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의 경제이야기
김흥길의 경제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8.01.0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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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민자은행 연 고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
고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
신한은행의 창립자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은 일제강점기였던 1917년 경북 경산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15세 때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의 쓰루하시 암시장 뒷골목에서 자전거 수리 등을 하면서 기업가의 꿈을 키웠다. 일본이 패전하고 1946년 8월 1일 쓰루하시 암시장이 폐쇄되었을 때에 그는 흥분한 상인들 앞에 나서서 연합군 사령부 및 일본 경찰과 교섭하여 1947년 3월 ‘쓰루하시 국제 상가 연맹’이라는 합법적인 시장으로 재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그 후 30세의 나이에 이 상가 연맹의 초대 회장으로 추대되어 14년 간 임무를 수행했다.

1956년 5월, 38세 때에는 오사카 지역의 재일교포 상공인들과 함께 오사카흥은(大阪興銀)이라는 신용조합을 세웠고, 제 2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금융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는 이전 암시장에서 배운 상술과 암시장의 상인들을 단결시키며 이끌었던 리더십을 바탕으로 그의 경영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였다. 그는 항상 독특한 경영전략을 구사하였으며 그 성과는 업계의 화제가 되곤 하였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많은 재일 기업인들이 모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하고자 한국에 진출하였다. 하지만 한국에 진출한 재일 기업이 늘어남에 따라 기업 경영상의 문제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한국과 일본의 비즈니스 스타일의 차이와 더불어 한국 경제 사정에 대한 이해와 정보의 부족 등이 이유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일 기업인들은 재일 기업 대표 기관으로서 1974년 ‘사단법인 재일 한국인 본국투자협회’를 설립하여 이희건을 대표로 추대했다. 이 협회는 재일 한국인 및 일본인들의 한국 투자 사업 전반에 걸쳐 원활한 편의 제공을 도모하는 역할을 하였다.

당시 한국의 금융기관은 재일 기업에 재정적 지원을 하지 않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단자 금융회사인 ‘재일투자 금융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이희건이 대표로 취임하였다. 재일 기업인들은 이희건의 경영능력과 리더십을 신뢰하고 재일 기업의 대표기관을 그에게 맡긴 것이다. 이희건은 이러한 재일 기업인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두 조직을 재일 기업의 지원기관으로 성장시켰다. 재일 투자금융은 1977년 자본금 5억 원으로 설립되었으나 1979년 수신고와 여신고 모두 총액 1000억 원을 돌파하는 등, 재일 기업의 금융 재정 부분을 떠받치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1980년 ‘외국인계 은행 설립’ 검토가 발표되었을 때, 이희건은 재일 한국인들이 은행을 설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은행 설립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재무부에 청원서를 제출하였다. 마침내 1982년 7월에 250억 원을 자본금으로 국내 최초의 순수 민간자본 은행인 신한은행을 창립하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 기업의 다각화를 추진하여 2009년에는 14개의 금융 자회사를 거느리는 금융그룹으로 성장하였다. 더욱이 금융서비스 혁신으로 일컬어지는 신한은행의 독특한 경영방식은 ‘신한 웨이’로 불리며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이희건은 2001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신한 금융 지주 회사의 명예회장직을 맡아왔다. 그를 두고 주변에서는 신한 금융그룹의 영원한 정신적 지주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신한 은행을 통해 선진 기법의 수많은 금융시스템을 금융업계에 보급함으로써 한국 금융 현대화 및 경제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또한 그는 서울 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에는 100억 엔을 모아 한국에 기부하기도 하였고, 외환위기 때 한국이 외화 부족 상황에 처하자 일본에서 ‘국내 송금하기 운동’ 등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평소 임직원에게 “재물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고, 신용을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1년 3월 21일 향년 94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경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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