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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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7.12.2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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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시극 ‘순교자의 딸 유섬이’ 집필과 공연(5)
 


시극은 시로써 풀어낸 극문학이다. 희곡과 다른 바는 흐름이 시적이어야 하고 대화나 지문이 시적 표현이라야 한다. 그러므로 주인공의 말이나 대화가 암시적이고 상징적인 부분이 중심을 이루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집필해야 한다. 그래서 주인공이 시심을 지니고 있어야 시적 대화나 사건 전개가 이루어질 수 있다. 마땅히 주인공 유섬이는 그런 캐릭터로 설정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9살로 극중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동심과 동시적 자질을 지니고 사물을 바라보게 해야 하지만 무대를 전제로 할 때, 일테면 공연을 전제로 할 때 그 수준을 턱없이 높게 잡을 수는 없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었다.

‘첫째 마당 피어린 초남이 마을’은 1801년 아버지 유항검, 큰 오빠 유중철, 둘째 오빠 유문석이 순교한 다음 섬이와 일석(6살), 일문(3살) 3자매가 관비와 관노로 끌려가는 상황이 무대가 되어 있다. 등장 인물은 할머니, 어머니 신회, 이순이(올케 언니), 그리고 3자매이다. 아직 어머니와 올케 언니는 순교하지 않았고 곧 이들도 끌려가 순교할 채비를 하고 있던 중이다.

그 경황에서 어머니 신희는 귀양 떠나는 딸에게 주기도문을 외어 보라 한다. 섬이는 한문 문장이 통용되던 교회 초기의 주기도문을 줄줄 외운다.

“재천(在天)아등(我等)부자(父者)여 아등(我等)원이(願爾)명현성(名見聖)하시며 이국(爾國)임격(臨格)하시며.....” 신희는 이를 풀어보거라. 라고 말한다. 섬이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그 나라가 임하시며....” 또박 또박 풀이말 기도를 바친다.

그런 뒤에 신희는 딸에게 주문모 신부가 갖다준 십자고상을 주고 일석 일문에게는 예수님 얼굴이 그려진 상본을 하나씩 주면서 어려울 때는 이 고상과 상본을 보며 기도하라고 당부한다. 옆에 있던 이순이 누갈다는 섬이에게 아무쪼록 동정을 지키며 살라는 내용의 편지를 섬이에게 주며 어려운 때가 오거든 이 편지를 꺼내 읽으며 한 순간도 주님을 잊지 말라고 주의를 준다.

‘둘째 마당 안골의 달’에서는 섬이가 거제부로 와 한많은 삶을 시작하여 정착하는 무대다. 거제 동헌에서는 유섬이를 기다리며 부사, 좌수, 형리들이 담소를 하는데 갈매기가 아침부터 떼를 지어 우는 소리가 나자 좌수는 거제지방 갈매기 관련 민요를 부른다. “갈매기야 갈매기야 네가사 울면/ 수자리 간 우리 오빠 소식이더냐// 갈매기야 갈매기야 네가사 울면/ 돌림병에 죽은 사람 소식이더냐/ 지붕 위에 고복하는 호곡이더냐” 곧 전주감영 포졸에 묶인채로 유섬이가 당도하고 어린 아이를 관비로 받아들인 거제부는 읍치 내간리에 양반집 홀로 사는 김초시 부인에게 섬이를 위탁해 살게 한다. 이럭 저럭 섬이는 초시댁 마님을 양모로 하여 살게 되는데 뜻하지 않게 한밤중 기도하는 소릴 들은 동네 망나니가 다음날 거제동헌에 천주학쟁이 기도를 했다고 고발한다. 이 사건으로 동헌에서 무사히 무혐의로 결론이 나고 양모와 섬이는 더욱 가까운 모녀지간이 되고 급기야는 한 식구로서 더할 수 없는 혈연 이상의 일심동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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