다. 따라서 교사가 두 가지 이상의 교과를 가르칠 수 있도록 미리 준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주변 학교와 협력 체제가 완성되어야 한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과목의 수와 범위는 교사의 수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제한될 수밖에 없다. 본교에서 제공할 수 있는 교과목은 교내에서 이수하고 나머지는 다른 학교에서 이수해야 한다고 제한하는 것이 없다면, 학교의 존재 이유가 사라질 수도 있다. 또한 다른 학교의 교과목을 이수하도록 허락할 경우 특목고 학생들은 일반고 수업을 이수하는 경향성이 높아질 것이나 일반고 학생들이 특목고나 자사고 수업을 이수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로 인해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의 내신 성적은 매우 높아져 고교학점제가 이들 학생들에게 더 유리해 질 수 있는 제도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타교 및 온라인에서 이수할 수 있는 학점의 비율을 사전에 확정해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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