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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경남일보 기획] 천년도시 진주의 향기<17>진주의 맛 '칠보화반' 진주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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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4  11: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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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인간의 생명 활동을 지탱해 주는 가장 기본적 요소의 하나이다. 또한 자연환경과 생활습관 등 그 나라와 지역의 정서적 문화가 잠재되어 있어 우리의 정신세계를 지배한다. 음식의 맛에는 그 지역 사람들의 희로애락이 배어있고, 멋과 지혜와 생활이 묻어 있다. 따라서 우리 조상들이 산야와 바다에서 우리 토양과 기후에 뿌리를 내린 식재료를 원료로 하여 정성으로 다듬어낸 전통음식을 제대로 아는 것은 단지 그 맛을 아는 것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역사를 아는 것이고 조상들의 숨소리를 듣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전통음식은 종류와 조리법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조상 전래의 슬기가 담겨 있어 맛도 좋고 영양학적으로도 매우 우수하다.

그 중에서도 비빔밥은 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민족의 대표 음식이다. 비빔밥의 역사에 관한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1)16세기 말엽의 ‘기재잡기(寄齋雜記)’에 어육과 채소를 섞은 비빔밥을 한자로 ‘혼돈반(混沌飯)’으로(2), 이익(李瀷)의 ‘성호전집(星湖全集)’에는 골동(骨董)이라 하여 골동반(骨董飯)을 나타내고 있다. (3). 1724년의 ‘청대일기(淸臺日記)’에는 ‘골동반(汨董飯)’으로 수록되어 있어(4), 지금부터 500여 년 전에 비빔밥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비빔밥’이라는 한글 명칭도 1810년의 ‘몽유편(蒙喩篇)’에 ‘브뷔움’으로 기록되어 있어 약 200년 전에 이미 비빔밥을 한글로 기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5). 그리고 ‘브뷔음’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이후 부뷔음, 부빔밥, 부븸밥, 부뷘밥, 부뷔엄밥, 부뷔음밥으로 다양하게 기록되다가 오늘날 비빔밥으로 정착되었다. 이윽고 한글 ‘부빔밥’을 한자로 표기할 필요성에 의해 ‘手+孚排飯(부배반)’이라는 한자 명칭도 새로 만들어 졌다. 여러 문헌으로 보아 비빔밥은 골동반으로 기록되기 훨씬 이전에 제사를 지내면서 만들어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6,7,8). 그러므로 비빔밥의 역사는 문헌에 기록되기 훨씬 이전 시기, 즉 지금부터 1000년 이상 이전까지도 소급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1).

현재와 같은 한글 ‘비빔밥’ 명칭은 1921년 ‘개벽’ 17호에 처음 등장하는데, 1925년 ‘해동죽지(海東竹枝)’에는 해주의 명물로 ‘汨董飯 비빔밥’ 으로 나타나며(6), 1948년 손정규의 ‘우리음식’에 ‘비빔밥(骨董飯)’이 나와 있고(9), 1954년 방신영의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에 비빔밥 항목이 있으며, 내용 중에 비빔밥을 ‘부빔밥’이라고도 하였다.

그렇다면 진주비빔밥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언제부터일까? 진주비빔밥에 대한 최초기록은 1929년의 ‘별건곤’ 제24호에 수록되어 있다(10). 1985년에 출판된 한국요리문화사 중 ‘비빔밥의 문화’에 ‘진주비빔밥은 양이 적고 콩나물 대신 숙주나물을 쓰는 것이 특이하다’고 적고 있다. 그런데 임진왜란 당시 2차 진주성 싸움을 앞두고 성 안의 군사와 백성들이 소까지도 모두 잡아 최후의 만찬을 가졌는데, 그 때 그릇이 부족하여 밥, 나물, 쇠고기 육회를 한데 담아 간장이나 고추장을 쳐서 비볐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러한 자료들로 미루어 볼 때 진주비빔밥의 역사는 우리나라 비빔밥의 역사와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3대 비빔밥인 전주비빔밥, 해주비빔밥 및 진주비빔밥을 비교해 보면 흥미 있는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전주비빔밥은 가마솥 안에 밥이 뜸들 무렵에 콩나물을 넣고 데친 다음 가마솥 안에서 버무렸다하여 ‘전주부뷘밥(비빈밥)’이라고 하였다. 그 특징은 3년간 묵은 간장과 잘 기른 콩나물, 기름기를 제거한 소머리 국물로 밥을 비비는 데 있다. 그리고 해주비빔밥은 여인의 아름다움과 비교할 만큼 아름답다고 하여 ‘해주교반(
飯)’이라 불렀는데, 나물이나 고기 외에 수양산 고사리와 황해도 해안에서 생산된 김을 구워 부스러뜨려 넣는 것이 특징이다. 그에 비해 진주비빔밥은 노란 놋쇠그릇에 하얀 쌀밥을 퍼고 제철 나물을 손가락 사이로 뽀얀 국물이 나올 정도로 까부라지게 무쳐서 얹혀내는데, 그 모양이 아름다운 꽃과 같다 하여 ‘화반(花飯)’이라고 불렀다. 혹자는 일곱 색깔의 꽃밥이라고 해서 ‘칠보화반(七寶花飯)’이라고도 불렀다 한다. 그러니까 진주비빔밥을 대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 아름다움에 취하고 그 맛에 놀랄 수밖에 없다.

