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 오늘 밤 취할 ‘당신’에게
이희성(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대학생칼럼] 오늘 밤 취할 ‘당신’에게
이희성(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 경남일보
  • 승인 2018.01.1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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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성

2018년 1월 1일 오전 12시 정각. 밤은 깊었지만 밤거리는 잠들지 않고 있었다. 99년생을 마지막으로 20세기에 태어난 모든 사람들은 성인이 되었고, 이들은 성인이 된 것을 자축하며 술집으로 향하였다. 나도 그랬듯 학창 시절 많은 친구들이 술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호기심 왕성했던 우리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기회만 되면 술을 마시기 위해 갖은 수를 썼었다. 그렇게 수학여행 때 선생님의 눈을 피해서 몰래 술을 맛보던 우리들은 성인이 되었고 곧 취(取)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시절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던 23살의 언니는 창업을 할 것이라고 했다. 요리를 전공했지만 음식점이 아닌 술집을 차릴 것이라던 언니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을 좋아해서 술집은 망하지 않는다’며 자주 너스레를 떨곤 했다. 사람들은 힘든 상황에 닥치면 술을 마시고 싶다고 한다.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졌을 때도, 시험에서 떨어졌을 때도, 직장상사의 잔소리에 지칠 때도 어김없이 술잔을 비우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중매체의 세뇌 탓일까? 혹은 정말 술잔을 비우고 나면 잠시 힘든 현실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일까? 취해있는 날은 갈수록 늘어만 갔다.

술을 마셔야만 빨리 친해 질 수 있고 솔직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말이 요즘 따라 덧없이 느껴진다. 얼마 전에 본 뉴스에서는 20대와 30대의 절반 이상이 건강을 해칠 정도로 술을 마신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이 기사 밑 댓글에 혹자는 ‘한참 일하는 나이인 20대와 30대들이 술이라도 미친 듯이 마시지 않으면 버티지 못하는 세상이라는 거 아니겠냐’는 씁쓸한 말을 남겼고 그 댓글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 베스트 댓글이 되었다.

언제부터 청춘에게 주어진 몫이 많아졌다. 등록금에 학점, 아르바이트, 정답이 없는 미래까지…. 그것들을 이루기 위해, 혹은 잠시 잊기 위해서라도 취하고 싶어 한다. ‘소취하 당취평’이라는 표현이 있다. ‘소주에 취하면 하루가 즐겁고, 당신에게 취하면 평생이 즐겁다’라는 뜻이다. 이 멋진 표현은 아이러니하게도 술자리에서 들은 건배사이다. 이 표현에서도 말하듯 한 개인이 평생을 즐겁기 위해 취할 대상이 술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많은 것을 취(就)하기 위해 오늘도 취(取)해있는 청춘들에게, 오늘은 ‘술 한 잔 하자’는 말 보다 다른 인사를 건네는 것은 어떨까. 당신이 취할 그것이 무엇이든 술에 취한 다음날 숙취와 후회에 머리를 잡아 쥐는 것 보다 훨씬 상쾌할 것이다.

이희성(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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