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목
황광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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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광지 (수필가)
  • 경남일보
  • 승인 2018.01.0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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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광지


적막하던 주위가 왁자지껄해서 고개를 들었다. 새떼가 지나간다. 그래픽 풍경을 연출하는 것처럼 새가 지나간다. 먼 산은 높고 창에서 가까운 키 큰 소나무는 산 높이만큼이나 우뚝하다. 그 뒤 산 아래로 몇 채 집들이 보이며, 웅장한 산이 버텨 하늘과 조화를 이룬다. ‘끼룩끼룩~끼룩끼룩’ 새떼가 줄지어간다. 여덟 마리도 가고 열한 마리도 가고 셀 수 없이 많은 무리도 날아간다. 땅거미가 내릴락 말락 하는 시간이다.

우리 사무실은 주남저수지로 가는 길목에 있다. 봄에 이리로 옮겨 온 뒤 직원들이 ‘시골이라도 이런 오지가 없다’고 투덜거렸다. 돈사가 옆에 있어 야릇한 냄새 때문에 너도나도 죽을상을 하고 다녔다. 어떤 날은 돼지우리를 뒤집는지 냄새때문에 두통이 오기도했다. 도심지에 있다가 사무실을 시골로 옮겼으니 직원들의 출,퇴근길이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닌데, 냄새까지 극성을 부렸으니 이해할만했다. 냄새를 맡아보지 않은 사람은 일터가 주남저수지 근처라고 하면 낭만적인 생각부터 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저수지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감나무 밭만 즐비하니 그런 소리에 우리는 고개를 젓는다. 여름날 창문을 열어놓은 시간에는 한숨을 쉬기도 하고 호흡을 멈춰보기도 하면서 지독한 냄새와 씨름을 했다.

문을 굳게 닫는 계절이 됐다. 다행히 사무실에 있는 동안은 냄새를 잊게 했다. 밖에 나가도 추운 날씨에 냄새마저 갇혀 있는지 견딜 만했다. 죽을상들이 조금씩 펴졌다.

어느 날 문득 직원들의 얼굴에 활짝 미소가 일었다. 새떼가 시끌벅적 지나가고 있었다. 비로소 우리 사무실이 주남저수지 근처임을 떠올렸다. 우리가 새들의 길목을 지키는 것처럼 설렜다. 가끔 저수지를 떠나 어디론가 날아가는 새들도 보지만, 주로 해거름에 주남저수지를 향해 무리지어 찾아오는 새들을 보게 된다. 보금자리로 향하는 절심함 같은 것이 묻어나는 비행이다. 새들의 보금자리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는 지난 계절의 고통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처럼 ‘낭만’을 말한다. 날아가는 자태뿐만 아니라, 새떼가 내는 소리를 선명하게 듣기도 한다.

사무실 주변을 가깝게 날아다니는 텃새들도 많은데, 곁에 있는 것을 그동안 무심히 보았음도 깨닫는다. 오늘 높이 멀리 날아가는 새떼에게 마음을 빼앗기면서 길목에서 재재거리는 새들도 유심히 본다. 귀하지 않은 것이 없는데 언제나 멀리 바라보기만 했다. 지나가는 것들과 머무는 것들을 함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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