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과 함께’와 상영관 테러
[기고] ‘신과 함께’와 상영관 테러
  • 경남일보
  • 승인 2018.01.0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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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드라이버 주연의 영화 ‘패터슨’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라는’을 붙여야 할 정도로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21일 개봉한 작품이다. 아시다시피 함께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가 어제부로 1000만 관객이 들어 두 해에 걸친 기록이지만 올 들어 첫 ‘천만 영화’가 됐다. 개봉한 지 16일만에 달성한 기록으로 ‘명량’(12일)에 이어 두번째 빠른 기록이라고 한다. 인기 웹툰을 영화로 옮긴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이미 입소문은 무성했다. 현란한 CG 후반작업 때문에 지난 여름 성수기를 노렸던 개봉시기가 연말로 훌쩍 밀린 작품이다. 대표 흥행배우인 차태현이나 하정우의 출연과 함께 EXO 멤버 도경수나 김향기, 주지훈, 김동욱 등도 주목받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유명세를 치른 스토리나, 제작과정에 더해서 톱스타들이 줄줄이 출연하는 영화 ‘신과 함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개봉 첫날 부터 박스오피스 1위를 독차지 하며 결국 16일만에 천만 관객을 모집한 ‘신과 함께’의 뒤편에 가려진 다른 영화 이야기를 하려는 거다.

영화 ‘패터슨’은 미국 뉴저지 주 소도시 패터슨의 한 버스운전사 패터슨에 대한 이야기다. 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내는 패터슨이 일상의 기록을 시로 남기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줄거리만 들어도 지루하겠다고? 알고 보면 ‘천국보다 낯선’ ‘브로큰 플라워’ ‘데드맨’ 등의 짐 자무시 감독 작품이다.

누구나 일상을 살아가듯이 영화 속 주인공 패터슨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매일매일은 텅 빈 ‘무지 노트’ 같고 패터슨의 시는 그 속의 어떤 가능성 일지도 모른다. 지루할 만큼 잔잔한 일상에서 활력이 될만한 소일거리를 찾아 우리는 영화관으로 간다.

나의 삶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패터슨’을 만날 수도 있고,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하정우형 저승차사’를 만날 수도 있다. 올해 받아든 무지의 영화 노트에 별별색 영화감상기를 수집하고 싶은 소망은 첫 날부터 아득한 희망사항이다. 왜냐하면 8~9개의 상영관을 소유한 멀티플렉스 상영관 마다 절반 이상을 차지한 ‘신과 함께’에 밀려 다른 영화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지루해 죽겠고,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모르겠는’ 패터슨을 굳이 만나고 싶지 않은 관객들이 많을 것은 따져보지 않아도 분명하다. 저들이 ‘신과 함께’의 상영스케줄로 상영시간표를 채우게 된 것은 똑똑한 빅데이터의 결과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은 ‘신과 함께’도 볼 터이니 다른 영화를 볼 기회를 조금은 양보해 달라는 거다. 아니 상영관이 그렇게 많은데…

알케이씨 (영화감상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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