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경남문단, 그 뒤안길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43)<203>시극 ‘순교자의 딸 유섬이’ 집필과 공연(6)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1.04  21:49:06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순교자의 딸 유섬이’ 셋째 마당은 ‘매화나무에 매화’이다. 순교자 집안에 순교정신이 지켜진다는 뜻이다. 이 마당은 유섬이가 16살 처녀로 성장하여 온갖 곳으로부터 혼담이 오가고 부사 아들 강도령의 구애가 절절한 그런 마당이다. 이럴 때 섬이는 동정녀로 순교한 이순이 누갈다 올케 언니가 순교 전에 써준 편지글을 읽는다.

“사랑하는 우리 섬이 아가씨. 우리 식구들은 하나같이 천주님에게로 갑니다. 어디에서 이 글을 읽든 천주님에게 기도하며 희망을 가지십시오. 천국에서 식구들이 내려다보며 격려하고 있을 거예요. 천국은 영혼이 자유로운 낙원입니다. 이 올케가 아가씨에게 당부하는 것은 온갖 어려움이 올지라도 정덕을 지키며 살아달라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죽을 수도 있습니다. 죽을 각오면 이루어집니다.......”

양모쪽으로 이종사촌 오빠 윤도령의 친구 강도령이 와서 섬이를 생각하며 퇴계선생의 매화시를 읊어주고 있다. 이 시는 퇴계가 낙향하여 매화와 나눈 시인데 매화가 퇴계를 보고 말하는 형식의 시다. “듣자 하니 선생도 우리처럼 외롭다니/ 임께서 오시기를 기다려 좋은 향기 피우겠노라./ 바라건대 공께서 상대와 마주 앉아 생각할 때에/ 옥과 눈처럼 청진한 마음 고이 간직하소서”

강도령은 이 시로써 섬이 처녀에게 시심으로 교감할 것을 청하는 것이었다.

얼마후 강도령과 이종 윤도령이 방문했는데 이 자리에서 강도령은 섬이에게 시를 낭송해 마음을 바친다. “매화는 저 자리에 저리 피어 있지만/ 바라보는 이가 여인이면 여인으로 피고/ 바라보는 이가 아리따우면 아리따움으로 피고/ 바라보는 이가 봄이면 봄 아침으로 피고/ 바라보는 이가 그리움이면 그리움의 저녁으로 피네”

이에 대해 섬이는 화답시를 지어 읊는다. “매화가 찬바람 이겨내며 저리 핀 것은/ 찬바람 이겨내게 힘을 주신 분/ 그분의 깊은 뜻 향기로 살피라 하심입니다/ 찬 서리 걷어내게 힘을 주신 분/ 그분의 높은 뜻 속 깊이 기리라 하심입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영혼을 주신 분/ 영혼의 눈으로 꽃 피는 소리 들으라 하심입니다”고 읊어 강도령의 매화시를 눌러버렸다.

그런 뒤 매파 한실댁이 거제 어장주 아들 혼담을 꺼내려 왔다가 퇴짜를 맞고 돌아간 다음날 어장주 아들 변학술이 직접 양모의 출타를 틈타 섬이를 불문곡직 대문을 열고 들어와 청혼을 한다. “아가씨가 제 청혼만 받아주면 재물을 원하는 만큼 드리겠소. 계룡산도 드릴 수 있고 거제 어장 전부도 줄 수가 있소. 그러니 청혼을 받아주시오”하며 섬이의 옷소매를 잡는다. 이때 동네 청년 이난돌이 뛰어들어 변학술의 멱살을 잡아 끌며 섬이를 위기로부터 구한다.

모두 물러간 뒤에 울음을 머금고 섬이는 올케 언니의 편지글을 마저 읽는다. “아가씨, 몸이 정결하다고 하더라도 아직 정덕이라고 할 수 없어요. 곧 마음도 정결하고 듣고 보는 것도 정결하고 말과 용모도 정결하고 옷도 정결하고 잠자리도 정결해야만 그제야 정덕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총명하고 아름다운 우리 아가씨는 천주님이 각별히 사랑하고 계신다는 것을 믿으십시오. 분투 용맹을 빕니다. 천국에서 만나 그때 평화를 가집시다. 아멘. 올케 언니 이순이 누갈다 씀”

경남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