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새해에는 엄마에게도 따뜻한 사회가 됐으면
박혜정(진주여성회 대표)
[여성칼럼]새해에는 엄마에게도 따뜻한 사회가 됐으면
박혜정(진주여성회 대표)
  • 경남일보
  • 승인 2018.01.0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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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박혜정

 

2018년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해를 거듭할수록 나이를 먹어서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미래사회는 어떻게 변화될지 궁금하다. 변화에 맞춰 어떻게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해야할까? 많은 학자들은 미래인재상은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 잘 적응하고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공감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한다. 미래의 인재를 키우는 일은 기업이나 학교뿐만 아니라 부모들이 일차적 조력자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일차적 친밀감을 가진 엄마와 그 아이들에 대하여 좀 더 공감력이 필요한 것 같다.

2017년 가장 많이 읽힌 책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에 나온 사례다. 김지영은 하원하다 잠들어 버린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가다 1500짜리 아메리카노를 사먹는다. 지나던 회사원들은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아메리카노를 사먹는 맘충이라고 수근거린다. 그들에게 피해를 준 것도 없는 데 아무렇지 않게 맘충이라며 눈총을 준다. 아이를 돌보며 집안일을 하고 아이 때문에 시간제 일자리 조차 구할 수 없는 김지영. 하루 종일 집에서 놀면서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을 축만내는 맘충이란다. 마트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방치하거나 식당에서 시끄럽게 돌아다니는 아이를 내버려 둬서 비난을 듣는 것이 아니다. 그냥 아이가 있는 엄마에게 맘충이라고 하는 거다. mom뒤에 붙은 충. 욕먹을 짓을 하는 사람은 욕하면 된다. 하지만 하루종일 아이와 함께 하는 엄마에게 위로와 따뜻한 말 한마디보다 맘충이라는 혐오발언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게다가 부모가 아닌 엄마에게만.

아이를 돌보는 책임은 엄마라는 특정집단일까? 아이와 24시간 붙어있어야 하는 생애주기는 잠시다. 그 엄마들은 한창 직업의 현장에서 일할 수 있지만 육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선택한 엄마에게도 좀 더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저출산 평균 1.1명 세대다(2016년기준). 각종 정책들이 선거때만 되면 쏟아져 나오고 아이낳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구호성 발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것보다 더 필요한 것이 있다. 아이들에게 책읽어주고 만들고 노는 것이 좋다. 마트가서 시식코너에서 맛보기음식도 먹고 시장가고 식당서 같이 밥도 먹고 싶다. 여건이 허락된다면 늘 무엇이든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외출할때면 늘 망설여지고 나가도 좌불안석이다. 정신없는 아이들 때문에 긴장의 연속이다. 이제는 언제 맘충이라고 불릴지 모르기 때문에 주변사람들 반응에도 예민하게 신경쓴다. 남에게 피해를 주라고 가르치는 부모는 없다. 활동력이 왕성한 아이들이 벌이는 일들은 예측범위에서 일어나지 않고 육아로 지친 일상에서 아이를 건사해 내지 못할 뿐이다. 말 한마디로 천냥빚도 갚는다는데 맘충 대신 ‘힘들지만 힘내시라’ 한마디, 격려의 표시로 웃어 주면 어떨까? 진주에도 노키즈존 식당, 노키즈존 커피숍이 있다. 아이가 없어도 엄마들은 대부분 그 집 앞에서 망설인다. 아이를 가진 엄마로써 연대의 의미이기도 하고 아이와 함께 들어갈 수 없었던 거부 당했던 마음이 슬며시 일어나 서운한 생각이 들어서다. 물론 오죽했으면 노키즈존이라고 했을까 하는 마음이 안 드는 건 아니다. 그림처럼 늘 가만히 있지 못하는 아이들이 사람들속에서 부딪힐 때 예절을 배우고 공공장소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훈련 될 수 있다. 어디든 아이와 엄마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열어 준다면 더 빨리 사회의 인정받는 아이로 성장하지 않을까? 아이,어른, 남자, 여자 등등 함께 어우려져 공존 하는 사회가 2018년에 됐으면 좋겠다. 새해에 너무 과한 욕심을 부린 걸까? 함께 사는 사회니까. 우리는 다들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다.


박혜정(진주여성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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