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7 (554)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7 (554)
  • 경남일보
  • 승인 2017.12.1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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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7 (554)

“수연이도 나처럼 어릴 때부터 어른들 입맛에 맞게 키우면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 그대로 밖에 안 될 게 분명해. 다행히도 용재네들 환경을 재미있어하고 함께 어울리고 싶어 하니까 저 좋은 대로 자연스럽게 합류시켜 보는 것도 좋은 인성을 키우는 운동장이 될 거야. 인생이 뭐 별기가. 거창한 게 아니라 그저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하면서 재미있게 살아가는 거 그게 젤이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 수연이 만은 그렇게 자라게 주선해주고 싶다. 난 네 생각하고는 좀 달라. 우리들 심보가 굳어 있어서 잘못 받아들여서 그렇지 구차한 것도 인성을 성숙시키고 누추한 것도 사람을 키우는 거였어. 그리고 뭐 집이 완공될 때까지니까 한시적으로 체험삼아 시골 생활을 해보는 것도 나쁠 것 없고.”

양지의 말이 물처럼 스며드는 설득작용을 했는지 한참동안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던 호남이 입술을 몇 번 빨아들이다가 문턱이 사라진 듯 선선한 음성으로 말을 받았다.

“우리가 좋단 다고 우리 맘대로 결정할 수는 없잖아. 그쪽 어른이 들어줄는지도 모르고.”

“좋아. 그럼 된 거다. 내가 알기에 그 어른들은 인정이 많은 분들이니까 우리 뜻을 받아들여 줄 거야. 내가 한 번 타진해 볼게. 아니, 내가 꼭 승낙을 받아낼게.”

“그럼 이 기사 불러 줄 거니까 당장 가봐.”

호남이 내 준 차편으로 양지는 곧장 한실로 갔다. 호남이나 자신의 은근 급한 성격이 천생 자매인 것을 부인할 수 없는 흔쾌함으로 기분도 무척 좋았다.

“아이고. 아아들 이모 오싯십니꺼. 빙언에 갖고 갈라꼬 개떡 좀 찌고 있었네요.”

황망한 손길로 아궁이 앞에 널려있는 땔나무를 쓸어 넣으면서 용재할머니가 일어섰다.

“개떡을요?”

“지도 빙언에 갇혀있으니 솟증이 도져서 꿀찐했는지 굴쭉시리 개떡이 묵고 접다네요.”

“요즘은 귀한 건데, 그래서 개떡을 만들었어요?”

“우얍니꺼. 입이 포도청이라꼬, 사는 맛이라고는 입다시는 것 밖에 없는 사람인데. 와예, 안즉 그리 위험한 상태는 아이라카더마 빙언에 무인 일이라도 생깄십니꺼?”

용재할머니의 화기에 달아 빨개진 얼굴이 어두운 상상으로 표 나게 굳어졌다.

“언지예, 언니한테 무슨 일이 있어서는 아니고예.”

양지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아궁이 안으로 삭정이를 같이 밀어 넣으면서 용재할머니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아이고 너른 데로 올라가입시더. 인자 쪼끔만 뜸을 들이모 될낀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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