   
 


진주비빔밥의 특징을 좀 더 자세히 보면, 첫째, 밥을 지을 때 물 대신 기름을 걷어낸 사골 국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윤기가 나고 고소한 맛이 생성되어 독특한 맛을 내게 된다. 사골 국물은 사골에서 추출된 칼슘, 인, 철분 등의 미네랄이 많아 영양 면에서 아주 우수하다.

둘째, 다양한 나물이다. 진주는 지리산과 남해에서 모여든 부식 재료가 풍요로운 탓에 비빔밥에 들어가는 밥의 양은 적은데도, 고사리, 호박, 숙주나물, 무, 죽순, 부추, 쑥갓 등 제철 채소를 듬뿍 넣고, 모두 숙채를 쓰며 갖은 양념으로 충분히 주물러 뽀얀 국물이 나올 때까지 무쳐 넣는다. 그리고 해조류인 속대기를 구워 뜯어 무쳐 넣고 콩나물 대신에 숙주나물을 쓴다. 나물류는 토착화된 음식으로 평민에서부터 궁중에 이르기까지 의례식과 일상식에 널리 이용되어 왔다. 비빔밥은 나물류를 섞어 먹음으로써 주식에 부족 되기 쉬운 비타민, 무기질, 섬유질 및 기능성 페놀 화합물 등을 섭취할 수 있고, 양념에 이용되는 식물성 기름은 필수지방산이 많아 영양의 균형을 잡게 해준다. 진주비빔밥에 첨가되는 채소는 엄선된 단순함에 있다. 너절하게 이것저것 채워 양을 늘리는 게 아니라 엄선된 최소한의 양으로 지고의 취향을 단숨에 도약한다.

셋째, 다른 지역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보탕국이다. 진주는 지리적으로 바다가 인접해 있어서 신선한 해산물을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잘게 다진 바지락 살을 참기름에 볶아서 물을 약간 첨가한 후 자작하게 끓여 간장이나 소금으로 간을 맞춘 보탕국을 밥 위에 끼얹는다. 이러한 바지락은 사천이나 삼천포에서 많이 잡히는 조개류로 보탕국의 경우에는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바지락 이외에 홍합 같은 조개도 사용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어쨌든 바지락이나 홍합에는 생활 습관병의 치료와 예방에 효과적인 타우린의 함량이 많고(11), 또 곡류를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부족하기 쉬운 리신과 트레오닌과 같은 아미노산이 꽤 많아 영양 균형 면에서도 상당히 의미가 있다(12).

넷째, 쇠고기 우둔살은 얇고 가늘게 채 썰고, 참기름을 더하여 갖은 양념으로 무친 육회를 얹는다. 쇠고기 육회의 첨가는 그야말로 진주비빔밥의 꽃이다. 비빔밥의 주재료가 쌀밥과 채소인데 여기에 붉은색을 띤 쇠고기를 더하니 색깔이 화려할 뿐만 아니라 단백질 급원으로써 중요하다.

다섯째, 살코기, 선지, 간, 천엽, 허파 및 내장 등을 푹 고은 후에 작고 도톰하게 썬 무와 콩나물, 대파를 넣어 선짓국을 끓인다. 상차리기는 놋그릇에 잘 지은 밥을 담은 후 준비된 나물을 꽃 모양으로 담고, 여기에 속대기(돌김)를 구운 후 뜯어 무쳐서 얹은 다음 색상이 선명하고 야들야들한 육회를 얹고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린다. 마지막으로 보탕국과 선짓국으로 함께 상을 차린다. 이렇듯 진주비빔밥은 비벼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밥 위에 나물, 보탕국, 그 위에 고추장 육회 등이 차례대로 놓여 나오기 때문에 먹는 사람이 직접 비벼서 먹도록 되어 있다.

