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에서 소녀상을 만나는 3가지 방식
거제에서 소녀상을 만나는 3가지 방식
  • 김지원
  • 승인 2018.01.0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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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지 못한 역사, 한걸음 앞으로 시민이 나선다
거제 고현일대를 순환하는 시내버스에 ‘소녀상’이 설치됐다. 이번 ‘소녀상 버스’는 12월30일부터 1월17일까지 운행된다. 자원봉사자가 함께 탑승해 안내와 사진촬영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사진제공=하준명


거제문화예술회관 앞에 세워진 거제 소녀상이 17일 건립 4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연다. 이날 행사에 맞춰 거제에서는 뜻깊은 소녀상 행사가 2가지 열린다. 하나는 지난 여름 전국을 노숙하며 곳곳에 흩어진 소녀상 그림을 그려 화제가 된 김세진 씨(상명대 애니메이션과)의 그림을 모아 개최하는 소녀상 그림전시회 이고 다른 하나는 거제 고현 일대를 누비는 시내버스에 소녀상을 설치해 시민들과 만나는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다.

이번 행사는 모두 일반 시민이 기획, 추진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거제지역 조선소에 근무하는 이상철씨는 개인적으로 이번 그림전시회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 씨는 “지난 여름 평택에서 김세진 씨의 ‘소녀상 그리기’ 작업을 처음 알게 됐다”며 “뜻깊은 활동에 감동을 받아 이번 그림전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광명과 파주 등에서 그림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던 김 씨에게 연락해 이번 전시회를 성사시켰다. 경기도 파주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김 씨 역시 거제에서 전시회를 여는 것을 흔쾌히 동의하면서 이번 전시회가 진행됐다.

이상철 씨는 강원도 출신으로 거제지역의 소녀상 건립 당시는 기금을 보태지 못했던 것을 아쉬워 하던 차에 올해 건립기념일에 맞춰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게 됐다. 이 씨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한번이라도 더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며 김 씨와 의기투합해 뜻깊은 전시회를 마련했다. 전시장 대관료 등 부대비용을 직접 대기로 한 이 씨는 “제안 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회에 소개되는 그림 74점은 김세진씨의 작품이다. 지난해 5월15일 부산 초량동 소녀상 그림그리기를 시작으로 8월까지 104일간 전국 74개 지역을 돌며 다양한 소녀상과 기림비를 그림으로 그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씨는 지난 여름 광명시 ‘평화의 소녀상’ 건립 2주년 기념 행사에서 그동안 그린 그림을 처음 선보인 야외전시회를 열었다. 이후 12월1일부터 17일까지 파주시에서 정식으로 전시회를 개최했고 지난해 12월22일부터 6일까지 전주시에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전주 전시회를 마치면 소녀상 그림을 거제로 가져와 ‘대한민국 74곳의 소녀상이 거제로 모이다’전시회를 연다.



 
부천 소녀상 기림비 그림 (제공=김세진)
(제공=김세진)


김 씨는 지난 여름 100여일의 노숙하며 소녀상을 만나면서 지역별로 다른 사연들을 알게 된 것이 보람있었다며 특히 부천의 소녀상이 인상깊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부천 안중근공원에 위치한 소녀상은 유일하게 뒷모습을 형상화한 기림비 형태다. “앞 모습이 궁금해 다가갔더니 얼굴 대신 동판 거울이 있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피해자 할머니나 지원활동을 하는 활동가들 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뒷모습의 소녀상이 전하는 메시지가 강한 기억을 남겼다고 했다. 김 씨는 또 “소녀상이 저마다 다양한 메시지를 전하지만 공통적으로 평화와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추구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시민 분들이 참여와 관심을 가져줄 수 있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 씨는 이번 전시기간 동안 거제문화예술회관에 상주하면서 작품해설을 도와주기로 했다. 전국 74곳의 소녀상이 전하는 메시지를 그림을 그린 작가로부터 설명들을 수 있는 기회다. 전시회는 거제문화예술회관에서 12일부터 17일까지 6일간 열린다.

이 씨의 이같은 기획이 문화예술회관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거제지역의 시민들이 뜨거운 호응을 보였다. 이번 전시에 맞춰 진행되는 ‘소녀상 버스’ 역시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으로 이뤄졌다. 이상철씨의 전시 기획에 공감하는 시민들이 지난 광복절에 시행됐던 서울지역 시내버스 소녀상을 거제에서도 재현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 외에 수원, 성남, 춘천, 전주 등에서도 ‘소녀상 버스’가 운행된 바 있다. 경남에서는 처음 ‘소녀상 버스’의 거제 운행에 적극 나선 하준명씨는 배윤기 거제건설 대표와 함께 지난달 29일 속초로 가 직접 소녀상을 모시고 거제로 왔다. 30일 오후 거제 고현지역을 순환하는 삼화여객 버스에 소녀상이 설치됐다. ‘소녀상’을 태운 시내버스는 이날 오후부터 고현 일대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하 씨는 페이스북 등을 통해 ‘소녀상 버스’에 함께 타 시민들에게 행사 취지를 안내하고 기념촬영을 도와줄 자원봉사를 모집하는 홍보를 하자마자 자녀들이 참여할 수 있느냐는 학부모의 문의가 들어왔다며 시민들이 참여하는 행사로 만들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 씨는 “지난 정권이 맺은 졸속 위안부 한일협정이 일본군 성범죄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과 한에 더 큰 상처를 주는 처사로 피해국 정부가 할 일이 아니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시민들에게 환기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추진했다”고 전했다.

거제 ‘소녀상 버스’는 전시회가 끝나는 17일까지 운행될 예정이다. 전시 마지막 날인 17일에는 거제 ‘평화의 소녀상’ 건립기념식과 소녀상 제작자인 김서경·김운성 작가가 참여하는 간담회도 마련된다.

김지원기자



 
거제 고현일대를 순환하는 시내버스에 ‘소녀상’을 설치하고 있다. 이번 ‘소녀상 버스’는 1월17일까지 운행된다. 사진제공=하준명
부천 안중근 공원에 위치한 소녀상 기림비. 소녀의 뒷모습을 형상화한 디자인이다.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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