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약광고 역사는 오래됐다. 19세기 중반 미국 의약품 광고주가 초창기 약광고를 시작했다. ‘특허 품목’이라는 특제약들이 신문지면을 타고 광고됐다. 초기 약품 광고는 허위 과장광고로 악명 높았다. 일반 대중에게 의학 지식이 얕았던 시절, 솔깃하는 문구로 한번만 먹으면 모든 병이 씻은 듯이 나을 것 같은 만병통치약 식의 광고가 신문지면을 휩쓸곤 했다.
우리나라 신문광고의 초기시절에도 약품광고는 눈길을 끄는 광고 중 하나였다. 학질이라 불렀던 장티푸스 약품인 ‘금계랍’ 광고는 가장 유명한 광고로 기억되곤 한다. 멀고도 먼 1910년대 시절의 이야기다.
1960년대 12월 신문에도 약품 광고가 하나 눈에 띈다.
기침감기에 효과가 있는 해수약와 위장약 위경산을 소개하고 있는 광고가 1960년 겨울을 맞아 지면에 자주 등장했다.
"해수병에 한탄 말고 이 약을 복용해보라"는 카피로 시작하는 해수약 광고는 악성감기, 해수, 토담, 천식, 유행성 독감, 소아기관지 폐렴, 백일해, 지프테리 등 다양한 기관지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얼핏 보아도 만병통치약 같다.
이어진 증상 표현이 재미있다. “헐덕거리며 숨이 차서 누울 수 없고, 고양이 목소리가 날 때” 효험이 있다고 한다. 감기에 고양이 목소리라니 ‘갸르릉’ 대는 귀여운 고양이가 연상되는 표현이다. 장복하면 폐병이 완치되는 것은 알겠는데 해독성이 강해 위통과 위암에도 유효하다는 부분은 갸웃해진다.
함께 소개한 위경산은 강정제다. 대인소아를 막론하고 급성 복통에 효과가 탁월하다는 소개가 이어지고 있다. ‘즉치’ 즉시 치료되고 식미가 좋아져 1개월만 먹으면 혈액이 증진돼 얼굴빛이 회복된다고 한다. 위장병 증상에 관한 한 위경산이 만병통치약 이었던 모양이다. ‘신경통, 혈담통, 사지통에 용하고 장복하면 관절염이 완치’ 된다는 이어진 카피는 의아하지만 초창기 신문 약광고 주요 카피가 만병통치약 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해될만 하다. 진주시 동성동 손의원의 가정비상약품 광고였다.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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