최근 건강과 장수가 단연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웰빙 개념이 식생활 전반에도 적용되고 있다. 웰빙은 말 그대로 건강하고 풍요롭게(well) 살자(being)는 의미로서 2000년대 이후 나타난 생활양식의 주된 경향이다. 진주비빔밥은 영양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웰빙 식품에 딱 맞는 음식이다. 왜냐하면 다양한 채소류와 해산물, 육류 등이 골고루 포함된 균형 잡힌 식사이기 때문이다. 진주비빔밥은 우리 인체에 필요한 거의 모든 영양소가 골고루 함유되어 있으며, 여타의 일품 음식에 비해서 열량이나 지질함량은 적으나 우리나라 사람에게 부족되기 쉬운 비타민A, 칼슘, 식이성 섬유소 등이 매우 풍부하다(13). 몇몇 재료의 영양성분을 보면 부추와 호박에는 베타카로틴의 함량이 각각 3821.6μg/100g 및 840μg/100g으로 많이 들어 있고(14,15), 바지락 살에는 지질의 함량이 적은 반면에 칼슘과 철분의 함량이 월등히 많다. 특히 요즈음 화두가 되고 있는 기능성 물질인 타우린이 1972mg/100g으로 많아 콜레스테롤 저하작용, 항산화, 혈당저하, 신경조절 및 고혈압 등의 생리적 기능을 기대할 수 있다(11,16). 또 죽순에는 변비와 염증치료 등의 생리적 기능이 있는 식이섬유소의 함량이 많다(17). 이 밖에도 진주비빔밥은 제철에 나는 채소를 색깔별로 섞어 먹기 때문에 다양한 기능성 성분이 많아 영양적 가치가 대단히 우수하다. 2001년도 미국 워싱턴포스트지의 식생활 관련기사에 ‘무지개 색으로 구성된 식사를 하면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이 실렸는데 상당히 의미가 있는 주장이다. 식사를 구성하는 색깔이 다양해질수록 건강에 도움이 되는데, 그 이유는 이들이 가지고 있는 풍부한 비타민과 무기질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들 속에 함유되어 있는 다양한 생리활성물질 때문이다. 그리고 갖가지 나물, 보탕국, 육회무침에 쓰이는 참기름은 하루에 필요한 필수지방산을 보충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이처럼 진주비빔밥은 계절의 특성에 맞게 변화를 줄 수 있으며 특유의 향미를 창출해낼 수 있고, 게다가 다양한 식재료로부터 갖가지 아름다운 색채를 갖게 된다. 식품 고유의 색깔은 식품의 생리적 기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진주비빔밥은 시각적인 면뿐만 아니라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에도 유익한 훌륭한 ‘웰빙식품’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성낙주교수
성낙주
▶필자약력
현)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석좌교수
전) 경상대학교 교무처장
전) (사)남해마늘연구소 소장

참고문헌
1. 정경란. 2015. 비빔밥의 역사.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15(11), 603-614.2. 朴東亮. ‘歷朝舊聞’ 寄齋雜記.3. 李瀷. 星湖先生全集 卷二. 29b10-30al.4. 淸臺日記 上. 2003. 국사편찬위원회. 375. 5. Kyung Rhan Chung, Hye-Jeong Yang, Dai-ja Jang, and Dae Young Kwon. 2015. “Historical and biological aspects of bibimbap, a Korean ethnic food,” Ethnic Foods. Vol.2. 74-83.6. 최영년, 1925. 海東竹枝, 奬學社. 122.7. 고대민족문화연구소. 1980. 한국민속대관 2(비빔밥항목). 고대민족문화연구소출판부.8. 문화재관리국. 1984.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15-향토음식편.9. 손정규. 1948. 우리음식. 三中堂.10. 飛鳳山人, 1929. “忠淸道名物 鎭川메물묵, 珍品名品天下名食 八道名食物禮讚,” 별건곤, 제24호. 11. 김은미, 김영명, 최진호. 1998. 고지방식이를 급여한 흰쥐의 패류식이 급여 효과. 한국영양학회지. 31(8), 1217-1225. 12. 성낙주. 2015. 4. 13. 성인병에 유익한 바지락. 경남일보. 13. 김성희. 2002. 진주향토음식의 관광상품화 촉진 세미나 자료집, 31-44. 진주시. 14. Wright, C.E., Tallen, H.H., Lin, Y.Y., Gaull, G.E., 1986. Taurine Biological update. Ann. Rev. Biochem,. 55, 427-453.15.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식품종합정보시스템. ‘기능성 성분표’, http://koreanfood.rda.go.kr/kfi/fct/fctIntro/list menuId=ps03562.16. Dokshina, G.A., Silaeva, T.Y., Yartsev, E.I.. 1976. Some insulin-like effects of taurine. Vopr. Med. Khim., 22, 503-507. 17. Cummings, J.H., Bingham, S.A., Heaton, K.W., Eastwood, M.A.. 1992. Fecal weight, colon cancer risk and dietary intake of nonstarch polysacchaeides.Gastroenterology, 103, 1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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