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단] 담쟁이덩굴의 독법(나혜경)
[경일시단] 담쟁이덩굴의 독법(나혜경)
  • 경남일보
  • 승인 2018.01.0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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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덩굴의 독법(나혜경)

손끝으로 점자를 읽는 맹인이 저랬던가

붉은 벽돌을 완독해 보겠다고

지문이 닳도록 아픈 독법으로 기어오른다

한번에 다 읽지는 못하고

지난해 읽다만 곳이 어디였더라

매번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다 보면 여러 번 손닿는 곳은

달달 외우기도 하겠다

세상을 등지고 읽기에 집중하는 동안

내가 그랬듯이 등 뒤 세상은 점점 멀어져

올려다보기에도 아찔한 거리다

푸른 손끝에 피멍이 들고 시들어버릴 때쯤엔

다음 구절이 궁금하여도

그쯤에선 책을 덮어야겠지

아픔도 씻는 듯 가시는 새봄이 오면

지붕까지는 독파해 볼 양으로

맨 처음부터 다시 더듬어 읽기 시작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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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몸으로 체득한 경험만큼 더 한 학습은 없다. 어차피 더듬어 가는 세상, 담쟁이처럼 존재를 위하여 저 높은 곳을 기어올라야 한다. 뒤돌아보면 아찔한 지난날들도 올려다보면 더욱 아득한 앞날들도 지문이 닳고 피멍이 들 때까지의 살아온 과정이고 독법이겠다. 각오를 한다고 특별하겠냐마는 그래도 지붕을 향하여 새해에는 모두가 팔을 좀 길게 뻗어야겠다. (주강홍 진주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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