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가 쓴 성장소설 '디그요정'
현직 교사가 쓴 성장소설 '디그요정'
  • 김귀현 기자
  • 승인 2018.01.07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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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째 학교를 지키고 있는 현직 교사가 ‘비주류’ 청소년의 이야기를 소설 ‘디그요정’으로 풀어냈다.

‘디그요정’은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 어느 열혈 교사가 스스로 낙오자라 생각하는 제자들과 현실 안에서 실현 가능한 대안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그려낸 성장소설이다. 디그요정은 파릇파릇 열여덟살이지만 의욕을 잃은 ‘수능’, 삶이 빛날 수 있음을 가르쳐주고 싶은 의욕의 담임교사 ‘봉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수능이는 공부도, 부모도, 친구마저 포기한 채 외톨이로 지낸다. 그의 소원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숨이 멎어 있는 것이다.

소설은 생애 가장 활기 찬 시기를 맞은 ‘청춘’들이 왜 무기력하게 지낼 수 밖에 없는 지를 담아냈다. 이른 아침부터 밤까지 삭막한 교실에 박힌 현실과, 순조롭게 진도를 따라가는 몇 명의 학생들 위주로 돌아가는 수업시간.

날갯짓 한 번 못하는 아이들의 숨구멍이로 틔워주려 발버둥 치는 교사가 바로 봉수다. 담임의 지나친 간섭과 오지랖 넓은 참견에 아이들은 때론 비웃고 때론 대들기도 하지만 관심 가져주는 어른이 있다는 게 싫지만은 않다.

특히 저자는 배구 기술 가운데 ‘디그’에 주목한다. 담임 봉수는 아이들이 세상으로부터 받는 냉대와 상처에 지레 겁먹고 외면하거나 아파하지 말고 스펀지처럼 그것들을 가볍게 받아쳐 내길 바라며 ‘디그요정’이 되라고 닦달한다. “디그는 몸을 고무벽으로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라. 상대가 찌른다고 같이 찌르면 안 돼. 상대의 힘을 빼는 것도 공격이란 말이지. 그래서 날아오는 공은 강하든 약하든 고무벽처럼 받아들여서 살살 달래고 생명을 줘서 우리가 공격할 찬스를 만드는 것, 그게 디그야. 생각 좀 하고 배구하자!”

물론 아이들이 단박에 ‘디그요정’으로 변신할 리 없다. 봉수와 아이들이 한 번쯤 날아보려고 애쓰는 과정이 마치 한 편의 코미디처럼 펼쳐진다.

저자 김호준 씨는 19년째 보광고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왔다. 그는 자신도 무기력한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밝힌다. 자신과 같은 아이가 더는 없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교사가 되었지만, 본인의 십대 시절과 지금 아이들이 처한 교육 현장에 큰 차이가 없어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저자는 그 안에서 현실적이면서도 유쾌한 대안을 만들어 가기로 하고 다양한 활동을 시작한다. 그런 경험들과 교단에서 만난 아이들과의 일화를 착실히 기록해 나갔고, 이는 한 편의 소설로 태어났다. 김호준 씨는 “스스로 뒤처지고 싶은 아이는 한 명도 없다”라며 ‘디그요정’인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다.

김귀현기자 k2@gnnews.co.kr



 
현직 교사인 김호준 씨가 지은 첫 장편소설 ‘디그요정’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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