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새해를 바라보며 저마다 바라는 소망은 다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가장 먼저 꼽을 것이다. 나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는데 어릴 때는 이러한 바람이 잘 통했는지 주변에 아픈 분이 별로 없었다.
어릴 적부터 함께 살며 봐온 외할머니는 주변의 지인들이 지팡이를 짚고 다닐 때도 먼 길을 혼자 걸어 다니실 정도로 건강하셨고, 고령임에도 매주 이뤄지는 종교 활동은 물론 장기간의 해외여행도 거뜬하게 다녀오실 정도여서 주변의 부러움을 사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외할머니의 등에 붉은 반점이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두드러기인가 싶어 연고를 발랐지만 차도가 없었고,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니 대상포진이었다. 치료는 잘 이루어졌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후 바늘로 찌르는 듯한 신경통을 호소하면서 통증치료를 받았으나 별 차도가 없었고, 후유증으로 인해 오랜 시간 고통을 겪은 뒤에야 겨우 진정 될 수 있었다.
한국인의 주요 사망원인으로 손꼽히는 암(악성신생물), 심장질환, 뇌질환을 비롯해서 각종 감염질환과 만성질환 합병증의 무서움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그리고 건강검진, 금연과 금주, 식이요법과 운동, 백신접종 등 많은 예방법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건강할 때 건강의 소중함을 모르고 방심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만성질환은 중년 이후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질병은 삶의 질을 떨어트릴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준다. 나 역시 매번 건강관리에 대해 가볍게 넘겼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명은 재천이라는 말이 있지만 주어진 수명동안 얼마나 건강하게 살지는 자신의 의지에 달려있다. 외할머니의 일을 보고서 어머니에게 대상포진과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권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나도 여러 가지 이유로 미뤄왔던 운동을 시작해볼 생각이다. 정말 중요하지만 너무 많이들은 탓에 어쩌면 무덤덤해져버린 건강, 올해는 꼭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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