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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7 (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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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9  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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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7 (559)

수혜자와 공여자의 건강치를 높이는 동안 귀남에 대한 가족들의 배려와 관심은 눈에 띄게 각별해졌다. 특히 호남은 우리언니, 우리 언니, 하면서 표 나게 호들갑스러운 관심 표명을 했다. 값비싼 의상이며 고급 화장품은 물론 예쁜 장신구와 좋은 영양제며 건강식까지 제 마음 내키는 대로 마구 사 안기며 특별대우를 했다. 마음이 실린 돈의 위력을 한껏 발휘하는 거였다. 오히려 귀남은 전과 판이하게 달라진 가족들 사이에서 쭈삣거리며 낯설어했다.

그런 어느 날 양지는 목장 옆 공터에서 불 난 듯 솟아오르는 연기 속에 앉아있는 귀남을 보았다. 귀남은 호남이 준 선물을 죄 소각시키고 있는 거였다. 바로 어제까지도 좋아라고 받아 안았던 물건들이었다.

“겉 다르고 속 다른 년. 사람이 꼭 뭘 주어야만 인간대접을 해주는 거야?”

그 모양을 지켜 본 양지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말인 즉 틀린 게 아니다. 누가 귀남을 정신 이상자라 치부할 것인가. 종잡을 수 없는 저 변덕 속에 섬찍한 진실의 날이 번득이고 있다. 양지로부터 이 사건을 전해들은 호남은 기분 나쁜 태도를 단박 드러냈다.

“언니 저것이 또 수술 날 파토 내는 거 아냐?”

“설마.”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나 사랑을 말할 때, 말 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주머니 사정이 빈약한 이들은 쑥스럽고 무안하게 감수해야 되는 말이다. 돈이 있다면 양지도 무엇이든 고마운 마음에 얹어서 표현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했다. 제가 할 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양지 앞에서 대비되게 빛나는 활약을 하는 호남에게 너라도 하는 심정으로 미루며 지켜보았던 호의는 이렇게 엇나가고 말았다. 통 큰 호남의 친절과 폭풍 같은 애정표현이 귀남의 눈에는 낯설고 빗보였을 수도 있는 것을 양지도 호남도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결과였다.



오후 세시 쯤 한가한 시간을 내서 올라 온 오빠가 작은 명함갑 하나를 내밀었다. 장 가네 목장장. 최쾌남. 명조체로 직함이 박힌 사각 종이를 만지작거리며 양지는 얼굴이 붉어졌다. 오빠는 얼마 전에 했던 말을 실천한 것이다. 돈이 없다고 너무 기죽지 마. 호남이 동생과 비교 돼서 보기 안 좋아서 그래. 저 기 세워주시려고요?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못하니까 자연 그렇게 돼요. 이렇게 신경 안 쓰셔도 되는데. 그러고 말았는데 오빠는 실천을 한 것이다.

“저한테 뭐 이런 게 필요하다고…….”

“앞으로는 나 대신 역할 해야 될 일이 많을 거니까 간편하게 몇 장씩 소지하고 다녀.”

오빠는 고개 숙인 채 중얼거리고 있는 양지의 손을 맞잡으며 당부의 말을 잇달았다.

“동생도 알다시피 로터리니 장학회 일도 그렇고 불우이웃돕기니 간여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보니 일을 좀 분산해야 되겠어. 우리 집 사람도 동생을 적극 추천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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