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온 김수현의 박물관 편지[1]
유럽에서 온 김수현의 박물관 편지[1]
  • 경남일보
  • 승인 2017.08.0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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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레이크스 뮤지엄-렘브란트 '아경'

지난해 여름. 혼자 파리를 찾은 내게도 여느 관광객들처럼 꼭 둘러보고 싶은 명소가 있었다. 루브르박물관도 그 곳들 중 하나. ‘모나리자’를 포함해 유명한 작품들을 두루 살펴보았지만, 박물관을 나올 땐 뭔가 모를 허전함과 갈증이 밀려왔다. 아마도 역사적 배경이나 작품에 대한 지식을 갖추지 않은 채 그저 쳐다보기만 했기 때문이리. 세느강의 밤하늘이 유난히 빛났던 파리에서 나는 제2의 인생을 설계했다. 뮤지엄(Museum)을 통해 ‘가치로운 것’을 찾아보기로. 나는 미술 전공자도, 역사 전공자도 아니지만 예술이라는 큰 맥락에 서서 유럽 곳곳에 숨어있는 보석들을 찾아내 보고자 한다. 인간은 귀를 통해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눈을 통해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신이 주신 이 선물을 마음껏 활용해야 한다. /편집자 주

귀국날짜를 정하지 않은 채 출국하는 사람치고는 짐이 간소했다. 24인치 여행용 캐리어 하나에 자그마한 기내용 가방만 들고 유럽으로 향했다. 유럽 구석구석 찾아 다니려면 짐은 적을수록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첫 번째 여정지로 선택한 나라는 네덜란드. 우리나라 보다 면적과 인구 모두 작지만 최근 청소년 행복지수가 세계 1위를 차지하면서 네덜란드 교육과 육아에 많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네덜란드 하면 누구나 쉽게 튤립, 풍차, 히딩크를 떠올린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더 이상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없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빈센트 반 고흐, 렘브란트가 네덜란드 출신 화가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축구 못지않게 디자인, 회화, 건축 등 미술 분야에서 세계 상위권 수준을 가지고 있는 숨은 보석같은 나라가 네덜란드다. 우리는 문화, 예술, 역사를 한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뮤지엄에 집중하기로 한다.

 

네덜란드 레이크스 뮤지엄.


네덜란드에서는 뮤지엄 카드 제도를 운영하며 많은 사람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일년에 59.9유로를(한화 약 7만 8000원) 지불하면 네덜란드 내의 400여 개에 해당하는 뮤지엄을 제한 없이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규모로나, 보유한 작품의 저명도를 놓고 볼 때 단연코 눈여겨 봐야할 할 곳이 수도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인 ‘레이크스 뮤지엄 Rijks Museum’ 이다.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이나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 보다 규모면에서는 훨씬 작지만 소장하고 있는 작품은 그에 뒤지지 않는다. 또한 프랑스, 이탈리아 회화에만 집중하던 서양미술사의 회화적 시각을 네덜란드까지 확장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굉장한 의미를 가진다.

1885년에 문을 연 레이크스 뮤지엄은 반 고흐 미술관, 암스테르담 시립미술관과 마주보고 위치해 뮤지엄 광장을 이루고 있다. 또한, 이 광장을 중심으로 생긴 거리에는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를 빛낸 과학자와 예술가들의 이름을 붙여 기념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가면 루브르 박물관에 들러 ‘모나리자’를 보고 오듯이, 암스테르담에 방문하면 레이크스 뮤지엄에서 렘브란트의 ‘야경’을 꼭 감상하길 바란다. 렘브란트는 17세기 바로크 미술을 정점으로 끌어 올렸던 네덜란드 회화의 거장으로 우리에게 ‘야경’을 그린 화가로 잘 알려있다. 레이크스 뮤지엄에는 ‘야경’을 보기 위해 찾은 관람객들을 배려해 넓은 곳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별도로 전시실을 마련 해두었다. 멀리서 보아도 ‘저기 쯤에 렘브란트의 작품이 있겠구나’ 예상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독 사람이 붐비는 곳이 있다. 제법 큼지막한 크기의 작품은 그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잠시 발목을 붙잡기에 충분한 아우라를 뽐낸다.

 

렘브란트(Rembrandt Harmensz, van Rijn) ‘야경’ The nightwatch, 1642년 캔버스에 유채, 363x437cm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야경’의 진짜 제목은 ‘프란스 반닝코크 대위가 이끄는 민병대원들의 단체 초상’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2가지 사실은 ‘야경’이 밤의 풍경을 묘사한 그림이 아니라는 것과, 이 그림의 본래 목적은 초상화라는 것이다. 실제로 ‘야경’은 대낮을 배경으로 그려진 것이지만, 그림을 보존하기 위해 유약을 덧칠하다가 변색되어 어두컴컴한 밤의 분위기로 변색 된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렘브란트는 빛을 적절히 표현하여 그림 중앙이 밝게 보이도록 표현했다.

렘브란트는 이 그림을 완성한 후 작품 값을 받기위해 한동안 곤욕을 치뤘다고 전해진다. 우리가 생각하는 초상화는 인자한 미소를 머금은 얼굴에 눈, 코, 입이 뚜렷하게 표현되는 그림인데, 이 그림은 아무리 단체 초상화라고 하지만 대원들에게 초상화 값을 공평하게 나누어 지불 하도록 요구하기엔 약간의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만약 부자연스러운 줄을 맞추어 대원들의 얼굴을 표현 했다면 이 그림이 주목 받을 수 있었을까? 대다수의 평론가들은 “No!”라고 대답한다. 렘브란트의 ‘야경’은 기존의 초상화에 대한 틀을 깬 신선함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레이크스 뮤지엄으로 초대하고 있다.

 

김수현
네덜란드 레이크스 뮤지엄 내 전시작 ‘야경’을 둘러싼 관람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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